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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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빌려준 돈을 낙태에 쓴 주일학교 제자… 죄책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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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27 ㅣ No.277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11)



질문 1. 빌려준 돈을 ‘낙태’에 쓴 주일학교 제자… 죄책감 느껴

교리교사를 하던 중에 성당에 잘 나오지 않던 학생이 저희 집에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친구가 오토바이 타다가 다쳤다고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빌려줬는데, 몇 년 뒤에 알고 보니 낙태하는데 그 돈을 썼을 거라 하더군요. 이 경우 모르고 한일이긴 하지만 생명을 뺏는데 제가 동참했다는 기분이 들어 그 뒤로 죄책감이 종종 들곤 합니다. 물론 교리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죄책감도 들고요. 몇 년 전 일이라 그 친구를 찾을 방법도 없고, 어떻게 해야 이 죄책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답변. 모르고 한 일 죄지은 것 아냐… 대신 생명 살리는 일에 동참을

교리교사를 하면서 학생의 딱한 사정에 돈까지 빌려주었는데, 그 돈이 엉뚱하게 생명을 뺏는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죄책감이 들어 무척 괴로우신 것 같네요. 본인의 질문에서 보면, 모르고 한 일이라 죄가 되는 것은 아닌 줄 알면서도 마음을 괴롭히고 죄책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으니 더욱 답답하시리라 짐작이 갑니다. 분명히 죄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 죄가 있다면 자신을 믿어주는 교리 선생님을 속이고 돈을 빌려서는 엉뚱한 짓을 저지른 그 학생의 죄가 크겠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은 때로 비합리적인 생각 때문에 많은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해지면 망상증이나 강박증의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질문자의 경우에는 양심이 올바르게 작동하는 건전한 청년인 것 같아 보입니다. 우선은 안심을 하시고요.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내가 모르고 한 행동이 귀중한 생명을 뺏는데 동참한 것 때문에 죄책감이 들어 괴로우시다면, 대신 생명을 존중하고 살리는 일에 한번 동참해보면 아마 마음의 부담이 좀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예를 들면, ‘낙태방지를 비롯한 생명운동을 위한 단체’(서울교구 생명위원회)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한다든지, ‘생명존중과 인권보호’운동에 동참한다든지 하는 일 등입니다. 아니면 어린이들을 돌보는 보육원에 가서 봉사를 할 수도 있고요. 나도 모르고 한 선의의 일이라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셔도 되는 일인데도 죄책감이 드시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은 ‘생명을 빼앗는 일’ 대신에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죄책감이 지속된다면, ‘희망으로 가는 길’이란 낙태와 관련된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질문 2. 받아모신 성체를 나눠 달라 떼쓰는 5살 딸

저에게는 이제 5살 난 딸이 있습니다. 제가 성당에 간다면 자기도 따라간다고 가방을 챙기는 착한 아이에요. 그런데 제가 성체를 받아 모실 때면 자기도 달라고 떼를 쓰곤 합니다. 안된다고 미사 후에 신부님, 수녀님께서도 아이에게 말해줬는데 저번에는 울기까지 하네요. 첫영성체까지는 아직도 몇 년이 남았는데요.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답변. ‘예수님 모실 날’ 잘 준비하도록 설명해주어야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어떤 본당에서는 아예 신부님께서 성체를 분배해주실 때 양편에서 복사가 사탕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가 아이에게 사탕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또 어떤 본당에서는 신부님이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며 따뜻한 미소와 함께 축복을 빌어주기도 하더군요. 둘 다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요. 아니면 본당신부님을 찾아가셔서 상의를 드리고, 축성하지 않은 제병을 하나 딸아이에게 성체 대신에 주는 방법도 있을 것 같군요. 아직도 성체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아빠, 엄마가 경건하게 받아먹는 흰 성체가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당연히 생길 것 같네요. 질문자의 딸 아이의 경우에는 그런 호기심과 아빠, 엄마와 같이 해보고 싶은 욕구가 더 많은 것 같고요. 또 다른 방법은 아이에게 첫 영성체 때까지 마음을 잘 준비해서 예수님을 잘 모시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면, 아이는 이외로 예수님을 모실 날을 기다리며 자기 나름대로 또 다른 기쁨을 맛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마음에 신나는 새로운 꿈을 지니고!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0월 25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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