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그리스도인다운 봉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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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10 ㅣ No.594

[레지오 영성] 그리스도인다운 봉헌생활

 

 

봉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것을 바친다는 의미를 지니는 행위입니다. 나는 행위할 때 능동적으로 행위할 수도, 수동적으로 마지못해 행위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께 대한 봉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 봉헌한다면 내가 봉헌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시간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재능입니다. 이밖에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는 것은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 가장 기쁘게 받으시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봉헌하는 것, 특히 자신의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봉헌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봉헌을 실천한 예로 아브라함을 들 수 있습니다. 늘그막에 얻은 소중한 아들, 그 아들을 바치라는 명령에 아브라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자식을 둔 부모라면 그 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성경에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령을 이행하면서 아내 사라와 단 한 마디도 상의했다는 구절이 없습니다. 이처럼 아이의 어머니와 전혀 상의가 없었다는 것은 아브라함의 확고한 믿음을 간접적으로 증언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아들을 봉헌합니다. 비록 아들을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아들을 데리고 산에 가서 제물로 바치려한 행위 자체로 이미 아들을 봉헌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에 하느님은 이런 축복을 주십니다. “네가 네 아들, 네 외아들마저 서슴지 않고 바쳐 충성을 다하였으니, 나는 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 나는 너에게 더욱 복을 주어 네 자손이 하늘의 별과 바닷가의 모래같이 불어나게 하리라.”(창세 22,16-17).

 

 

봉헌은 겸손된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드리는 행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가장 모범적인 예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봉헌을 통해 구원을 완성하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디도에게 보낸 서간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을 바치셔서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건져내시고 깨끗이 씻어주셨습니다.”(2,14). 예수님의 이런 모범은 봉헌에 있어 핵심이 무엇인지 밝혀줍니다. 바로 그것은 나의 뜻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먼저 추구하고(요한 5,30 참조), 그리고 겸손하게 순종하는 자세로 원하시는 것을 봉헌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이 자기 봉헌에 있어서 얼마나 겸손하게 임하셨는지 증언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립 2,6-8) 이에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들어높이시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시고, 모든 것이 그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게 하셨습니다(필립 2,9-11 참조).

 

이처럼 봉헌은 겸손된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드리는 행위입니다. 내가 바치고 싶은 것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바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고 하느님은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는 것을 마냥 즐기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나의 소중한 것을 봉헌할 때, 그분께서는 그것의 몇 십 배, 몇 백 배를 채워주십니다. 앞에서 본 아브라함처럼 말입니다. 특히 예수님의 모범을 따를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된 자리를 주십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필리 2,5)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참다운 봉헌생활은 기도와 인내, 겸손, 비움의 실천 통해 가능

 

이제 나의 봉헌생활을 성찰해봅시다.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우선 쓰고 싶은 것을 다 쓰고 남은 것을 바치고 있는가? 나의 시간, 나의 재능, 나의 재산,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돌려드리는 겸손된 마음으로 봉헌하고 있는가? 아니면 어깨를 으쓱대며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은 자세로 봉헌하고 있는가?

사실 나의 모든 것, 나 자신은 원래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창조하셨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고, 하느님께서 주셨기 때문에 나의 것이 있는 것입니다. 사실 나의 것이란 없습니다. 다만 하느님의 축복으로 내가 지니고 있을 뿐, 그것의 사용은 오직 하느님의 뜻대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 이제 그리스도인다운 봉헌생활을 실천합시다. 참다운 봉헌생활은 끊임없는 기도와 인내, 겸손, 비움의 실천을 통해 가능합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나의 마음으로 간직하려는 노력을 통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봉헌이란 하느님께서 더 많이 채워주시기 위해 나를 비우는 결심으로의 초대임을 꼭 잊지 맙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0월호, 이상구 토마스 모어(의정부 애덕의 모후 Re. 담당사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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