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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주 신축교안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신축교안, 기억과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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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6 ㅣ No.1381

[제주 신축교안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신축교안, 기억과 화합’


“제주 사회와 천주교회 숙제는 ‘진정한 대화’… 연대적 협력 필요”

 

 

- 5월 28일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신축교안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창준 제주지사장.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들이 필요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225항)

 

제주교구가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5월 28일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신축교안, 기억과 화합’을 주제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교구는 심포지엄을 통해 신축교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제주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천주교회의 신축교안 인식 형성과 변화’(양인성 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대중문화에 드러난 신축교안의 양상’(강옥희 상명대학교 국문과 교수), ‘2003년 미래 선언의 의미와 향후 기념사업의 방향’(현요안 신부)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심포지엄의 주요 내용을 알아본다.

 

 

신축교안을 둘러싼 기억, 대립에서 화해와 상생의 길로

 

처음 교회와 제주 사회는 신축교안을 두고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여 왔다. 양인성(대건 안드레아) 책임연구원은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가 작성한 3개의 문건을 통해 “뮈텔 주교는 신축교안의 원인은 세폐(稅弊)였고, 세금을 징수하던 봉세관이 제주를 떠나자 공격의 화살이 천주교인에게 향하게 됐다고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교회는 신축교안을 ‘무고한 신자들이’ 학살당한 박해로 기억했지만, 제주 사회는 이재수 등이 천주교 신자들의 횡포에 격분해 제주성을 함락시키고 교폐(敎弊)를 해결한 영웅적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뮈텔 주교의 신축교안에 대한 인식은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점차 교회 안에서도 천주교 신자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의견이 대두됐다.

 

대구대목구 청년회가 발행한 기관지 ‘천주교회보’(현 가톨릭신문)는 1929년 2월 1일자 기사에 탐관오리들과 천주교 신자들의 ‘과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불량한 교우’가 권리를 남용하고 이웃을 속여 재물을 탐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이것이 민란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교구는 ‘제주 선교 100주년’(1999년) 기념사업으로 교구사를 편찬하며 신축교안에 대한 인식을 재검토했다. 또 1997년 10월 3일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신축교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당시 문창우 신부(현 제주교구장)는 교안 당시 있었던 선교사들의 문화우월주의, 교회의 전통신앙 배척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인식 변화는 2003년 11월 7일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문’으로 이어졌다. 제주교구는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 기념사업회’와 함께 선언문을 발표하며 과거에 대한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양 연구원은 “오랜 기간 평행선을 달려왔던 만큼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교회와 제주 사회의 ‘진정한 대화’는 앞으로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문학으로 기억하는 역사, 과거를 반성하며 화합으로

 

신축교안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주제다. 현기영의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나 박광수 감독의 영화 ‘이재수의 난’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서만 사건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 정도다.

 

강옥희 교수는 제2주제 발표에서 소설가 현기영이 「변방에 우짖는 새」를 통해 신축교안의 발발 과정과 경과, 그 안에서 민중과 교회의 역사적 비극을 잘 드러냈다고 밝혔다. 소설 전반부에는 제주도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탈의 상황 속에서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는지 잘 묘사돼 있다. 이어 중반부에서는 봉세관의 횡포와 천주교 신자들의 갈등 속에서 민란이 발생한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강 교수는 “「변방에 우짖는 새」는 조선 말기부터 대한제국의 부패상과, 가난한 백성들이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 갈등하며 받은 상처와 그 치유 과정을 통해,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낸 역사적 전사(前史)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방에 우짖는 새」를 비롯한 영화 ‘이재수의 난’ 등은 신축교안의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됐던 교폐의 근저에는 세폐의 문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면서도 “제주 민란의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 이재수는 실제 기록에는 부정적으로 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올해는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는 해이고, 1901년 제주에서의 기억은 우리 역사의 아픔으로 상기시킨다”면서 “역사에서나 문학작품 안에서 신축교안의 기억은 현재 우리의 삶을 통찰하고 반성하며 화합하는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억압과 폭력, 갈등을 넘어 ‘제주다움’ 회복에 동참

 

