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믿음은 들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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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07 ㅣ No.590

[레지오 영성] 믿음은 들음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바오로 사도께서는 믿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에서 온다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우리 레지오 단원들의 믿음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읽고(듣고), 외우고 되새기며, 그 말씀대로 살고자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말씀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그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우리의 믿음은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선교입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聖化)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는 것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려 주어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사랑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세상 사람을 찾아가 그와 통성명을 하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공감하고, 필요를 알아차려 그에게 응답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그를 존중하고 함께 웃고 울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친구가 되면 그 사람이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하느님을 알기에 이렇게 산다고. 당신도 이렇게 살아 보면 어떠냐고’ 말하는 게 되고, 이 순간 바로 하느님을 알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은 먼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의 모습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하느님이 누구냐고 물을 때 즉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원 중에는 아직도 하느님에 대해 알리는 것이 쑥스럽고, 자신감이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예수님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설명하신 이야기’(마태 13, 18-23)를 통해 무엇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을 방해하는지 알아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는데, 어떤 씨앗은 길에, 돌밭에,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또 어떤 씨앗들은 좋은 땅에 뿌려져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씨앗이 “하느님의 말씀”(루카 8, 11)이라고 하십니다.

 

 

1)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먼저 길에 떨어진 씨를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앗아 가 버리기 때문에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한 사람들”(루카 8,12)이라고 설명하십니다. 또 마태오 복음 사가는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 길에 뿌려진 씨는 바로 그러한 사람”(마태 13, 19)이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악마가 와서 앗아 간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매일 성경을 읽거나 필사를 하고, 성경 공부도 합니다. 또 주일 미사뿐 아니라 매일 미사에도 참례하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미사에 참례해서 들은 성경 말씀이 우리 마음 안에 살아 있는가?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하느님의 말씀이 떠올라 그 말씀 안에서 힘을 얻고 지혜를 얻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행동을 하는가?’라고 질문해 보면 말씀이 없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듣기는 합니다. 그러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고, 한 눈으로 보고 한 눈으로 지워 버립니다. 그러면서 핑계를 댑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말씀을 기억할 수 없다고.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그런데 예수님은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악마가, 악한 자가 와서 말씀을 빼앗아 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시면서 나의 제자가 되려면 “내 말 안에 머물러라!”(요한 8, 31) 하십니다. 말씀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32) 하십니다. 말씀 안에 머무르는 방법은 말씀을 읽고 그 말씀을 외우고, 그 말씀을 되뇌는 것입니다. 이 되새기는 과정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그 말씀을 통해 찾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말씀을 읽고 외우고 되새겨야 합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만 번 ‘엄마’라고 들려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본당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아니면 대부 대모가 또는 부모님이 나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만 번 들려준 적이 있나요? 그분들이 바쁘다면 나라도 내 자신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만 번 들려준 적 있나요? 그렇게 들어본 바가 없기에 우리 입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툭툭 튀어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만 번 들려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들려주려 했으나, 많은 열매를 맺을까 두려운 악한 자가 와서 말씀을 빼앗아 가버린 것입니다. 그래 우리는 매 순간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말씀 안에 머무르는 예수님의 제자인가? 아니면 매번 말씀을 빼앗기는 악한 자의 종인가?’

 

 

2)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오면

 

두 번째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루카 8,13)입니다.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시련의 때가 오거나,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오면 걸려 넘어지는 사람입니다.

 

레지오에서 주관하는 각종 교육이나 피정, 또 다른 교육의 기회를 통해 얼마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듣습니까? 또 그때마다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하면서 얼마나 많은 결심을 합니까? 그러나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 나의 벽을 넘어서야 할 때, 즉시 그 말씀을 버립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창조주 하느님이신 분이 피조물인 인간이 되셨습니다. 창조주라는 벽을 넘어 당신이 만든 피조물 인간이 되십니다.

 

그렇게 인간이 되신 예수님을 자기 목숨이라는 벽을 넘어섭니다. 그 벽을 넘어 당신 생명까지 내어주십니다. 그런 사랑을 받은 우리도 벽을 넘어, 즉 나이, 성별, 직업, 부의 차이, 공부나 생활수준의 차이를 넘어 한 발 앞으로 내딛어야 하는 데 그만 그 앞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는 말씀 앞에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이 말씀은 성인들이나 지키는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하기에 그 말씀대로 살고자 내가 마주하는 벽을 넘어서야 합니다.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3) 세상 걱정이나 재물의 유혹

 

세 번째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는”(마태 13, 22) 사람을 말합니다. 자녀들의 성공이나 배우자의 건강, 노후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또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돈 오르는 일에만 전념하거나,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내어놓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말씀이 마음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세상 걱정이 밀려오거나, 재물의 유혹을 닥쳐올 때 말씀으로 물리쳐야 합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14, 27)라는 말씀처럼 ‘주(야훼)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는데, 그분이 나에게 최선의 것을 주시고자 하는데, 내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하면서 말씀이 살아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자 할 때, 방해하는 것들을 잘 알아차리고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삼십 배, 예순 배, 백배의 열매를 맺는 레지오 단원들이 되어야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9월호, 서철 바울로 신부(청주교구 선교사목국장, 청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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