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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독특한 용기(콩코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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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07 ㅣ No.593

[레지오와 마음읽기] 독특한 용기(콩코드 오류)

 

 

화살처럼 기다란 몸체와 삼각형 모양의 날개, 그리고 독수리 부리처럼 날카롭게 구부러진 앞 부분으로 큰 새 모양을 연상시키는 비행기 콩코드(Concord). 이것은 보통 비행기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평균 8시간 넘게 걸리는 파리~뉴욕 간을 3시간대에 주파하는 꿈의 비행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 프랑스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그 효용을 다하고 있는데, 이 콩코드 비행기의 이름을 딴 “콩코드 오류”라는 것이 있다.

 

콩코드는 1962년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만든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로 세련된 디자인과 빠른 속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속도를 위해 줄인 몸체로 탑승 인원이 100명밖에 되지 않았고,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연료 소모량이 많아져 자연히 요금이 비싸졌다. 거기에 비행거리 또한 짧아 취항 노선이 한정되어 사업성이 떨어졌는데, 두 나라는 제작 단계에 이미 상업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알았지만 그 동안 들인 투자비와 체면 때문에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갔다. 그러다 2000년에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생기면서 적자가 크게 늘어났고, 결국 2003년에 비행을 중단했다. 이처럼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때까지 했던 투자가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게 되는 심리를 가리켜 ‘콩코드 오류’라고 한다.

 

이런 예는 일상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비싸게 산 옷이나 신발이 어울리지 않아 입지도 신지도 못하지만 버리지도 못하여 보관만 하는 경우,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하면 기다린 것이 아까워 좀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 오랜 시간 고시에만 매달리는 고시폐인이나 사귀어온 정 때문에 불행이 예견되는 결혼을 하는 등 다양하다. 실제로 20세기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인 코닥 또한 과거의 명성과 투자비가 아까워 디지털 카메라로의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결국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우리 안에 타인에게 자신을 합리화해서 체면을 세우려는 욕구 있어

 

합리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인간이 이렇게 콩코드 오류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심리학자들은 타인에게 자신을 합리화하여 체면을 세우려는 욕구가 우리 안에 있고, 거기에 일관성을 중시하는 사회규범뿐만 아니라, 투자를 포기하는 것이 낭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중간 실패에 따른 책임을 피하고 싶은 욕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S단장은 40대 초반의 친자매 둘을 입교시켜 영세 후 바로 자신의 Pr.에 입단시켰다. 그 자매들은 Pr. 단원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단원생활을 시작하였지만 직장 생활에 아이까지 어려 활동이나 기도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S단장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익숙해질 것이라며 주회만이라도 성실하게 참석하기를 독려하였고, 입단 6개월 후 선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젊으니 금방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이유로 간부직까지 맡게 했지만 언니가 가정 사정으로 장기유고의 기간이 길어지고, 그 사이 노령 단원들의 장기유고, 전출과 퇴단 등이 이어지면서 Pr.은 삐걱거리기 시작하였다. 결국 언니가 이혼으로 탈단하자 혼자 남은 동생 또한 탈단하여 냉담에 이르렀고 그 Pr.은 해체되었다고 한다.

 

S단장은 말한다. “돌아보면 저의 그 자매들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약한 마음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영세 후 바로 기도나 활동을 잘하긴 어려워서 일단 출석만을 강조했던 것인데, 가끔씩 제가 주는 활동배당도 충실하게 하지 못할 때는 걱정도 되었지만 제가 한 말도 있고 해서 시간을 두고 보아오다 결국 그들의 나쁜 영향을 다른 단원들도 받았던 듯해요. 어렵게 Pr. 단원에 간부까지 할 수 있도록 독려해오던 것을 생각하여 그 자매들을 잡고 있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녀들을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성가대나 성모회 등의 봉사단체로 소개했으면 지금처럼 냉담까지는 안 갔을 듯하여 후회스럽습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큰 용기

 

“정 때문에” “이제까지 투자한 것 때문에”라는 이유로, 누가 봐도 나아질 희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끊지 못하게 하는 콩코드 오류는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떤 단체에서나 발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오류에서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정들기 전에 사람을 잘 봐야 하고, 투자하기 전에 투자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소위 말하는 발목 잡히는 경우를 당하지 않게 된다.

 

레지오에서도 “단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레지오에 들어와서 레지오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그 정신을 약화시키는 일”(교본 129쪽)이 생기니 단원 모집의 원칙 준수는 중요하다. 이는 “단원이 된 후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기쁜 마음으로 떠맡겠다는 신자가 적다는 사실”(교본 273쪽)과 썩은 사과 하나가 주변의 사과를 썩게 만든다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또한 오랜 단원 생활에도 불구하고 기도와 활동이 잘 안된다면 그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배당된 활동을 충실히 하고 있는 데도 그러하다면 훈련을 위한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지만, 배당된 활동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혹시 콩코드 오류에 빠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레지오의 영신적이고 치밀한 조직은 단련과 규율이 필요한 신자들을 단련하고 통솔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교본 273쪽)이기에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음은 조직과 맞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도직은 다양하니 모든 사람이 다 레지오 단원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니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각자에게 맞는 다른 형태의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의회의 결정이 뒤늦게라도 섣부른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 이왕 시작한 일이라는 이유나 돌아서기에 너무 늦다는 생각 때문에 그 일을 지속하게 되면, 콩코드 오류를 피할 길이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 레지오의 특성상 평의회의 결정이 조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평의회의 사업(혹은 계획)에 대하여 수시로 그것의 목적이 타당한지, 앞으로 전망은 있는지, 혹시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등을 판단하여 만약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성녀 소화 데레사는 “우리 주님께서는 여러분이 자신의 약점을 깨닫도록 만들어 주심으로써 훨씬 더 많은 영혼들을 구원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십니다. 이는 괴로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할 일입니다.”(교본 427쪽)라고 하니, 오히려 그것이 하느님의 뜻에 맞갖은 일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큰 용기이며 군인에게 용기는 필수이다. 이 용기는 우리가 콩코드 오류라는 함정에 빠져, 과거로 인해 현재와 미래를 모두 망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을 선물해 줄 것이다.

 

“어떤 일에나 그 일이 요구하는 독특한 용기가 필요하다.”(교본 425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9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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