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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이상한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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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4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13) 이상한 시어머니

 

 

Q. 갓 결혼한 새댁입니다. 결혼 전 직장에서 남편을 만났고 저희 집 식구들과는 달리 온순하고 착한 남편이 좋아 결혼할 생각을 했습니다. 시댁과 상견례하는 날 시어머니께서 유난스럽게 남편을 챙기시는 것을 보며 약간은 의아해했지만, 모자간 사이가 돈독한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근처에 사는 시어머니가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하시는 데다 지나치게 아들에 대해 걱정을 해서 마치 제가 나쁜 여자인 듯한 기분이 듭니다. 또 남편도 시어머니가 옆에 있으면 어른이 아닌 아이처럼 굽니다. 더욱이 기분이 안 좋은 것은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시어머니에게 고자질해서 제가 야단을 맞습니다.

 

도대체 이런 아이 같은 남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때로 이혼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제 부모님 생각을 하면 그럴 수도 없고요. 정말 시어머니나 남편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서 힘드네요.

 

 

A.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욕구뿐만 아니라 사랑을 주고 싶은 욕구 즉,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이런 욕구는 여자들에게는 모성애로 나타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지요.

 

여자들이 가진 모성애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합니다. 어머니 사랑이 없다면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어머니 사랑만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될 여러 가지 신체적 위험과 정신적 충격에서 아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심리적 영양결핍 상태가 돼, 성장하거나 사회에 적응하는 데 아주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되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 심한 애로를 느끼게 됩니다.

 

또 사랑을 주고받는 행위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행위이기에 어머니에게서 그런 학습을 받지 못하면 커서도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합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있어서 어머니 사랑은 각별합니다.

 

그러나 매사가 그러하듯, 이렇게 중요한 어머니 사랑도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성장해야 하고 부모는 어느 시기엔가는 아이들을 놓아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옆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는 힘든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간혹 어머니 중에는 모성애가 지나쳐 아이들 일을 다 거들어주려 하는 분도 있습니다. 소위 과잉보호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어머니들은 대개 비슷한 말을 합니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내가 널 많이 사랑해서 네가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가 없구나.” 그런데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요? 소위 꼭두각시가 됩니다.

 

건강한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에게 의존적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독립하기 마련인데,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는 자기가 해본 것이 없어서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강력한 보호자인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기형아적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고 어머니 꼭두각시로서의 삶에 안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혼할 때도 자신이 가장으로서 삶을 살기 위해서, 혹은 어른으로서 삶을 살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보호해줄 또 하나의 어머니를 만들기 위해 결혼을 하며 자기 어머니와 부인 사이에서 자신에게 떨어질 떡고물만을 바라는, 영악한 아이 같은 병적 삶을 살아갑니다.

 

결국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한 남자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병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서 이런 결혼생활은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매님은 시어머니나 남편이 무엇을 하든 아무 관심을 갖지 말고 자매님 인생 만들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남편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자매님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자매님은 그때 남편에게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시어머니나 남편에게 분노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면 자매님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을 쓸데없는 것에 낭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편은 남편대로 변하기는커녕 더 안 좋아질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 안에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거든 자신에게 “네가 이렇게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온종일 화를 내며 산다면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질문해 보십시오. 보나 마나 뻔합니다.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화만 냈으니 인상은 고약해질 것이고,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시어머니 이상으로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거나 휘어잡으려고 할 것입니다. 또 이웃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10년씩 해대는 자매님이 지겨워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어머니와 남편 모두 뒤에 두고 열심히 공부하셔서 10년 후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어머니처럼 돼서 며느리와 또 같은 실랑이를 벌일 것인가는 지금 자매님이 선택해야 할 일입니다.

 

[평화신문, 2011년 8월 7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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