마지막으로 현요안 신부(교구 사무처장)는 교구가 앞으로 ‘제주다움’의 비전 제시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제주 사회와 ‘연대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출발은 ‘명확하고 숨김 없는 진실’(「모든 형제들」 226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먼저 평화를 향해 쉼 없이 노력하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신부는 “진실은 변화를 이끈다”며 “진실이 감동과 변화를 일으키는 이유는 우리가 ‘진실의 차원’에서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신축교안과 제주4·3의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역 사회 안에 정의와 평화, 생명의 문화 만들기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번 발표에서 교황이 최근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 안에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며 ▲ 평화 운동 ▲ 제주의 공동체성 회복 운동 ▲ 신축교안, 제주4·3을 주제로 한 ‘진실과 화해’ 운동 ▲ 생태환경 교육 등 앞으로 펼칠 기념사업의 방향도 발표했다.

 

교구는 구체적으로 ▲ 황사평 성역화 사업: 추모공원 ▲ 평화 교육 활성화 ▲ 신축교안의 제주도민 사회와의 연대 사업 활성화(‘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와의 연대) 등 크게 3가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구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위한 추모 공간을 조성한다. 이미 올해 3월 황사평성지의 종합적인 계획을 위한 ‘장묘문화 소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신축교안의 역사적 장소인 ‘황사평 신축교안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더불어 신성학원은 인성교육과 역사교육, 평화교육, 생태환경교육의 산실로 제주 지역 학교에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성학원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가톨릭학교로, 당시 여성과 가난한 가정 어린이 등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시작돼 제주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온 교육기관이다.

 

 

※ 신축교안이란?

 

1901년 5월 제주도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민군이 충돌한 사건으로, 5월 28일 제주성에 입성한 민군은 천주교 신자들을 대거 살해했다.

 

당시 제주도민은 세폐(稅弊), 즉 가혹한 세금 징수와 세금 징수관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프랑스 선교사들은 고종 황제가 내어준 ‘여아대’(如我待, ‘나와 같이 대우하라’ 즉 프랑스 신부 대하기를 임금 대하듯이 하라는 뜻)를 비롯한 특권을 토대로 전교활동을 했다.

 

선교사들은 가혹한 세금 징수에 시달리던 신자들을 봉세관(세금 징수관)의 마름으로 쓰도록 요청했다. 세금을 징수하는 하급 실무자인 마름에게는 세금 감면의 특권이 있었다. 하지만 몇몇 ‘불량신자’ 마름들이 세금 수탈에 앞장서며 비신자들의 원망을 샀고, 제주 토속 종교를 비하하는 등 교폐(敎弊)를 일삼았다. 신축교안은 세폐와 교폐 복합작용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가톨릭신문, 2021년 6월 6일, 최용택 기자, 성슬기 기자]

 

 

[제주 신축교안 120주년] 이모저모


대립과 상처의 길에서 반성하며 기도… “사랑하여 하나 되자”

 

 

- 5월 29일 ‘신축화해길’ 순례 참가자들이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운데)와 함께 관덕정에서 신축교안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제주교구가 신축교안 120주년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교구는 5월 29일 오후 2시 황사평성지에서 ‘화해의 탑’ 제막식을 시작으로, 황사평성지에서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으로 이어지는 ‘신축화해길’ 순례를 진행했다. 오후 7시30분에는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신축교안 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제주교구가 진행한 화해의 여정을 소개한다.

 

 

과거를 반성하고 서로 안아주는 ‘화해의 탑’

 

◎… ‘화해의 탑’ 제막식은 황사평성지에서 거행됐다. 제막식에는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와 사무처장 현요안 신부,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 ‘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 상임공동대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축복예식에 이어 문창우 주교와 관계자들이 감싸져 있던 하얀 천을 거두자 ‘화해의 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교구와 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세운 화해의 탑에는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참된 화해와 상생의 길을 걸어가자”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도예가 허민자(율리아나) 제주대 명예교수가 만든 화해의 탑은 외국인 선교사와 제주도민이 서로 손을 맞잡고 안아주는 형상을 통해 제주 사회와 천주교회가 일치를 이루고 화해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제주교구 화해의 여정에 동참

 

