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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세상사가 모두 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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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44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11) 세상사가 모두 짐인가요?

 

 

Q. 세상 사는 게 너무 힘겹기만 합니다. 노력해도 편한 날은 오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의 짐만 더 늘어나는 것 같아 산다는 게 지겹기만 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살아왔는데, 점점 더 지쳐가네요. 어떻게 하면 제가 짊어진 인생의 짐을 없앨 수 있을까요? 없애지 못한다면 가볍게라도 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살다가 속절없이 병들어 죽을까봐 걱정입니다.

 

 

A. 주님께서도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당신께 오라고 하셨을 정도로 짐은 인생살이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짐’하면 대부분이 무겁다거나 지겹다, 버겁다 등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 갖습니다. 그런데 왜 그 짐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등산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배낭 하나 가득 짐을 지고서 등산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담은 것이기에 무겁지만 버리지 못한 채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 인생살이 모습이기도 합니다. 

 

즉, 사람은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인생, 죽을 때나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짐꾼 인생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짐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짐을 지고 인생이란 길을 건강히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쉬는 시간을 ‘휴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 있는 짧은 휴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보낸 긴 시간을 모두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자 호르스트 코넨은 매일 ‘망가지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면 재수 없게 웬 한숨이냐고 야단을 칩니다. 기지개를 켜거나 하품을 하면 버릇없다고 합니다. 잠옷차림으로 실내화를 질질 끌고 다니면 ‘게을러 빠져서 꼴이 그게 뭐냐’고 합니다. 또 방에서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청승맞다고 합니다.

 

그러나 길고 긴 인생길에서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다리를 쉬게 하려면 이런 방법이 유용하다는 것이 코넨의 주장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영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위크스 박사가 추천한 방법인데, 가끔 괴벽스런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짜증을 내는 사람은 쉽게 늙는다. 그러나 괴벽을 지닌 사람은 수명이 길다. 그들은 더 좋은 항체를 갖고 있으며, 심리적 압박을 갖지 않기에 삶을 즐기며 산다. 짜증을 잘 조절하면 현실에서 한걸음 멀어질 수 있다. 그러러면 일상에서 자신이 가진 이상하고 기괴한 면을 살려야 한다. 때로 이성을 지닌 성인이 해야 하는 행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남이 보기에 어떨지 상관하지 말고 자기 안의 긴장을 푸는 데 집중하라.”

 

다시 말해 심리적 긴장을 풀기 위해, 마음의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기 위해 괴벽스런 행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괴벽스런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양사람 중에 낮에는 기업체 사장인데, 밤에는 짙은 화장에 여장까지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사내답게 당당하게 책임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괴벽 중 하나입니다. 평소에는 말이 없고 얌전한데 술만 들어가면 고성방가에 노상방뇨를 일삼는 사람들 행동도 괴벽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도 욕조에서 자는 사람, 인형과 대화하는 사람, 목에 뱀을 두르고 다니는 사람, 노래방에서 화장지로 온몸을 두르고 노래하는 사람, 화투 치다가 돈을 따면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람, 밥 먹는 자리에서 방귀를 뀌어대는 사람 등 수많은 괴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괴벽을 보이면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을 하거나 별종 취급을 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도 화성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등 여전히 별난 사람 취급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괴벽들은 평생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우리 인생길에 잠시 다리를 쉬게 해주는 주막 같은 기능을 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은 아주 민감하고 연약한 존재이기에 자신에게 아주 엄격한 윤리적 고정관념을 덮어씌우고 심하게 통제하려 하면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기 수명대로 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미친 척’ 해야 정말로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고승들이 기행을 부린 일들, 무용하는 사람이 가끔은 디스코를 추는 것, 클래식 연주자가 유행가를 신이 나게 연주하는 것 등 남들이 일탈이라고 부를 정도의 기행과 괴벽을 보이는 것은 인생의 짐을 효과적으로 지고 가기 위한 나름의 지혜였던 것입니다.

 

형제님도 사는 것이 버겁다 여겨질 때는 잠시 망가지는 시간과 괴벽을 통해 잠깐이라도 짐을 내려놓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1년 7월 17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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