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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세상 원망 심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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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55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22) 세상 원망 심한 남편

 

 

Q. 남편이 몇 해 전 사업을 정리하고 집에 들어앉아 종일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식당일을 해서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힘들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남편은 저를 위로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힘들게 합니다. 

 

잠자고 싶은 저를 앉혀놓고 자기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 세상이 얼마나 흉악하고 믿을 수 없는 곳인지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데 죽을 지경입니다. 집에 있으면 집안 일이라도 거들어줘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기분이 안 좋으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잘 아는 친구들이 찾아와 “그렇게 놀면서 아내 힘들게 하지 말고 무슨 일이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남편은 “네가 나를 알아?”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서 이제는 친구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아버지를 무시하려 하고 집안에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남편을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런 남편하고 계속 같이 살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A.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좋지 않은 일을 만날 때도 적잖이 많습니다. 그럴 때 누구나 심리적으로 좌절감에 빠지고 원망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마음을 털고 새 삶을 살 생각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피해의식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피해자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합니다. 

 

피해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일이 잘못됐을 때 자기문제는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퍼붓고 원망을 쏟아냅니다. 예컨대 부모 원망과 형제 원망, 세상 원망 등 지나친 자기연민에 빠져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늘 사람들 동정을 구하려고 합니다. ‘세상에 믿을 인간 하나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 조언을 고깝게 여기고 “너나 잘 해라” 하거나 “너희가 나를 알아” 하면서 화를 냅니다. 피해자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이렇게 파괴적 삶을 살다 보니 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사람을 잃는 것입니다. 허구한 날 세상 원망하는 소리를 하면, 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도 지겨울 수밖에 없고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그렇기에 피해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거의 친구가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만만한 집안 식구들을 괴롭히면서 시간 보내기를 하며 삽니다.

 

게다가 ‘가해자 편집증’이 심해져 갑니다. 자기 잘못은 안 보고 다른 사람 잘못만 찾다 보면 남의 잘못은 크게 보이고 심지어 선의를 가진 사람도 의심하고 악의적 동기를 찾아내려 하는 소갈머리 없는 인생을 살게 돼 괴팍한 사람 취급, 소위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무기력증과 좌절감 그리고 짜증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어나서 결국 사회 부적응자가 돼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생의 손실이 큰데도 왜 자기 문제를 고치려 하질 않을까요?

 

피해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거지 근성 즉, 남의 것을 쉽게 얻어먹으려는 좋지 않은 근성을 가진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거지 근성을 가진 사람은 그 생활을 청산하면 힘들게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기에 좀처럼 청산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처럼 피해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힘겨운 삶을 선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동정을 얻고자 자기연민에 빠져 불쌍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고, 자기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 자기책임을 부정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습니다.

 

자기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다 보면 무의식 중에 자기가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라는 자기착각에 빠지고, 은연중에 자아도취에 빠져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다 걷어차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의 문제는 자기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하고 남 원망할 시간에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면 심리적 안도감과 책임의식이 생기고, 이런 변화를 주위에서 감지하면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또 원망스럽거나 섭섭한 마음이 올라올 때는 감사목록을 만들어서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훈련을 하고 그 마음을 밑천으로 정신건강 회복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만약 자매님 남편이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가정생활을 같이 할 의사가 없는 성격장애자이니, 남편이 죽건 말건 관심 갖지 마시고(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자매님 인생과 건강에만 신경 쓰며 살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1년 10월 16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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