◎… 문 주교는 제막식 강론에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기억하며 제주의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자 한다”며 “두 사람이지만 한 가슴을 안고 있는 형상으로, 화합을 이루며 동반성장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20년 전 희생당한 천주교인과 민군 등 모든 분들을 기억하며 후손들이 화해의 여정에 함께하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제막식은 축복기도(성수 예절)와 헌화에 이어 전례무용을 봉헌하며 마무리됐다. 제막식에 참석한 교구 여성연합회 최영심(체칠리아) 회장은 “신자로서 진정한 화해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제주 사회와 교회가 협력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감싸 안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픈 역사 묵상하며 걷는 평화의 발걸음

 

◎… 이어 참가자들은 황사평성지부터 제주 중앙주교좌성당까지 이어지는 ‘신축화해길’ 순례를 시작했다. 제주 순례길 6개 중 하나인 신축화해길은 제주 근현대사의 아픔인 4·3과 신축교안의 역사적인 상처를 담고 있는 길로 총 12.6㎞다.

 

문 주교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신축화해길을 걸으며 길에 담긴 의미를 묵상했다. 묵주기도를 하며 걷는 이도 있었다.

 

순례 시작지인 황사평성지는 1901년 신축교안의 슬픔을 기억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당시 관덕정에서 처형된 천주교 신자들의 시신은 별도천에 버려졌다. 교구는 1904년 말 시신을 황사평으로 이장했으며, 이후 황사평을 교회 묘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어 참가자들은 곤을동 별도천을 지나 별도봉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해안산책로가 펼쳐져 있는 이곳은 신축교안 당시 죽은 이들의 시신을 가매장한 곳이라는 아픈 역사 또한 품고 있다.

 

 

진정한 동행 위해 하느님께 보내는 기도

 

◎… 신축교안 당시 수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은 관덕정에서는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주모경을 봉헌했다. 제주목 관아가 있던 곳인 관덕정은 고즈넉한 자태로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축교안 당시 민군 주동자들이 잡아 온 신자 수백 명이 이곳 관덕정 마당에서 죽임을 당했다. 관덕정은 중앙주교좌성당에서 400m 남짓한 거리에 있다.

 

순례길에 참여한 박재형(프란치스코·제주 중앙주교좌본당)씨는 “순례길을 걸으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며 “오늘 행사에 참여하며 신축교안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제주 사회와 천주교회가 어떻게 화합해 나갈지 묵상했다”고 밝혔다.

 

 

사랑으로 하나 됩시다!

 

◎… 교구는 이번 행사를 마무리하며 신축교안 희생자들을 위해 문 주교 주례로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문 주교는 강론에서 신축교안으로 천주교 신자 300여 명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당시 아픔으로 남은 희생자들을 모두 부르며 기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교안은 교회사적 문제이자 역사적 문제임을 꼬집으며 “좀 더 발전적이고 일치된 견해로 화해와 상생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자”고 호소했다. 문 주교는 “진정한 사랑의 몸짓으로 함께 손잡고 하나의 마음으로 화해해 제주도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자”며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지 말고 선조들이 가졌던 하느님 사랑 가득한 세상의 꿈을 다시 꾸자”고 당부했다.

 

“서로 사랑할 때 하나가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죠. 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될 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가 하나씩 드러납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6월 6일, 성슬기 기자]

 

 

제주교구 ‘신축교안 120주년’ 기념행사


모든 억울한 죽음 기억하며 교회와 사회 ‘화합·상생’ 다짐

 

 

-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왼쪽에서 네 번째)와 관계자들이 5월 29일 제주 황사평성지에서 ‘화해의 탑’ 제막식을 거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교구가 지역 사회와 동행하기 위해 ‘기억과 화합’의 손길을 내밀었다.

 

제주교구는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5월 28~29일 다양한 행사를 마련, 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역사를 반성하고 갈등을 넘어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상생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신축교안은 1901년 제주도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민군이 충돌한 사건으로, 그해 5월 28일 제주성에 입성한 민군은 천주교 신자 300여 명을 살해했다. 흔히 ‘이재수의 난’으로 널리 알려진 신축교안은 세금징수의 폐단인 세폐(稅弊)와 천주교의 교세 확장 과정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폐단인 교폐(敎弊)의 복합작용으로 일어났다. 그동안 교회와 지역 사회는 신축교안 원인에 관해 인식 차이를 보여 왔으나, 최근 교회가 먼저 과거를 성찰하고 역사를 바로잡으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교구는 28일 오후 2시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신축교안, 기억과 화합’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지역 사회와의 동행을 위해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심포지엄은 교구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공동 주관했다. 또한 심포지엄에서는 ‘신축교안’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인식부터 최근까지 제주 사회가 바라봤던 관점 등 양측의 인식 변화를 깊이 있게 다뤘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심포지엄 개회사를 통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관점에서 갈등과 충돌의 역사를 반성하며, 단순히 아픔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미래를 위해 화해하고 그 여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많은 이들이 교회를 위해 죽었는데, 진정 교회도 제주도 문화를 위해 죽었는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제주 문화로부터 경청하려는 자세와 진정한 화해를 통하여 새로운 복음화의 싹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9일 오후 2시에는 황사평성지에서 제주교구와 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세운 ‘화해의 탑’ 제막식을 거행했다. 이어 황사평성지에서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 이르는 ‘신축화해길’을 순례했다.

