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생명수의 원천(닻내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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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601

[레지오와 마음읽기] 생명수의 원천(닻내림 효과)

 

 

화과산 큰 바위에서 태어난 손오공은 신선에게 배운 도술로 용궁과 천궁에서 말썽을 피우며 옥황상제가 되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이에 부처님이 ‘내 손바닥을 벗어나면 소원을 들어주고 그러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하자,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수만리를 날아가 그곳에서 구름 위로 솟은 높은 기둥을 발견하고 기둥에 ‘손오공 다녀가다’라고 쓰고 왔다. 그리고 부처님한테 자랑을 했지만 그 기둥이 부처님 손가락이어서 결국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해 벌을 받았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속담이 “날아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다.

 

심리학을 경제학에 접목시켜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사람의 생각에 대한 실험들로 유명하다. 실험 하나를 소개하면,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1부터 100까지 카드 중 하나를 뽑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실험실로 장소를 옮겨 다음 질문에 답하게 한다. “유엔에 가입되어 있는 아프리카 나라의 수가 얼마일까”라는 것이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처음 접한 정보가 다음 생각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과연 사람들은 문제를 풀 때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정보라도 그 정보에 영향을 받았을까?

 

카드로 얻은 숫자는 순전히 우연이이서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나라의 수와는 어떤 관계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나게도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뽑은 숫자와 가까운 수치로 아프리카 국가의 수를 말했다고 한다. 물론 실험 전에 이미 정확한 수를 알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정확한 수를 모르고 있었는데, 실험 결과는 카드에서 평균 10을 뽑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가입국이 25개국 정도 될 것이라고 하고, 카드에서 뽑은 숫자가 평균 65였던 사람들은 45개국 정도 일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즉 카드로 큰 수를 뽑은 사람일수록 추정하는 숫자 역시 컸다는 것이다.

 

이처럼 ‘처음 입력된 정보가 기준이 되어 다음 생각이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배를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만드는 “닻”에 비유하여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처음 입력된 정보가 다음 생각이나 판단에 영향 끼쳐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할인 행사 때 기존 가격을 본 소비자에게는 기존 가격이 닻, 즉 기준이 되어 할인 제품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져 구매를 하게 된다거나, 명품브랜드 매장에서 잘 보이게 진열된 최고가의 물건을 보고나면 다른 제품은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것 등이다. 누구라도 5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보고 난 뒤 100만 원짜리 가방을 보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사업 협상에서도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쪽이 유리하게 합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또한 처음 제시한 협상 가격이 닻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도 뭔가를 결정해야할 때 앞 선 사람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가 궁금하지 않는가!

 

이처럼 닻내림 효과는 어떤 상황에 대해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동시에,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시간이나 비용이 부족하고 한정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거나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는 더욱 그 폐해가 크다.

 

B형제는 어려서부터 집안일보다는 성당 일에 많은 시간을 썼던 엄마의 모습이 싫어 성당 봉사 단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잦은 단체 가입 권유에도 단호히 거절하며 주일미사만을 고집했다. 그러다 나이 들어 견진을 받으면서 대부를 소개받았는데, 그 대부가 자신과 공통점이 많아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집을 꺾고 입단하게 되었는데, 그 Pr.은 대체로 젊은 신 단원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단원의 기본적인 의무기도도 잘 못하는 분위기였으나 본당 협조를 중심으로 봉사하면서 단합이 잘되어, 그 형제는 즐겁게 레지오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 이사로 전출간 곳의 Pr.은 기도도 많이 하고 활동도 본당협조만이 아닌 외부 단체에서도 봉사를 하는 등 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따라 하기 힘들어 그만 두려고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단원들의 격려로 버티게 되었다. 결국 그동안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레지오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 지금은 꾸리아 간부로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저에겐 처음 간 Pr.의 선배들 모습이 기준이 되어 제대로 된 단원 생활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후배들에게 기준이나 표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제대로 하려고 애쓰고 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에 받은 영향이 꽤 커서 힘들긴 했지만 늦게라도 모범적인 선배들을 만난 게 은총이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활동을 통해 군인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해야

 

“상당한 기간 레지오 단원 생활을 한 사람들의 수준은 일반 신자들보다 자연히 높아”(교본 272쪽)지고 “레지오에서는 – 중략 - 그 체계가 단원들로 하여금 해이해질 수 없도록 만든다.”(교본 527쪽)고 하니 레지오에 몸담아 머무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레지오는 체재 전체가 닻처럼 안정적인 영성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즉 성령의 힘을 간구하는 기도와 구체적 봉사를 위한 활동배당과 활동보고, 레지오 정신을 배우는 교본연구 등으로 이루어지는 주회합 뿐만 아니라, 레지오의 관문인 수련기간과 선서, 영성적 안목을 높여주는 영적지도자의 존재와 운영에 힘을 주는 상급 기관 등은 단원들의 영신생활 향상을 가져다주는 좋은 장치이다.

 

하지만 항해하고자 하는 배에게는 닻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주어지는 최소한의 의무만을 행하겠다는 생각은 덫이 될 수도 있다. “레지오가 정한 기준은 그리스도교 신자의 기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교본 303쪽)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단원이 갖추어야 할 수준은 그가 어떠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교본 488쪽)지고 “활동 분야를 점진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단원들의 수준을 끊임없이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방법”(교본 346쪽)이라고 하니, 레지오 단원들은 자신이 하는 활동을 통해 군인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 특성은 “숭고하고 자기희생적이며 기사도 정신을 갖춘 강인함”(교본 290쪽)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레지오 정신이 물들 수 있도록 레지오에 오래 머물면서 성모님과 하나 되어 ‘성모님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생각으로 단원 생활을 하여야 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가 우리의 내적 생활을 온통 새롭게 해줄 능력이 있는 생명수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맑고 깊은 생명의 샘을 주시니, 이 물을 마시는 것이 나의 의무가 아닌가!”(뀌이노 신부 / Fr. Canon Guynot) (교본 285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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