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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할 수 없다는 불평(요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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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10 ㅣ No.597

[레지오와 마음읽기] 할 수 없다는 불평(요나 콤플렉스)

 

 

숫자 3은 의미가 남다르다.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번이라는 뜻의 ‘삼세 번’ 뿐만 아니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등에도 3이 나온다. 옛날 이야기속의 삼형제나 ‘은혜 갚은 까치’의 세 번의 종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이는 1이 시작이나 하늘, 혹은 좋은 것을 뜻하는 반면, 2는 어둠이나 땅, 혹은 나쁜 것을 뜻하여 1과 2를 합한 3이 조화를 상징하기 때문인데, 구약의 인물인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 머문 시간도 3일이다.

 

요나는 하느님에게서 니네베로 가서 ‘죄악이 하늘에 치솟아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전하라는 계시를 받지만, 그 명령을 거역하고 배를 타고 도망친다. 하지만 그 배는 폭풍우를 만나고, 요나의 불순명이 폭풍우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요나는 바다에 던져져 큰 물고기에게 먹힌다. 어두운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는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부르짖고, 결국 하느님께서는 물고기로 하여금 요나를 육지에 뱉어내게 하시고, 요나는 니네베로 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함으로써 그 도시는 구원을 받는다.

 

요나처럼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안전한 곳을 찾아 숨는 나약함을 ‘요나 콤플렉스’라고 한다. 사실 ‘콤플렉스’란 ‘엉켜서 복잡한 것’이라는 뜻이지만, 심리학에서는 ‘어떤 특정한 감정이나 생각이 억압되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심리적으로 엉킨 덩어리’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어떤 특정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 부분의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하게 된다.

 

물론 콤플렉스는 누구에게나 있고, 모든 콤플렉스가 다 부정적이지는 않다. 내 안의 콤플렉스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콤플렉스는 성장의 촉진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넬슨 고드’에 의하면, ‘요나 콤플렉스’는 ‘자신의 근본적인 가치와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후퇴하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성장의 촉진제가 될 수도 있어

 

사람에게는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성장 충동과 함께, 변화를 거부하는 힘인 안전을 지향하는 충동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의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힘을 쏟다가도 막상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의 단계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싸여 뒷걸음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하여 모든 것에 안전만을 지향하고 생활하고 있다면, 한 번쯤 요나 콤플렉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이 콤플렉스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H자매는 주일미사만을 다니다 아들을 위한 수험생 기도에 참석하면서 한 자매로부터 레지오를 하면 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입단하였다. 실제로 그녀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기도를 열심히 하게 되었고, 단원들과 함께 교우방문이나 본당협조 등으로 다소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간부 두 명이 한꺼번에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자 H자매가 간부 물망에 올랐다. 이때부터 H자매는 레지오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맞물려 아들의 우울증으로 힘들어져 장기유고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아들로 인한 부모 상담과정에서 자신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나서는 일을 유독 싫어했는데, 그 이유를 자신의 내성적 성격 때문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그녀는 간부직을 수락하고 작은 일에도 순명하고 협조도 잘하며 현재는 즐겁게 단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제 안에 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되니 신기하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레지오는 다른 단체와 달리 교본과 상급기관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힘이 되어 간부를 하게 되었어요. 결국 순명을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용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받아들이는데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물론 아들도 많이 호전되고 있음을 쑥스럽게 고백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낸다면 잠재력 발휘

 

사실 현실이 너무 힘들면 도망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의무나 고통이 없는 편안한 곳, 마치 태아 때 완벽하게 보호 받았던 따뜻한 자궁 속 같은 곳으로 돌아가 머무는 것은 얼마나 편안한가! 그러니 이것 또한 비록 미숙하긴 하나 힘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고기 뱃속은 어둡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오히려 갇혀 있는 것이기도 하니, 위험하더라도 언젠가는 물고기 뱃속에서 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빛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낸다면, 잠재력이 발휘되고 자기실현 욕구가 채워지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은 없다.

 

“각자는 하느님을 위한 존재가 되어 무엇인가 해야 한다.”(몬시뇰 알프레드 오래힐리, 교본 98쪽)하니 우리는 주님의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레지오는 조직의 특성상 개별적인 것들이 합하여져 하나의 집합체를 이루니, 단원이라면 제각기 다양한 능력으로 단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주는 이익만을 취하겠다는 이기적인 신앙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어떤 일, 특히 간부직이 주어질 때는 부담감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기쁘게 순명하여 책임 있게 해나가기만 하면 된다. 왜냐하면 “책임은 참으로 모래를 금으로 바꾸어 놓는 힘을 지니고 있”(교본 250쪽)어, 나의 부족함은 오히려 하느님 기적의 재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불러온 것은 성모님의 요청으로 예수님의 지시대로 항아리에 물을 붓기만 한 단순한 행동이었다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니 그것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나를 믿고 맡기시는 분의 발등을 찍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불평은 결코 하지 않는다.”(준주성범 3:5, 교본 2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0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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