 

행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억울하게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민군들과 당시 고통받은 이들을 함께 기억하며 화합과 상생을 위해 기도했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 중앙주교좌성당에서는 신축교안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교구가 신자뿐 아니라 신축교안 당시 희생된 지역민들을 위해 공식적으로 미사를 봉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주교는 강론에서 “그동안 신축교안은 종교와 문화, 가해자와 피해자 등을 구분하며 이분법적 논리로 인식됐다”며 “앞으로는 화합과 일치 속에 오직 제주를 향한 교회, 제주를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순례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한편 교구는 2003년 11월 7일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 기념사업회’와 함께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문’을 발표하며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당시 교구는 지역 사회를 향해 과거사의 진실을 함께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나아가자고 다짐했다.

 

교구 사무처장 현요안 신부는 “당시 공동선언문 채택은 한국 근현대사 안에서 용서와 화해를 공적으로 선언하고 교회와 지역 사회가 함께 사회적 일치를 위해 노력하자고 선언한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가톨릭신문, 2021년 6월 6일, 성슬기 기자]

 

 

제주 신축교안 120주년 심포지엄 ‘신축교안, 기억과 화합’


신축교안 아픔 딛고 제주 공동체 화해와 상생의 길 나아가야

 

 

제주교구는 5월 28일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기억과 화합 신축교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심포지엄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맹현균 기자.

 

 

120년 전, 신축년(1901년) 5월 제주도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관리들의 과다한 세금 징수와 수탈, 서양 선교사들의 치외법권 권력에 편승해 전통문화와 무속 신앙, 종교 의례를 무시하는 천주교 신자들의 횡포에 저항해 제주민들이 손에 무기를 들었다. 그해 5월 28일 제주성에 입성한 이들은 500~600명의 천주교 신자를 학살했다. 이 사건을 우리는 ‘신축교안(辛丑敎案)’, ‘제주교난(濟州敎難)’, ‘제주교란(濟州敎亂)’, ‘제주민란(濟州民亂)’, ‘이재수(李在守)의 난’ 등으로 부른다.

 

신축교안은 한국천주교회사의 중요한 사건이다.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고, 제주 교회는 큰 타격을 입었다. 신축교안의 여진은 여전히 제주 사회에 앙금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제주교구와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는 2003년 11월 7일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문’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함께 사과하고, 관용의 정신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제주 공동체의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고 약속했다.

 

제주교구(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올해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이웃 종교와 타문화를 존중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참된 회심자의 자세로 과거사를 반성하고 잘못을 사과하며, 지역 사회와 시민 공동체와 연대해 용서와 화해, 화합과 일치를 향한 ‘제주다움의 회복운동’을 펼치려 한다. 제주교구는 그 출발점으로 120년 전 대학살이 있었던 5월 28일 제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기억과 화합 신축교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평화신문은 역사적인 이 화해의 장을 지상 중계한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함께 했다.

 

 

천주교회의 신축교안 인식 형성과 변화(양인성, 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축교안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천주교회나 교회사 연구자들은 ‘박해’라고 규정하고 신자들의 희생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봉세관(捧稅官, 세금 징수 관리)의 세폐(稅弊)’와 ‘천주교 신자들의 작폐(敎弊)’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현재 역사학계의 일반 인식이다. 아울러 민중사 관점에서 반봉건ㆍ반제국주의 운동으로 평가하는 연구가 있다. 천주교와 토착 문화의 갈등을 대표하는 사례로 신축교안을 주목하기도 한다.

