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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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빠뜨리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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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59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28) 빠뜨리면 안 되나요

 

 

Q. 저는 세례 받은 지 2년 된 신자입니다. 대모님이 매우 신심이 깊어서 늘 그 삶을 본받으려고 하는 데 왠지 힘이 드네요. 대모님은 묵주기도를 하다가 한 알이라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9일기도도 하루라도 제대로 못하면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 말씀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마음에 부담이 돼서 기도할 때마다 긴장이 되고 불안합니다.

 

또 대모님은 고해성사도 고백하고 난 후 죄가 생각나면 다시 봐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무고해 대죄'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고해성사도 마음 편히 못보고, 보고 난 후에도 전전긍긍합니다. 이제는 대모님을 좀 멀리하고 싶다는 마음마저 드는데 이러한 저의 마음이 정말 마귀의 유혹인가요? 아니면 제가 게을러서 그런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A. 대모님이 신심이 깊은 분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지요. 대모님은 강박증이 심한 분입니다. 강박증이란 어떤 생각이나 충동들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이를 자기 의지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이나 행동을 멈추려고 하면 불안해져서 다시 같은 것을 반복하게 합니다. 

 

예컨대 강박증이 있는 분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다가 한 알이라도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 안에서 더 이상 하지 말고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고해성사 역시 죄를 전부 고백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 안에서 ‘아까 고백한 것은 다 거짓이야. 처음부터 다시 봐야해’ 하고 고래고래 치는 소리가 들려 마음의 편안함을 갖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고해성사를 보게 합니다.

 

이런 강박증이 있는 분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면 미사를 보다가 주례신부가 찬 시계가 너무 눈에 거슬린다고 미사 내내 분심을 갖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 기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사 내내 그 사람에게 속으로 화를 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또 영성체하러 나가는 중에 갑자기 성스럽지 못한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나가다 말고 자리로 되돌아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혹은 해설자가 전례를 조금이라도 틀리면 분심이 든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미사에 늦게 오는 신자 때문에 자기 기도가 흠집이 생겼다고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이런 경향을 보이는 분들은 얼핏 진중하고 꼼꼼한 분이라고 좋게 볼 수도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대체로 무능력합니다. 왜냐면 강박적 생각이나 행동으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사회생활 역시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대인관계를 맺기도 어렵고,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작은 일에 심하게 집착해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니 결실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은 어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에서 진단을 받으시고 약물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 상담을 하거나 혹은 심리치료기법을 익혀서 자기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훈련기법 중에는 '사고중지기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강박적 사고나 행동을 하게 될 때 마음속으로 '이제 그만'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마귀들린 사람에게 “나가라” 하고 외치신 것도 일종의 사고중지기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 나름대로 중지언어를 만들어서 자기치료에 사용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상상기법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강박적 생각은 불안함과 죄책감을 동반하니 그런 때는 주님께서 나의 기도가 아무리 하잘 것 없더라도 받아주실 것이라 상상하는 것인데, 분심투성이인 나의 기도를 기쁘게 받아주시는 주님을 상상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가라앉습니다.

 

또 긴장 이완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기도가 분심투성이라 여겨져 마음이 괴로울 때는 일단 하던 기도를 멈추고 누워서 성가를 들으며 마음을 편하게 이완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강박적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은 대개 마음에 불안감이 큰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구원불안증 혹은 내세에 대한 불안증, 지옥이나 연옥에 대한 불안감, 처벌에 대한 불안감이 큰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들은 성장 과정에서 생긴 것들이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분들의 신앙관 혹은 신관이 건강한 것인지 점검해봐야 하고, 어린시절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 안에 깊이 자리잡은 불안감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자매님의 대모님은 강박증이 심한분이니 멀리 하심이 좋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가까이 지내면 자매님도 감염될지 모릅니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27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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