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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화영성대학원 특강5: 영성, 회심 그리고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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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09 ㅣ No.173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 (5) 영성, 회심 그리고 정체성


주님 사랑 체험, 회심으로 이끌어

 

 

그리스도교는 역사적 사건에 개입하시는 인격적 하느님에 대한 체험의 지평에서 자연 세계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그 의미와 목적을 묻는 양상을 지니고 있다. 이 하느님이 모든 변화를 주도하신다. 또한 삶에 대한 가치관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과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현대에는 이러한 종교적 체험의 진위성에 대한 의문과 종교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와 같은 체험들이 그리스도교의 정체성과 상관되는 고유한 특징이 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변화'로 대변되는 그리스도교적 종교 체험의 대명사인 '회심'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회심 연구는 종교적 체험의 가치와 의미를 부각시켜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진리 체계를 보존하는 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보통 인간의 삶을 신체적 혹은 심리적 모습의 변화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분하듯이, 영적 영역에도 어떤 성장의 여정이 있다고 본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고전적으로 인간을 영혼과 육신의 합성체로 파악했고, 영혼이 성장해가는 단계를 정화의 길(purificatio), 조명의 길(illuminatio), 일치의 길(unio)이라는 세 가지 길로 나눠 정교한 신학(영성신학)으로 구성했다. 영성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염두에 둬야 하는 질문은 '과연 이러한 내용과 가르침이 나의 삶에 무슨 의미를 전해주고 있는가'이다.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용어로서,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가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단어다. 전통적 의미에서 영성은 '하느님을 대면하고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활, 혹은 하느님의 성령께 귀를 기울이는 사람의 영혼'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의미를 점차 삶과 연관 지어 '인간의 총체적 체험의 의미를 명상과 성찰을 통해 살펴보는 추구' 혹은 '인간 삶의 현장인 이 세상과의 연관 속에서 계속되는 인간의 총체적 체험의 의미를 명상과 성찰을 통해 살펴보는 추구'로 이해하기도 한다. 

 

회심은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다. 전통적 그리스도교 신학은 기본적으로 회심을 종교적 사건으로 이해했다. 회심자는 불신앙에서 신앙으로, 죄를 짓는 삶에서 죄를 피하는 삶으로 돌아선다.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해보면, 한 개인은 회심을 통해 교회 공동체와의 성사적 일치에 동참한다. 회심을 통해 한 개인은 은총의 삶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회심이란 한 개인에게 종교적 변화를 가져오는 핵심 체험을 의미한다. 신약성경의 표현을 빌린다면 '새로 태어남'(요한 3,3)을 의미한다. 분명 여기에 어떤 해석의 문제, 의미 부여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어떤 체험을 돌이켜보며 성찰하는 가운데 그 체험과 연관된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다양한 체험을 돌이켜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라는 거울에 비춰 성찰한다. 

 

회심의 체험은 소명의 체험이기에 모든 회심의 여정은 소명 의식을 통해서 성숙되고 완성된다. 결국 회심이란 예수님을 향한 전폭적인 변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지닌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에 담긴 정체성의 의미를 살펴보자.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사건 안에서 구원의 궁극적 의미를 찾는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신앙 고백하면서, 그분과 참된 만남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뤄지는 구원으로 체험된다고 믿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하겠습니까?'(마르 8,29) 라는 예수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누구도 이 질문에 객관적 대답을 할 수 없다. 나자렛 예수의 삶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절대적인 구원 계시는 오직 개인의 신앙에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은 단지 우리가 누구인가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체험하는 하느님은 누구시고 그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이끄시는 체험을 통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교육시키는가를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시급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공동체, 즉 교회란 무엇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책임 있고 의식 있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문제가 전체 그리스도교 교회라는 지평에서 밝혀져야 하고,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사도적 소명 의식을 지닌 그리스도인의 양성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아버지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면서 세상의 악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그리스도가 걸으신 길을 함께 걷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과 세상을 향해서 어떤 특정한 태도를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 이 태도의 뿌리는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경험하는 하느님 사랑의 원초적 체험이어야 한다. 하느님 체험은 우리 안에서 변화를 가져와 그리스도를 향한 회심의 여정으로 이끈다.

 

[평화신문, 2013년 11월 10일, 심종혁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학부총장),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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