 

제주교구는 1997년 ‘제주 선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교구사를 편찬하면서 신축교안 인식을 재검토했다. 제주교구는 신축교안을 ‘무죄한 신자들’이 희생된 ‘천주교 박해’라고만 주장하지 않았다. 또한, 교안 당시에 있었던 교회의 잘못을 반성하고, 제주 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화해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인식했다. 이에 천주교회는 제주 사회와의 대화에 나섰다.

 

제주교구는 2003년 11월 7일 1901년 제주항쟁 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문’을 발표했다. 천주교회는 과거 교회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동양 강점을 위한 치열한 각축의 시기에 선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주 민중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의 잘못을 사과했다. 기념사업회는 제주도민을 대표해 “봉건왕조의 압제와 외세의 침탈에 맞서 분연히 항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천주교인과 무고한 인명 살상의 비극을 초래한 데 대하여 사과했다.

 

하지만 천주교회와 제주 사회가 대화에 나섰음에도 각자의 신축교안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평행선을 달려왔던 만큼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천주교회와 제주 사회의 ‘진정한 대화’는 앞으로의 숙제이다. 이는 단발적인 만남과 대화로는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상대의 인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점도 깨닫게 해준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2021년 사목 교서에서 신축교안에 대해 교회가 반성하고 참된 형제애로 동반 성장하자고 했다. 제주 사회는 4월 6일에 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 창립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기념사업회는 기념행사, 교육 및 출판, 홍보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천주교회와 제주 사회가 다시금 대화할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양측의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기대해 본다

 

 

대중문화에 드러난 신축교안의 양상(강옥희, 상명대학교 교수)

 

1901년 민란인 신축교안을 세상에 널리 알린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박광수 감독의 영화 ‘이재수의 난’, 마당극 ‘이실 재(在) 직힐 수(守)’가 있다.

 

현기영은 「변방에 우짖는 새」를 통해 신축년 민란의 발발 과정과 경과, 그 안에서 민중과 천주교회의 역사적 비극을 잘 드러냈다. 현기영은 작가의 상상력보다는 김윤식의 제주 유배 기록인 「속음청사」의 내용을 작품 안에 재현해 신축년의 민란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신축년의 민란을 통해 조선 말기부터 형식만 바뀐 대한제국이 부패하고,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것들을 수용하면서 갈등하고 상처를 남기고 그것의 치유를 통해 현재의 역사를 만들어낸 역사적 전사로서 교훈을 주고 있다.

 

제주 민란의 역사와 원인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를 통해 널리 확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신축교안의 문학적 진술의 근거로 삼고 있는 역사적 기록을 살펴본 결과, 신축교안의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되었던 교폐의 근저에는 세폐의 문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제주 민란의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 이재수의 영웅적 면모는 작품과 달리 실제 기록에는 부정적인 인물로 평가되어 있고, 심지어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수상한 영향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수에 대한 평가나 작품 안에서 이재수는 당대 모순을 타파해나가는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형상화되는데, 이재수의 의기나 영웅적 면모, 이후 제주 민란이 이재수의 난으로 정착되고 인식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역사의 아픔을 상기시키지만, 역사에서나 문학작품 안에서 신축교안의 기억은 현재 우리의 삶을 통찰하고 반성하며 이해하고 화합하는 기억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2003년 미래 선언의 의미와 향후 기념사업의 방향 - 교황 프란치스코의 회칙 「모든 형제들」을 중심으로(현요안 신부, 제주교구사무처장)

 

교종 프란치스코는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기억과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회가 먼저 평화의 여정을 향한 쉼 없는 노력과 창의적인 유연한 태도를 지닐 것을 권고한다.

 

이에 제주 교회는 신축교안 120주년을 기념해 가해자와 희생자의 구분을 뛰어넘어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차원으로 추모 공간을 조성한다. ‘황사평 성역화 사업’이다. 그 안에 2003년 미래 선언에서 제안한 ‘화해의 탑’을 세우고, ‘화해의 성당’, ‘역사 추모공원’ 등을 차례로 조성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성당에서는 위령 미사와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원 미사를 봉헌하며, 역사 추모공원은 후손들을 향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교육 장소이다. 그리고 용서와 화해를 위한 서로 간의 협력과 평화를 담은 미래 비전과 소망을 제시해 모든 도민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하겠다.

