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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메리놀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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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1 ㅣ No.428

[영성의 길 수도의 길] (60) 메리놀수녀회

소외된 이웃 있는 곳이 삶의 터전이자 고향


서울 9호선 양천향교역에 내렸다. 메리놀수녀회에 가기 위해서였다. 길을 걷다보니 따스한 가을 햇살 한 줌이 살갗에 살짝 얹혀지는 느낌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평화로움으로 안긴다. 수녀원은 서울 강서구 가양1동의 한 아파트에 있다. 한국에 막 파견된 수도회도 아닌데 수녀원이 단독 건물이 아니라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 있다는 게 이색적이다. 하지만 회원이 줄어 아파트로 옮겼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은 수도생활을 보게 된 기쁨도 있다.

수녀원에 막 들어서니 왁자지껄하다. 브라질 동북부 선교지 파라이바라주 로앙페소아에서 막 귀국한 막내 김현정(아기 예수의 데레사) 수녀 때문이다. 미국 수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수녀회 설립 100주년과 한국 파견 88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 출신 메리놀 수녀들이 7명이나 속속 입국해 공동체 숙소가 부족해질 지경이다. 책임자 문애현(Jean Maloney) 수녀와 고매리(Margaret Kollmer) 수녀, 이인혜(Dolores Geier) 수녀 등 셋이서 오붓하게 살던 수녀원은 포화상태가 됐다.

- 메리놀수녀회 한국지부 회원들(아랫줄)과 외국에서 선교하다가 메리놀 수녀회 설립 100주년 및 한국진출 88주년 행사에 참석하고자 귀국한 한국인 수녀들이 함께하고 있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현정, 감로이(파트리샤 콘로이), 김유수, 유우금, 문애현(진 말로니), 이인혜(돌로레스 가이얼), 고매리(마가렛 콜머) 수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메리놀 수녀회는 노동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연대하고자 하는 뜻으로 수도복을 입지 않고 있다.


한국 출신 수도자들이 선교지로 떠난 메리놀수녀원은 미국 출신 선교사들이 지킨다. 1956년 입국, 57년째 한국에 사는 문애현(요안나) 수녀는 부산 메리놀수녀의원을 시작으로 부산 메리놀병원, 강화의원을 거쳐 강화와 서울 가리봉동에서 산재 및 노동 사도직 활동을 했다. 이어 서울 용산역 인근 집창촌에 이옥정(콘세크라타) (사)막달레나공동체 대표와 함께 '막달레나의 집'을 설립했다. 성매매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선구적 사도직은 이제 막달레나 공동체로 다 넘어갔지만 문 수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운영위원으로 힘을 보탠다.

"성매매 여성들을 보고 울면서 들어갔어요. 다리를 뻗고 누울 공간조차 없는 다락방에 거처를 정하고 시작했는데, 여러차례 보금자리를 옮겼어요. 용산에서 함께하며 성매매여성들의 엄마처럼 살던 그때나 운영위원으로 힘을 보태는 지금이나 그들을 향한 사랑은 변함이 없어요."

1964년 한국에 온 고매리 수녀는 메리놀병원에서 일하기 위해 마취 공부를 시작한 경우다. 수녀회에서 마취전문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공부를 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 1972년엔 마취 전문교육과정을 개설, 1985년엔 보건복지부가 발행하는 자격증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1987년엔 성남시 은행동에 기초 그리스도 공동체(Basic Christian Community, BCC)를 만들어 8년간 의료ㆍ노동사목과 함께 호스피스활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요셉의원에 가서 봉사를 하면서 영어도 가르친다.

1966년 입국한 이인혜 수녀는 강화에서 노동ㆍ청소년사도직을 한 뒤 1971년 괌으로 가서 제2외국어로서 영어교육학 과정을 밟고 서강대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 뒤 다시 미국에 건너가 수련장수녀로 활동하다가 18년 만인 지난해 1월 입국해 다시 한국에서의 사도직을 모색하고 있다. 다들 선교지 한국에 뼈를 묻는 게 소원이라는 미국 출신 노 수녀들의 환한 미소가 싱그럽다.


메리놀수녀회 영성과 역사


메리놀수녀회의 정식 명칭은 성 도미니코의 메리놀수녀회(Maryknoll Sisters of St. Dominic : M.M.)다. 도미니코수도회 규칙이 선교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회 이름 앞에 성 도미니코의 이름이 붙게 됐다. 1911년 6월 미국에 메리놀 외방 전교회가 설립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로 뉴욕 호돈에 온 메리 조셉 로저스(1882~1955) 등 3명의 여성들에 의해 1912년 1월 미국의 첫 외방 선교 수녀회로 설립됐다.

설립자 메리 조셉 로저스 수녀.
 

수녀회의 좌우명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8)이다. 수녀회는 기본적으로 복음화를 필요로 하는 지역을 선교 대상으로 삼아 그 지역에 회원들을 파견해 그 나라 언어와 문화, 전통을 익히고 그 선교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도직을 수행해 나간다.

사도직은 교육과 문학, 예술, 사회복지, 경제, 의료, 산업, 교리 등을 망라한다. 해당 지역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성숙을 이뤘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지역을 선택해 선교를 이어나간다.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 550여 명의 회원들이 파견돼 있다.

한국에선 평양교구를 시작으로 부산ㆍ광주ㆍ청주ㆍ인천교구 등에서 회원 123명이 활동해왔다. 1924년 평양교구에 들어와 교리교육과 본당ㆍ의료ㆍ여성직업교육 사도직에 헌신했고, 1932년엔 한국에서 시작된 첫 수도공동체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설립을 도왔다. 2차 세계대전과 6ㆍ25전쟁 중 미국 수녀들이 추방되고 장정온(앙네다) 수녀 등이 행방불명되는 수난을 겪었다.

피란지 부산에서의 사도직은 의료사도직이 중심을 이뤘고, 충북 증평과 인천 강화에 의료원을 설립 운영하기도 했다. 인천교구에선 사회복지와 함께 노동ㆍ교육사도직활동을 펼쳤다.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는 1960년 부산에서 국내 최초로 성가신협을 설립, 국내 신용협동조합운동의 기초를 놓았다. 메리놀병원은 1968년 소유권을 부산교구에 넘긴데 이어 간호학교 역시 1978년 교구로 운영권을 넘겨 지금의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이 됐다.

도시가 발전하자 메리놀수녀들은 지방과 농촌, 특히 백령도나 소록도 같은 섬으로 옮겨가 의료활동을 펼쳤다. 도시에 남은 회원들은 정의와 평화, 공동체 만들기, 영어교육, 노동사도직,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한 활동에 헌신했다. 이들의 사도직에 함께하는 메리놀 아필리에이트(Affiliate, 협력자회)는 10여 명이 있다.
 
※ 성소모임

비정기 모임(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532 대아아파트 110동 703호)
문의 : 02-2659-2819(이인혜 수녀)

[평화신문, 2012년 10월 21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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