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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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우리 아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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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5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27) 우리 아들 좀

 

 

Q. 저는 52살 먹은 아들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혹시라도 마음 상한 말이라도 들을까봐 애지중지 키운 아들인데, 제 마음과는 달리 일찍부터 술과 담배를 배우고 공부는 뒷전이더니, 직장생활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근근이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술을 무척 좋아해서 그런지 몸이 자주 아프더니 근래는 일도 못 나가고 방구석에만 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데다 저와 같이 사는 것도 싫다고 해서 방을 따로 구해주고 생활비도 조금씩 대주고 있습니다.

 

저는 아들 생각만 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밤잠을 설치고 밥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아들은 자기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아들 걱정을 내려놓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죽으면 누가 우리 아들을 돌봐줄까요?

 

 

A. 나이 오십이 넘도록 늙으신 어머니 마음을 힘들게 하는 아들도 문제지만 아들을 걱정하는 자매님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심과 걱정이 많으면 잠자리가 편치 않고 먹는 것도 편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자매님은 지금 불안증에 걸린 것입니다.

 

불안이란 무엇인가요? 심리적 경보장치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감당치 못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 안에서 경보장치가 울립니다. 그것을 불안감이라고 하는데, 이런 감정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것이고 또 이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이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신 생존기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경보장치가 시도때도없이 울릴 때입니다. 만약 도둑을 막으려 설치한 경보장치가 바람만 불어도 울린다면 가족들이 어떻게 될까요? 노이로제에 걸릴 것입니다. 그처럼 ‘불안장애’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걱정거리를 잘 처리하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자매님은 아들에 대한 걱정을 어디엔가 하소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매님 마음을 털어놓을 좋은 친구가 있으면, 걱정 때문에 병드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걱정거리는 혼자 마음에 담아두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집니다. 걱정은 자꾸 주물럭거리고 만지면 만질수록 더 커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 친구가 필요합니다. 미주알고주알 온갖 걱정거리는 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는 친구. 이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내적 불안이 적당히 환기되고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야말로 걱정해소에 절대적 필요 존재, 위기 중재자이자 심리적 보약 중의 보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이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신 뒤에 임신한 몸을 이끌고 그 먼 길을 가서 사촌 엘리사벳을 만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자매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입이 무겁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친구여야 합니다. 영리하지 못한 친구에게 잘못 털어놓으면 말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바쁘게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걱정거리에 시달릴 때는 언제일까요? 걱정거리는 사람이 한가할 때 떠오릅니다. 그리고 걱정에 시달리는 분들은 움직임이 적어집니다. 따라서 걱정을 처리하는 방법은 걱정의 이런 특성과는 전혀 반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쁘게 사는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요? 사람은 구조적으로 두 가지 생각을 못 하는데, 이것은 감정의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할 수가 없고 한쪽 감정이 다른 감정을 몰아내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근심 걱정에 시달리는 불안증 환자일수록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몸으로 바쁘게 일해서 마음 안의 음울하고 불안한 기운을 몰아내야 합니다.

 

관상수도원을 다녀오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곳에 사는 분들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생각들 하십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주일이라도 살아본 분들은 절대 그런 말을 못합니다. 수도자들의 일과가 훈련소 일과 못지않게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곳 수도자들이 건강해 보이는 이유는 노동이 웬만한 신경질환을 다 낫게 해주고 잡념을 마음 안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을 ‘심리적 백신’이라고도 부릅니다.

 

세 번째 방법은 걱정거리를 전부 다 적어보는 것입니다. 걱정 목록을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는 앞으로 내가 살 날을 써보세요. 그리고 대조해보십시오. 그렇게 양쪽을 보다 보면 내가 지금 걱정을 해야 할 것과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이고, 더 자주 들여다보면 내가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자매님 아드님이 오십 살이 넘었으니 자매님 연세도 팔십이 가까우실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실 때가 다 돼가는데 아들 걱정만 하시면 자매님 영혼이 편하게 안식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들은 불효자식이 돼서 하느님께 야단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제는 아들 걱정 그만하시고 자매님의 남은 인생을 하느님과 자매님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20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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