 

제주교구는 황사평 성지 마스터플랜을 위한 ‘장묘문화 소위원회’를 지난 3월 말에 구성했고, 신축교안의 역사적 장소인 ‘황사평 신축교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평화의 연대성을 강조한 교종의 가르침에 따라 제주 교회는 ‘평화 교육을 활성화’한다. 먼저 신성학원은 평화 교육의 주체로서 인성교육, 역사교육, 평화교육, 생태환경 교육의 산실로 제주 지역 학교에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그리고 강정평화센터를 중심으로 예수회 공동체의 프로그램 진행은 사뭇 새로운 평화의 바람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제주 교회는 제주도민 사회와의 ‘연대 사업을 활성화’한다. 제주교구가 ‘신축항쟁 120주년 기념사업회’와의 연대를 통해 용서와 화해, 화합과 일치를 향한 ‘제주다움의 회복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역사의 주역으로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구체적 사료를 바탕으로 한 예술을 통한 역사의 재현(음악, 미술, 공연 등)과 ‘관덕정’, ‘황사평’, ‘삼의사비’, ‘대정향교’ 등 역사적 현장에 대한 보전, 순례를 통한 역사 기행이 개인의 기억과 공동체의 체험에 녹아들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모든 형제들」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인류와 보편적인 형제애의 발전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제주 교회는 전쟁 긴장 지역 안에서의 평화지대 구축을 위한 평화 운동, 제주의 자연과 환경, 문화, 삼무정신, 사냥정신, 수눌음 정신 등 제주의 공동체성 회복 운동, 신축교안, 제주 4ㆍ3을 주제로 한 ‘진실과 화해’ 운동, 일제 군사기지와 강정 해군기지가 이어지는 평화기행, 올레길, 순례길 등 생태환경교육 기행 등으로 다양한 사목 활동을 펼칠 것이다.

 

신축교안이 주는 교훈적인 내용을 되새기며 국가와 도 정치권력과 거대한 자본과 정치 영향 등으로부터 ‘제주다움의 정체성’과 ‘제주 문화’를 함께 지켜나가고, 가치ㆍ의미ㆍ방향성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연대 사업을 도모해 나가길 기대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6일, 정리=리길재 기자]

 

 

제주 황사평성지 ‘화해의 탑’ 제막


선교사와 제주도민 손 맞잡은 ‘화해의 탑’… 상생의 발걸음 내딛은 제주

 

 

5월 29일 제주시 화북2동 황사평성지 ‘화해의 탑’ 제막식에서 교구장 문창우 주교와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 좌남수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교구와 ‘1901년제주항쟁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문(2003년)’을 발표하며 ‘화해의 탑’을 설치하기로 한 약속이 18년 만에 이뤄졌다.

 

올해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은 제주교구는 5월 29일 제주시 화북2동 황사평성지에서 ‘화해의 탑’ 제막식과 ‘신축화해 길 걷기’ 행사를 열고, 용서와 화해ㆍ화합과 일치를 향한 제주다움의 회복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저녁에는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신축교안 희생자를 위한 위령 미사를 봉헌했다.

 

제주교구와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는 황사평 묘역에 ‘화해의 탑’을 세우고, 화합과 상생의 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화해의 탑에는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참된 화해와 상생의 길을 걸어갑시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화해의 탑은 외국인 선교사와 제주도민이 손을 맞잡고 서로를 안아주는 형상으로 제작했다. 도예가 허민자(율리아나) 제주대 명예교수가 탑을 제작했으며, 서예가 양상철(프란치스코)씨가 ‘화해의 탑’ 글자를 새겼다.

 

제막식은 축복 기도를 시작으로 기념사ㆍ축사ㆍ헌화ㆍ전례 무용 봉헌 순서로 진행됐다.

