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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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지지부진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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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56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24) 지지부진한 인생

 

 

Q. 저는 제 인생이 늘 지지부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어떤 분이 조언하기를 “물건이든 무엇이든 자주 바꾸면 기분전환이 되고 살맛 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이후로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무엇이건 바꾸는데, 문제는 바꾸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그 기간이 짧아져 제가 잘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A. 인생을 살다 보면 짜증 날 때가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자기 인생이 달라지는 것 없이 늘 똑같다는 생각을 할 때 짜증이 폭발합니다.

 

역으로 우리가 기분이 가장 좋을 때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으로 바꿨을 때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차를 바꿨을 때, 여자들은 가방이나 집을 바꿨을 때가 기분이 좋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가진 간절한 욕망 중 하나가 바꾸고 싶은 욕망입니다.

 

바꾸고 싶은 욕망은 사회가 문명화돼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광고 때문입니다. 광고를 보면 알겠지만 물건을 바꾸라, 차를 바꾸라, 집을 바꾸라 하면서 마치 바꾸기만 하면 기분이 천당에라도 갈듯 떠들어댑니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 욕망을 자극해 돈벌이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바꾸고 싶은 욕망에 쫓겨 돈이 생기는 대로, 또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헌것을 새것으로 바꾸려 하고, 심지어 자기 얼굴을 뜯어고치거나 사람마저 바꾸려 합니다. 그럼 이렇게 닥치는 대로 바꾸는 것이 과연 현명한 삶일까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이혼을 세 번이나 하고 네 번째 혼인을 준비하는 돈 많은 여인에게 기자가 소감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인이 대답하길 “그놈이 그놈이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또 혼인하느냐고 묻자 여인은 “그래도 바꿔보면 혹시 나을지도 몰라서 그래” 하고 말하더랍니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바로 ‘중독현상’ 때문입니다. 바꾸고 싶은 욕망을 지나치게 채워주다 보면 중독현상이 생깁니다. 얼굴 뜯어고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수술하는 성형중독, 집안 가구를 바꾼 지 며칠 안 됐는데 또 바꾸는 가구 바꾸기 중독, 신형 기계를 산 게 바로 얼마 전인데 새것을 보면 사고 싶어 안달하는 기계 바꾸기 중독 등 새로운 것으로 바꾸지 않으면 몸이 아프고 우울해지는 증상들은 지나치게 바꾸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부산물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중독현상에 대해 심각한 대응을 안 하는 것일까요? 통념적으로 알코올중독이나 도박중독 같은 것은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기에 금기시하고 죄악시하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바꾸고 싶은 욕망 중독은 멀쩡하게 직장에 다니고 가정생활을 꾸려가기에 문제는 있지만 심각하지는 않다고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결말이 좋지 않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돼 파산하고 이혼을 당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옵니다. 소위 사회 부적응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꾸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다가는 통제력을 상실하기에 자기 스스로 절제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부을 만한 보람된 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 거기에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바꾸고 싶은 욕망과 중독을 어느 정도 끊을 수 있습니다.

 

형제님은 에너지는 넘치는데 그 힘을 쏟을 곳을 찾지 못해서 엉뚱한 것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니, 전문상담을 받으셔서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찾기 바랍니다.

 

추가로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이 쉽게 바꾸려는 습성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그럼 똑같이 변함없이 사는 것이 항구한 것이고 미덕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변화 없이 사는 것 역시 문제를 일으킵니다.

 

아무런 자극이 없어서 자기 안주를 하거나 퇴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나치지만 않다면 적당히 바꾸는 행위는 기분전환이 되고 삶에 자극을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떠나라고 하신 것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식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힘닿는 대로 바꾸되 바꿀 수 없는 것은 그 존재가치와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속상한 마음을 줄일 수 있고, 철없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1년 10월 30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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