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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무기력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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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47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14) 무기력한 남편

 

 

Q. 결혼한 지 5년 된 주부입니다. 남편과 저는 연애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사회문제에 아주 박식한 사람이고 늘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정의로워 보여 결혼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남편은 되는 일이라고는 없습니다. 하는 일마다 안 되고 해서 결국 지금은 모든 것을 접고 집에만 있습니다.

 

하는 수없이 제가 직장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는데 남편은 돈만 생기면 술타령을 하고 취해서 부모님 원망 세상 원망으로 날을 지새웁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그런 아빠에게 실망하고 얘기도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남편에 대해 점점 지쳐갑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합니다. 제 남편이 왜 그러는지요,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A. 남편은 무기력증인 듯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안 좋은 일들이 줄지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때 어떤 분들은 점을 보거나 굿을 하고, 어떤 분들은 기도하거나 불공을 드리고, 또 어떤 분들은 부모 원망에 세상 원망을 하면서 술독에 빠져 살기도 합니다. 이분들은 “모든 게 다 귀찮고 힘들다”, “다 손을 놓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런 분들을 일컬어 무기력증에 걸렸다고 합니다.

 

무기력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선 인생 실패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기력증이란 자기연민의 일종으로, 자기 책임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기만을 바랍니다. 일종의 얌체 근성이 있는 것이지요. 또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늘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며 삽니다.

 

이런 피해자 의식은 오래될수록 습관이 돼서 벗어나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결국 우울증에 걸리고 인생 실패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또 무기력증은 냉소적 태도를 야기합니다. 믿을 사람 하나 없고 되는 일 하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냉소적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이런 태도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을 꺾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으려는 시도조차 못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만성적 무기력증은 습관적으로 불평하게 만들고,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이것은 강박적 분노를 동반합니다.

 

강박적 분노는 사람으로 하여금 힘을 가진 듯 착각하게 합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결과적으로는 하느님과 소통을 막고 도움을 줄 사람들과 관계마저 끊어버리는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합니다. 이처럼 무기력증은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지 못할 뿐 아니라 지속적 만족감도 얻지 못하고 긍정적 에너지만 차단할 뿐입니다. 즉, 무기력증에 걸린 사람들은 정신이 마치 ‘시궁창’에 빠진 사람처럼 돼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뿐만 아니라 몸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면서 삽니다.

 

무기력증에 걸린 사람은 단계적으로 시궁창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선 자신이 시궁창에 빠져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룹상담 같은 자리에 보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혹독한 비판을 받게 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서 살았는지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판에 박힌 삶의 패턴을 과감하게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옷도 깔끔하게 입고 자세도 바르게 하고, 특히 언어나 행동을 긍정적이고 예의 바르게 하도록 교정해줘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일들과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강한 목적의식이 생길 수 있고, 겪고 있는 고통이 단지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피정을 통해 역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역경이 자신이 운이 나빠서도, 하느님께서 자신을 벌하시려는 의도로 주신 것도 아닌 자기 성장을 위한 도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역경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며, 자기중심적으로 살던 생활방식을 기도하는 삶,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삶으로 바꿔줍니다. 그동안의 삶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게 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자아를 갖게 합니다.

 

자매님 남편은 이런 단계적 자기교정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남편이 이런 작업조차 거절하고 집안에서 뒹굴기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챙기지 말아야 합니다. 밥도 차려주지 말고 위로도 해주지 말고 그냥 내버려둬야 합니다. 무기력증은 아이들이 응석부리는 심리와 유사해서 받아주면 더 기승을 부리기에 아주 극단적 처방을 통해 치료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1년 8월 14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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