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노틀담 수녀회 -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하고 증언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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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3 ㅣ No.142

[수도 영성] 노틀담 수녀회 -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하고 증언하는 삶

 

 

좋으신 하느님의 섭리적인 돌보심 체험들

 

좋으신 하느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만나고, 나날이 더 잔악해져 가는 인간의 행위들, 불안과 위기상황의 뉴스로 가득 찬 세상 안에서 누가 ‘하느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그 좋으신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고, 그분의 사랑이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이라고 믿는 것이 노틀담 수녀회의 영성이다. 이 신앙의 눈으로 자신 안에서, 그리고 주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체험을 반추해 보면서 태초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바라보신 그 눈길을 우리도 지니는 것이다.

 

창세기 1장에서 후렴처럼 반복되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는 말씀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이 아니다.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깊은 믿음은 우리의 생활을 하느님께로만  향하게 하고, 성령께서 어린이와 같이 단순한 기쁨으로 이끄시는 대로 우리 삶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과 우리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의 선하심에 맡겨드리는, 단순하게 신뢰하는 마음은 노틀담 수녀로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영성의 표현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 안에서 우리는 날마다 더욱더 가까이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된다.

 

하느님에 대한 이러한 체험들은 우리에게 오늘 내 삶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계와 상황과 맡긴 일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좋으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며, 우리의 마음을 오로지 하느님께로만 향하며, 감사하게 한다.

 

이러한 단순함과 신뢰하는 삶의 여정에서 십자가의 신비를 체험하더라도 하느님의 사랑과 좋으심을 더욱 신뢰하며 용기 있고 평온한 마음으로 응답하면서 “오, 하느님, 당신은 얼마나 좋으신 분이신가요!” 하고 외칠 수 있다. 우리를 항상 감싸주시는 하느님의 부드러운 사랑에 민감하게 되면 마리아와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하게 된다.

 

 

마리아의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 영성

 

요즈음 영성에 관심이 많아지고 논의도 활발하다. 노틀담 수녀들은 종신서원을 할 때 첫서원 때에 받은 반지의 안쪽에 프랑스어로 ‘Toute a Jesus par Marie’(모든 것을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을 위해)라는 모토를 새긴다. 마리아의 ‘피앗’(Fiat) 영성은 노틀담 수녀들에게 봉헌생활로 불러주시는 주님께 봉헌하는 모범이다.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하시고, 산고를 통해 성자를 세상에 낳아주시고, 당신의 생활을 통해 완전한 방법으로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신다. 나자렛에서 십자가 아래까지, 일생을 통해 한결같은 신앙의 응답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는 성모님의 자매들(The Sisters of Notre Dame)로서, 수녀회 창설자 마리아 알로이시아 수녀(힐리곤데 볼브링*의 수도명) 안에서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녀에게 마리아의 피앗을 닮게 하는 삶의 원동력은 ‘오로지 하느님만’(Soli Deo)이었다.

 

마리아의 정신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정결한 삶과, 온전히 하느님께만 의탁하며 나자렛의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 안에서 예수님을 길러내신 청빈한 정신과,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순종하며 하느님의 뜻을 이룰 준비를 하는 피앗의 순명은 노틀담 수녀들을 복음을 위한 더 큰 자유로 인도한다.

 

 

사도직의 원천인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의 사랑

 

독일 코스펠드 람베르트 성당에 걸려있는 기적의 십자가는 그 모양이 독특하다. 하느님의 사랑이신 예수님께서는 참혹한 가시관을 쓰고, 상처로 고통스러워하신다. 노틀담의 창설자들은 이 십자가에 현존하시는 상처받은 예수님에게서, 궁핍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과 불의하고 정의에 목말라하는 현실, 상처 난 세상의 모든 아픈 현실에 연민에 찬 사랑으로 손을 내밀라는 특별한 부르심의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의 사랑에 매료되어 자신의 삶을 다른 이들을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비밀을 배운다. 마침내 그들은 예수님의 여성 제자로서 사명을 위하여 이 세상에 파견되라는 부르심에 용기있게 “예!”라고 응답하였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에 대한 매일의 묵상은 노틀담 수녀들에게 좋으신 하느님의 섭리적인 돌보심을 이 세상과 역사 안에서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 또한 사랑의 십자가를 가슴에 품고, 십자가의 깃발을 들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그리하여 노틀담 수녀들이 체험한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현존”하시고, 하느님께서 이 세상과 우리의 “역사를 섭리적으로 이끌어가신다.”는 것을 세상에 증언하고 선포한다.

 

 

나가는 말

 

노틀담 수녀들은 좋으신 하느님과 그분의 섭리적인 돌보심을 깊이 체험하여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돌봄으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준다. 노틀담 수녀들은 이 영성으로 살고자 자신의 전 생활을 성체 앞에서 기도하든지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든지 하느님의 좋으심에 대한 유일한 사랑의 응답이 되게 하고자 노력한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의 표징인 그분의 십자가는 우리의 몫입니다.”라고 말씀하신 창설자의 정신대로, 노틀담 수녀들은 어디를 가든지 단순하고 기쁘게 살면서,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 사랑의 연민으로 세상을 끌어안는 예수님의 여성 제자로서 오늘도 세상에 파견된다.

 

*노틀담 수녀회는 1849년 독일 베스트팔렌 지방 코스펠트의 젊은 여교사 힐리곤데 볼브링과 리세테 큘링이 고아들과 버림받은 어린이들을 받아들여 교육하면서 시작되었다. 노틀담 수녀회는 1804년 프랑스에서 쥴리 빌리아르 성녀가 창설한 나뮤르의 노틀담 수녀회의 정신과 규칙을 따른다.

 

[경향잡지, 2008년 7월호, 글 · 사진 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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