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화)
(홍)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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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전례 탐구 생활27: 화답송 - 말씀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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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17 ㅣ No.2052

전례 탐구 생활 (27) 화답송 : 말씀의 메아리

 

 

제1독서에서 선포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다음, 우리는 빈약한 인간의 말 대신에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시편에서 가져온 감사와 찬양의 말로 응답합니다. 가급적 노래로 하기를 권하는 시편 낭송은 독서 말씀을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도의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바오로 사도가 신자들에게 시편을 노래하라고 직접 권고했을 만큼(콜로 3,16), 시편 기도는 구약의 백성에게서 물려받아 교회의 전례 안에서 새롭게 꽃핀 소중하고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교회 전례 안에서 시편은 늦어도 3세기부터는 선창자가 노래하고 회중이 응답하는 방식으로 낭송했는데, 회중은 시편의 첫 소절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완창하기보다 중간중간 회중 전체가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를 두는 것은 옛 이스라엘의 전통을 반영한 형식입니다.

 

시편은 본래 예루살렘 성전에서 개인 신심과 공동예배를 위해 사용되던 150편의 거룩한 찬가 모음집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는 앞뒤에 공통 후렴을 붙여 편을 나누어 소리를 주고받는 교송(交誦)으로 시편을 노래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메기고 받는 형식 또는 ‘선후창’은 시편 말고도 성경 곳곳에 등장합니다. 시나이산 계약 체결 장면에서 모세가 백성에게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면 백성은 “다 함께” 전례 리듬에 따라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것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탈출 19,8). 또 에즈라가 백성에게 율법서를 읽고 주님을 찬미하자 백성은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합니다(느헤 8,6). 사도 성 요한의 환시 속에 나오는 천상 전례에서는 수많은 천사들의 무리가 “살해된 어린양은 권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미를 받기에 합당하십니다.” 하고 주님을 찬미하자 모든 피조물이 “어좌에 앉아 계신 분과 어린양께 찬미와 영예와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하고 응답합니다. 네 생물이 그 뒤를 "아멘.”으로 받습니다(묵시 5,11-14).

 

하느님 앞에 모인 백성은 결코 관중, 청중, 구경꾼으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눈으로 파악하고 귀로 이해하고 입으로 소리 내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능동적인 참여자입니다. 주례자 또는 선창자가 먼저 노래하면 백성은 하느님의 현존 앞에 서 있다는 자각이 담긴 놀라움과 기쁨의 소리로 받습니다. 화답송에서 이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는 둘 다 하느님 말씀, 특히 시편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독서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고 난 후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 어떤 기도로 응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 놓입니다. 바로 그때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기도해 주시는 성령께서 합당한 기도의 말을 우리 입에 넣어 주시는 것입니다(로마 8,26 참조).

 

따라서 화답송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아닙니다. 아직 우리는 하느님 말씀에 취해 있고, 말씀이 말씀을 되울리는 거룩한 메아리 속에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들은 뒤 바치는 시편의 찬미를 화답송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선창자가 부르고 백성이 화답하는 형식, 또는 두 편으로 나누어 시로 주고받는 형식 때문입니다. 이 틀 안에서 우리는 말씀이 메아리치도록 내어드리는 악기가 되는 것입니다.

 

[2020년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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