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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가족들의 신앙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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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4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15) 가족들의 신앙갈등

 

 

Q. 우리 가족은 모두 신자입니다. 그런데 언니와 동생은 생각이 달라서 만나기만 하면 언쟁을 벌입니다. 언니는 믿음이 깊어 무슨 일을 하든 “기도해야 한다, 기도만 하면 어떤 일이든 만사형통이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때로 무당 같은 소리를 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니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성당에 가거나 혹은 방안에서 온종일 기도만 합니다.

 

동생은 이런 언니를 아주 못마땅해 합니다. 언니가 그렇게 기도해도 살림이 나아지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엉터리 신앙인이라고 핀잔을 주곤 합니다. 동생은 “세상살이는 다 자기 하기 나름이야, 나는 나만 믿는다”며 살아가는데 영 편안해 보이지를 않습니다. 제가 언니와 동생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A. 우선 동생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언니가 하는 신앙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믿음은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라고요. 믿음이 없다는 것은 불신과 의심이 많다는 것으로 불신과 의심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병들게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의심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병들거나 오래 살지 못할 것입니다. 또 역경에 처했을 때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대개 그런 분은 자기 의존이라는 오만함 안에서 살기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닌지라 다시 말해,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존재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 조언과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을 거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결국 자기 파괴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개 그런 분은 냉소주의적 삶을 살기에 그렇습니다.

 

냉소란 인간 본성이나 동기를 경멸적으로 불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바로잡을 기회가 없으면 불안은 더 커집니다. 왜냐면 최악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문기사를 통해 어떤 사건을 보게 되면 바로 세상 종말을 생각하고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심한 불안과 외로움에 시달리거나 무기력증에 걸려 아무것도 못하거나 심지어 약물이나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불신도 커져 결국 자기 마음을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가둔 채 살아가게 됩니다.

 

믿음은 불안정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정된 세상이 아닙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짜놓아도 때로는 뜻하지 않은 사건 하나로 인해 모든 것이 뒤틀려버리고, 사소한 일로 인해 인생살이가 빗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마치 풍랑에 시달리는 배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으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세상 일 때문에 자기 마음이 뒤집히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 주님을 모신 배가 풍랑 속에서도 뒤집히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세상이 변한다 해도 세상이 뒤집힌다 해도 우리의 내면세상을 쉽게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것이 믿음입니다.

 

또 신성한 존재가 나와 함께 한다는 믿음은 희망을 안겨줍니다. 희망은 우리 인생을 활기있게 하는데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희망은 긍정적 노력을 하게 하며 우리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끔 동기를 유발하고, 고통 속에서도 선한 의지를 추구하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희망은 인간 생존의 필수요소라고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동생이 인생을 보다 건강하게 살려면 믿음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니처럼 무조건 믿고 무조건 기도만 하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도만 하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도생활에 대한 경험이 적거나 세상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기도만사형통’이란 생각은 결국 하느님 뜻보다 내 뜻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숙하고 지나친 자기애적 생각이기에 믿음이 아니라 오만함입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행동하지 않고 기도 속으로 도피하는 것은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병적 콤플렉스 즉, ‘달팽이 콤플렉스’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마치 바깥 환경이 안 좋으면 껍데기 안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처럼 기도 속으로 도망을 친다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기도는 기도가 아닙니다. 기도 없는 행동은 오만함입니다. 인간은 기도하고 행동할 때 가장 건강한 선택을 하고 결실을 얻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1년 8월 21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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