 

교구 총대리 강형민 신부는 기념사에서 “화해의 탑 제막으로 제주 천주교회와 제주도민 사회가 화해 관계를 넘어 화합과 상생의 생명공동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제주교구는 황사평성지부터 중앙주교좌성당까지 신축화해 길 걷기 행사를 열고, 화해와 상생을 위한 걸음을 되새겼다.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 좌남수 공동대표는 “1901년 제주도민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겼던 아픔을 딛고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화해의 탑을 제막하게 된 것을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반성과 화해를 디딤돌로 삼아 도민과 함께 희망찬 미래의 발걸음 내딛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막식에는 교구장 문창우 주교와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1920년 첫 로마 신학생으로 신축교안 당시 아버지를 잃은 제주 출신 전아오(아우구스티노, 1894~1922)씨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제막식 후 황사평성지에서 제주 4ㆍ3 당시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진 곤을동 마을 터를 지나 중앙주교좌성당까지 걷는 순례길 걷기 행사가 이어졌다. 마지막 도착지인 중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문창우 주교 주례로 신축교안 희생자를 위한 위령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문창우 주교는 위령 미사 강론에서 “신축교안 120주년의 희생의 밀알들이 오늘날 제주 교회를 이루는 열매”라면서 “제주가 평화의 섬, 생태의 섬,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선조들의 희생의 시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화해와 상생의 여정 안에서 제주를 향한, 제주를 위한 교회가 되도록 마음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6일, 맹현균 기자, 기사ㆍ사진 제공=오상철 명예기자ㆍ유태복씨]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인터뷰 - “신축교안의 아픔 돌아보고 형제애 회복하자”

 

 

“이웃과 살아가는 자세 안에서 우리가 늘 겸손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 또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다른 단체 안에서 교회 모습이 교회답지 못한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폭력으로 발전하거나 과거의 아픔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사진>는 5월 28일 제주시 아라일동 주교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축교안이 120년이 지난 과거의 사건이지만 신축교안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면서 “신축교안을 교회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이정표로 바라봐달라”고 밝혔다.

 

문 주교는 “신축교안은 120년 전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1876년 조선 개항 후 천주교회가 우리나라의 각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천주교와 지역민의 충돌이 많이 있었다”면서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으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 데 몇 개월이 걸렸고, 그만큼 충돌과 희생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 제주교구와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가 발표한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문’ 이후 신자들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기초적인 작업과 함께 교회는 문화 우월적 자세를 가졌던 점을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선교사들이 갖고 있던 자세는 문화 우월적인 자세였습니다. 제주 문화를 미개하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했고, 문명화시키려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축교안 심포지엄은 제주의 문화로부터 인간이 살아가면서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주교는 “신축교안은 선교사들을 위한 샘플(교본)이 될 수 있다”며 “당시 프랑스 선교사의 과오를 통해 앞으로 선교지로 향하는 선교사 교육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주교는 “천주교회가 커지는 가운데 교회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교회를 알리는 선교적 방식뿐 아니라 신자들 스스로 먼저 기쁜 소식으로 복음화돼야 한다”며 “이는 우리의 신앙뿐 아니라 이웃과 살아가는 자세 안에서 복음화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신축교안 심포지엄(28일)을 시작으로 황사평성지에 마련한 ‘화해의 탑’ 제막식ㆍ신축화해 길 걷기(29일)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역사 안에서 그분들을 통합하고 일치하고, 기억하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를 위해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시민사회 단체)’가 발족했다”며, “출범식뿐 아니라 화해와 상생의 굿, 삼의사비(‘종교가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세를 등에 업었을 때 생겨나는 폐단에 교훈적 표석이 될 것’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비로, 1901년 신축년 농민항쟁을 이끈 세 장두를 기리는 비석) 앞에서 나름의 화해의 제막식이 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의 행사에 우리도 참석해 화해와 상생을 위해 본격적으로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주교는 “화해의 탑을 세운 황사평성지는 신축교안 당시 민군이 제주성에 들어오기 위한 집결지였던 동시에 희생을 당한 천주교 신자들이 잠든 장소”라면서 “추모공간이자 기도하는 공간, 제주민 모두에게 열린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주교는 제주도민의 일원이자 제주교구를 대표하는 목자로서 역사 문제를 통해 제주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제주 4ㆍ3 7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교구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과거에 벌어진 역사 안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아픔과 갈등, 서로 이해하지 못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역사에 대한 진실한 추적을 통해 교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문 주교는 “이 시대에 요청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형제애’”라며 “이는 곧 ‘하느님의 백성다움’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형제라는 인식 안에서 하느님의 시선을 갖는다면, 많은 갈등과 충돌, 고통, 폭력, 전쟁 문제를 하느님 안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6일, 맹현균 기자,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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