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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생활의 최우선 순위(호프스태터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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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03 ㅣ No.588

[레지오와 마음읽기] 생활의 최우선 순위(호프스태터 법칙)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는 항구를 배경으로 한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로, 그 건축 형태와 구조적 설계는 매우 창의적이어서 오늘날까지도 건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더욱 잘 알려져 있지만, 이 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957년이었는데 완공 예정보다 10년 뒤인 1973년에야 마칠 수 있었고, 비용 또한 당초보다 10배가 넘는 1억 달러에 달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처럼 계획보다 늦어지는 완성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미국의 인지과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1979년 그의 저서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을 통해 “어떤 일을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실제로는 예상보다 더 많이 걸리는 현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그 일은 항상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린다. 심지어 호프스태터의 법칙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웠다 해도 말이다.”라고 했다.

 

이에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저 뷸러는 1994년 학위 논문을 쓰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나 하였는데, 학생들에게 논문 완성에 걸리는 예상 시간을 묻고, 실제로 완성하는 시간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즉 논문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논문을 쓰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가장 순조로운 경우(A)와 일반적인 경우(B),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최악의 경우(C)로 나누어 예상하게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각각 27일(A), 34일(B), 49일(C)로 예상하여 모두 50일 내외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이 논문을 완성한 시간은 평균 56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예측한 기간 내에 논문을 다 쓴 학생은 응답자의 30%에 불과해, 계획한 일이 마쳐질 때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호프스태터의 법칙이 증명되었다.

 

 

시간 예측에 대한 인지적 오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

 

로저 뷸러는 이렇게 계획에 오류가 생기는 현상에 대하여, 학생들은 과거에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데다, 과거 경험보다 현재 생각이나 미래 계획만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경향 즉 과거 경험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과 미래의 일 또한 자신이 믿고 싶은 긍정적인 결과에 맞추어 생각하는 경향은 우리 안에도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일을 마치는 시간을 예측해 보라고 했을 때는 자신의 일을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70%이상이 정확하게 예측하는 등 계획에 대한 결과를 예측할 때 자신과 타인에 대한 것이 달랐다.

 

S자매는 매우 유능하고 열심한 Pr. 단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입단 초기에는 지각을 자주 했다. 그녀는 Pr. 단장에게서 지각에 대해 주의를 들었지만 그 후 한 주 정도만 시간을 맞추어 갈 수 있었고 또다시 지각을 하곤 하였는데, 그것은 선서를 하고 간부가 되었는데도 여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지각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시간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저는 레지오 뿐만 아니라 다른 모임에서도 지각을 자주 했거든요. 그래서 그게 저의 느긋한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레지오 회합에서는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을 알아챘어요. 사실 그 때 이런 저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단원들과 친밀감이 생겨 그 시간이 좋아진데다, 간부의 책임감도 생기면서 점점 주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더라구요. 물론 신앙이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과 맞물리기도 했고요. 저는 주회합에 지각과 결석은 그 사람의 레지오에 대한 열성의 기준이기에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라 여겨져요.”

 

누구나 한 번쯤은 계획을 기간 내 이루지 못했거나, 마감을 지키기 위해 막판에 일을 몰아서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개인적 성향이나 계획에 대한 인지적 한계, 많은 일로 인한 부족한 시간, 혹은 예상치 못한 일의 발생 등 다양한 이유로 호프스테터의 법칙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지각하는 단원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잦은 지각처럼 잘못된 시간 예측이 일상화되면 문제가 된다. 지각 쟁이라는 나쁜 인상을 주게 되거나, 시간에 쫓겨 결국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중요한 일의 마감 시간을 놓치게 되어 사회 부적응의 시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안에 있는 시간 예측에 대한 인지적 오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넘어서 그 한계를 극복하도록 힘써야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는 시간을 내야

 

Pr. 주회합에 ‘정각에’ 출석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레지오가 ‘군대’이기에 규율이 중요한데다 “시작 기도에서부터 회합이 끝날 때까지의 모든 진행 순서에 시간과 질서를 엄격하게 지키는 원칙이 적용되어야”(교본 185쪽)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도직 활동은 우리 생활의 최우선 순위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른 일들은 사도직에 자리를 내주고 그 다음 차례로 물러서게 해야 한다.”(교본 274족)고 하니, 적어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는 시간을 내야 한다.

 

왜냐하면 “회합의 시작 기도와 마침 기도를 가볍게 여기고 태만히 하는 것은 레지오의 기도의 정신에서 멀어지는 것이며, 심지어는 거역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러한 단원은 좋은 열매는커녕 해로운 열매만을 맺게 될 것이다.”(교본 183쪽)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을 정확히 지키지 않고서는 ‘네 왕실의 기강을 바로잡아라.’(이사 38, 1)고 하신 주님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교본 185쪽)라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일이 우리 계획이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여,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그럴 때는 그 상황을 하느님 손길의 작용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교본에 “설사 승리가 우리 세대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끈기 있게 수고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나머지 일은 주님께 맡겨라. 성부께서 당신의 권능으로 정하신 시간과 순간을 알아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여러분보다 앞서간 고귀한 영혼들이 지녔던 불굴의 용기로 무장하여, 기사로서의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자.”(가반 더피: 동터오는 날의 대가/T. Gavan Duffy : The Price of Dawning Day 교본 291쪽)”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사도직 정신은 우리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어 우리들의 생각과 말과 행실을 모두 다스리며,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그 불꽃을 밖으로 드러내 보인다.”(교본 116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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