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신앙의 기초공사, 교리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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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600

[허영엽 신부의 ‘나눔’] 신앙의 기초공사, 교리 공부

 

 

지난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이런 무더위는 처음”이라며 여름나기를 무척이나 힘겨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이제는 가을도 끝이 보입니다. 다시금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절감합니다.

 

그 무더운 여름이 막 시작하기 전, 무척이나 무모한(?) 여름계획을 세우고 말았습니다. 여름동안 ‘교리 공부반’을 만들어 교리를 가르치기로 한 것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쩌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런 결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제 생활 중 근 20년 동안 성무활동과 더불어 성서공부, 성서연수지도, 성서에 관한 글쓰기 등 성서와 관련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성서를 가르치는 일을 통해 사제생활 안에서 참으로 많은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성서모임 연수지도를 하면서 그들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신비로운 체험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서 공부를 하는 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성서를 열심히 공부하는 분들 가운데 일부는 천주교 교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성서공부를 열심히 했던 젊은이들 가운데 일부가 이단의 유혹에 빠져 교회를 떠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리나 성서는 당연히 신자들의 영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신자로서 교리를 잘 모른다는 것은 신앙의 기초가 되는 토대 없이 그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가 믿는 종교의 교리를 알아야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물의 기초 공사가 부실하면 아무리 다음 공사를 잘해도 위험한 붕괴사고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가톨릭 대사전에서 ‘교리’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교리(敎理)란 종교상의 근본 원리나 이치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신앙의 진리를 말한다. 그 가톨릭 교리는 믿을 교리, 지킬 계명, 은총을 얻는 방법 등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교리서(敎理書)란 교리를 기록한 책을 말한다. 이 책은 4~5세기 성 아우구스티노나 그레고리오 등이 쓴 교리서가 그 기초를 이룬다. 16세기 성 베르나르도의 ‘그리스도교 교리 대전’은 유명하였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가톨릭 교리서’나 ‘예비 신자 교리서’ 등으로 간행되고 있는데, 예비 신자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이를 공부한다.”

 

 

가톨릭 교리는 믿을 교리, 지킬 계명, 은총을 얻는 방법 등 세 부분으로

 

우선 교리를 가르칠 시간부터 정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주일의 일정이 끝나는 토요일 밖에 짬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골라 집중적으로 가르치기로 정했습니다.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1일부터 시작해 9월8일까지 열 번 정도 모이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룹 원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룹은 다양한 직업군과 나이로 정했습니다. 20대에서 40대 사이, 대학원생에서 전문직 종사자까지 이 모임이 아니면 평소 교류가 어려운 사람들로 정했습니다.

 

사실 처음해보는 시도라 어떤 결과를 낼지는 이 모임을 시작한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열 번의 교리공부가 이들의 성서공부와 신앙생활에 어떤 도움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모집한지 이틀 만에 그룹 원을 확정했고, 7월1일 토요일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교리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 여름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결석 없이 열심히 강의에 참석했습니다. 가능하면 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안을 준비했고, 준비한 것을 모두 진행하려 강행군을 했습니다. 중간에는 너무 더워 숨쉬기조차 힘든 날도 있었는데 모두들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강의 중에 자연스레 나눔도 이루어졌습니다. 일이 있어도 필사적으로 그 시간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그룹 원들의 모습에 더욱 감동을 받아 나 역시 더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무더운 더위도 서서히 지나갔습니다. 그동안은 마치 한 주의 중심이 토요일이 된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리 공부로 더욱 즐겁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맛보시길

 

마침내 지난 9월8일 강의를 끝으로 모임을 끝냈습니다. 조촐한 파티로 마지막을 기념했고,  이어서 온라인상에 단체방을 만들었습니다.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마다 기도와 공부숙제를 내줍니다. 그룹원들이 교리를 다시 복습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교리 공부과정은 오히려 사제인 나에게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성서를 강의할 때도 교리를 함께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편식을 하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생활도 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기본 교리로 자신의 믿음을 단단하게 기초를 형성한다면 다른 공부나 신심단체 활동, 기도 생활에도 많은 성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레지오 단원들, 신자 분들께 시간이 나는 대로 교리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추천합니다. 참고로 서울대교구 사목국 사이버사목부(담당 이기정 신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교리’(http://school.catholic.or.kr)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인 교리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래 예비자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교리공부를 하기 위한 사이트지만 일반 신자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교리 공부는 레지오 활동을 하는 여러분들에게 더 깊은 신앙을 얻고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교리 공부를 통해 더욱 즐겁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맛보게 될 여러분께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고 영육 간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1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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