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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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강건한 성모님처럼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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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50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17) 강건한 성모님처럼 되려면

 

 

Q. 저는 새가슴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조그만 걱정거리가 생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 해서, 주위 사람들은 저를 보고 ‘걱정도 팔자’라고 하더니 이제는 ‘새가슴’ ‘남자답지 못한 사람’이라고 놀리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희 성당에서 성모님에 대한 특강이 있었는데, 성모님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사신 분이란 강사님의 열강을 듣고 저도 성모님처럼 강건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모님처럼 걱정거리에도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A. 복음서에 나타나는 성모님은 처녀 때부터 여장부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수태고지(受胎告知, 성모님의 회임을 알림)를 할 때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을 했고, 헤로데 박해 때는 이국땅, 그것도 대도시 이집트 카이로 시내로 피신을 갑니다.

 

또 아들이 사회활동을 시작하자 여인들을 모아 아들과 제자들 뒷바라지에 나섭니다. 결혼은 안 하느냐 집안일엔 왜 관심이 없느냐고 보채는 보통 어머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아들이 수난당하고 처형당할 때에도 성모님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승천한 뒤에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어머니, 교회의 지도자로서 삶을 사셨습니다.

 

마치 드라마와도 같은 삶을 사신 성모님 생애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모님은 강건하신 분, 어떤 걱정에도 흔들림이 없으신 분, 대담하고 당당하신 여장부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습니다. 성모님이라고 해서 걱정거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왜 없겠습니까. 단지 성모님은 걱정거리를 처리하시는데 남다른 방법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그 힌트는 가브리엘 천사가 수태고지를 했을 때 성모님이 하신 대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루카복음 1장 38절에 나오는 이 말씀이 바로 성모님께서 걱정거리에 시달릴 때마다 마치 주문처럼 외우던 기도문입니다. 이 말씀이 걱정을 처리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데일 카네기(1888~1955)는 걱정거리 처리 방법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 단계는 걱정이 생겼을 때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상황을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들여다보면서 일이 잘못됐을 때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바닥 끝까지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생길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 것입니다. 중국 철학자 임어당(林語堂, 1895~1976) 선생은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최악의 경우를 받아들임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어떤 결과이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을 때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세 번째 단계인 ‘문제 해결의 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말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짧은 기도문은 바로 두 번째 단계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형제님이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리 천사라 하더라도 그 당시 처녀들이 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꿈을 갖고 살았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입증해줄 수 없는 ‘처녀임신’이라는 메시지를 어떤 처녀가 아무 고민 없이 덜렁 받아들이겠습니까.

 

복음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처녀 마리아가 천사의 말에 대답을 한 것으로 묘사돼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긴 시간 천사와 마리아의 실랑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마리아는 온갖 불길한 상상과 예측으로 심하게 마음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걱정처리 첫 단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기에 그 다음 단계인 ‘받아들임 단계’에서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말씀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혹자가 마리아는 신심이 깊은 분이어서 그렇게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새 피눈물을 흘리신 주님보다 처녀 마리아가 더 신적 존재라고 주장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기에 신학적으로도 오류입니다.

 

우리는 걱정거리가 생기면 안 좋은 생각을 하다가 놀라서 ‘내가 왜 재수없는 생각을 할까’ 하고 머리를 흔들어댑니다. 그리고는 다시 걱정거리에 빠져들곤 하는데, 이런 행위는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다가 점점 더 깊이 빠져 익사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때는 ‘차라리 갈 데까지 가보자’, ‘죽기밖에 더 하겠냐’는 마음으로 걱정의 끝에까지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성모님처럼 주님의 종이오니 당신께서 알아서 하시라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마치 몸에 힘이 빠져서 물에 뜨는 사람처럼 마음이 편안해지실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1년 9월 4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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