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예화ㅣ우화

[모성애] 죽음 앞에서도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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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317

죽음 앞에서도 사랑으로

 

 

요한과 베티는 큰 농장을 일구기 위해 외딴 산속에 집을 짓고 열심히 일하는 부부였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남편 요한은 한 달에 한 두 번씩 일용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했다.

 

어느 날 요한은 이번엔 밀린 일이 많기 때문에 며칠 더 걸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마을로 내려갔다. 갓난 아이와 어린 딸과 함께 집에 남은 아내 베티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농사일을 하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은 산더미였다. 베티는 우선 빵을 구울 장작을 패기로 했다. 그녀가 뒤뜰로 가 나무를 도끼로 내려 찍으려는 순간 다리에 따끔하고 쓰린 통증이 느껴졌다. 나무 속에 숨어있던 독사에 물린 것이었다.

 

베티는 순간 아찔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 도와 줄 사람이라곤 남편 뿐이 없는데 남편도 이삼 일이 지나야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가 죽고나면 아이들은 어쩌지. 양식도 다 떨어졌는데..."

 

베티는 독이 온 몸에 퍼지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뙤약볕 아래서 장작을 팼다. 온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담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빵을 구웠다. 눈앞이 흐려지고 점점 고통이 엄습해 왔지만 그녀는 그럴수록 더 바삐 몸을 움직였따. 베티는 어린 딸에게 일렀다.

 

"엄마는 조금 후에 깊은 잠에 빠질 거란다. 그러면 너는 아빠가 오실 때까지 엄마가 구워놓은 빵과 우유를 네 동생에게 잘 먹이고..."

 

베티의 이마엔 땀이 비오듯 흘렀고 옷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러는 동안 놀랍게도 무서운 독이 땀과 함께 씻겨져 나왔다. 그녀는 두 아이를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아픔을 느끼지 못했으나 독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베티는 그때까지도 그 사실을 모른채 뜨거운 아궁이 옆에서 땀을 흘리며 빵을 굽고 있었다.

 

[월간 좋은생각, 1994년 7월호,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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