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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인사목] 노인사목은 미래사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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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0-13 ㅣ No.409

[경향 돋보기] 노인사목은 미래사목이다

 

 

왜 노인사목인가

 

“모든 사람은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동일한 이성적 영혼을 지녔으며, 같은 본성과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하느님의 행복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았으므로 동등한 존엄성을 누린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934항 참조). 학교 교육을 덜 받았다고, 기력이 약하다고 노인을 무식하고 고루하며 못미더운 존재로 대우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노인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 하고, 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 가운데 하나로 존재해야 하며, 반세기 넘게 쌓은 경험과 지혜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노인사목은 어르신께 올리는 예우이기도 하다. 한 본당에서 수십 년을 생활한 사람이라면 본당 교우 가운데 어느덧 중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든 신자들을 한두 명쯤 알고 있을 것이다. 한결같은 신앙으로 교회를 뒷바라지한 그들이야말로 살아있는 본당사 박물관이자 공동체의 초석이다.

 

오늘날 노인의 수는 급증하는 반면 바람직한 노인 역할 모델은 드물다. 노인들의 활동무대는 경로당이나 공원, 노인복지관 등에 묶여있고, TV 드라마 등 대중매체는 노인을 주책없거나 완고한 사람으로 묘사하기 일쑤다. 노인들이 교회 안에서 보람 있고 기쁘게 살아간다면, 중장년 ? 청년 신자들도 교회를 미래의 삶터로 여기며 어르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받게 될 것이다.

 

 

즐겁고 활기찬 사목이 되어야

 

노인들은 대부분 어려서는 가난한 집안 살림과 수많은 형제자매들 틈에서, 자라서는 식솔을 부양하느라 평생 양보와 희생을 견뎌왔다. 자연히 자기 욕구를 앞세우거나 여가를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서 문화생활에 더욱 목마르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두뇌와 신체를 움직이는 일은 노인들의 심신 건강에 유익하다. 서울대교구 노인대학 연합회에서는 노인운동, 가요교실, 레크리에이션, 미술심리 등 다양한 지도자 교육을 실시하는데, 이러한 교육은 노인대학의 수준 향상뿐 아니라 노인대학에서 봉사하는 본당 신자들의 자기계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대학이 경로당 수준을 벗어나 참으로 환영받는 문화공간이 되고 비신자 노인들도 모여와 선교의 장으로 거듭나려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춤과 노래 일변도의 프로그램만으로는 비교적 고학력자인 남성 노인이나 젊은 노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운 만큼, 컴퓨터나 서예, 시사토론 등을 도입하면 좋겠다. 부족한 공간이나 장비는 신자들과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면 된다. 한 예로 의정부교구 일산성당 노인대학 컴퓨터반은 본당 신자가 운영하는 학원을 빌려 공간문제도 해결하고 남성 노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소풍, 성지순례, 영화와 연극 관람, 나아가 캠프도 해볼 만하다. 노인들의 체력과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캠프를 해본 이들은 그만한 선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르신들이 성당 캠프 아니면 바깥나들이 할 일이 없다며 꼭 참석하세요. 가족여행을 가도 어르신들은 집 보라고 남겨두지 않습니까.” 1999년부터 해마다 1박 2일 캠프를 해온 서울 장안동성당 노인대학 최영순 아녜스 학장의 말이다. 전주교구 신태인성당(주임신부 김봉술 아우구스티노)도 2005년부터 ‘어르신 캠프’를 해왔는데, 올해는 비신자 노인과 조손 가정 어린이들을 초청해 지역사회와 세대를 아우를 계획이다.

 

교육 기회가 많은 대도시와 달리,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은 문화시설과 봉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경우에는 춘천교구의 연합 노인대학인 ‘니꼬데모 모임’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춘천지역 12개 본당의 연합체인 니꼬데모 모임은 문예반, 성가반, 전례반, 웃음치료반, 일본어반 등 25개 반이 운영된다. 여러 본당에서 봉사자를 모은 덕분에 수도권 못지않게 다채로운 강좌가 가능한 것이다.

 

상설 노인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우면 도시의 노인대학 봉사자나 전문가를 초대해도 좋다. 신태인성당은 연극‘나비’초청공연, 피아노 3중주 음악회, 복음성가 피정 등 농촌 노인들의 문화체험을 자주 마련한다. 2007년 초에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유기서원자 공소체험을 유치하여, 수녀들이 공소 신자들과 묵상기도 프로그램을 함께하기도 했다. 김봉술 신부는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농촌에 와서 하루 봉사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라며 봉사자들의 관심을 당부한다.

 

 

신앙과 친교로 삶의 의미 찾기

 

노년기는 지나온 인생길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찾고 그 여정을 잘 갈무리하며, 죽음을 영원한 안식과 새 삶의 출발로 받아들여 준비할 때다. 그러므로 노인들이 신앙의 눈으로 희망을 얻고, 가족이나 이웃과 어울려 기쁘게 살아가도록 도와야겠다.

 

노인 신앙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보편화된 형태는 성경공부다. “새로 나는 성서공부”, “은빛 여정”, “성경 73” 등의 교재들은 쉬운 해설과 묵상 길잡이, 색칠공부로 말씀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노인대학 성경 봉사자로도 활동하는 최영순 씨는, 살아온 내력이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리던 노인들이 말씀 나눔으로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고 마음을 치유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성경공부반 운영이 어려운 곳에서는 성경 쓰기와 읽기, 시력이 약하거나 글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성경 듣기도 유익할 것이다. CD나 MP3 형태로 시판된 성경 낭독음반을 활용하거나(*각주 참고), 니꼬데모 모임의 ‘성경 읽기반’처럼 본당 전례단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직접 성경을 낭독해 주어도 좋겠다.

 

아들딸들이 출가하고 둘만 남는 노년기에는 부부관계도 변한다. 마지막으로 곁에 남은 배우자의 소중함을 깨닫는가 하면, 미처 보지 못했거나 참았던 갈등이 불거지면서 심지어 황혼이혼의 위기를 겪는 부부도 있다. 함께 인생을 회고하며 제2의 신혼을 준비하는 ‘부부 프로그램’은 어떨까?

 

서울 명일동성당 부설 성가정 노인복지관은 10개월 동안 부부 프로그램(주 1회)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인생곡선 그리기, 미술심리치료, 제2의 신혼여행, 언약식을 하며 금실을 북돋웠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단다. 전해진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부부동반 프로그램은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남성 노인들에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청주교구 가정사목부의 ‘황혼부부를 위한 행복웃음학교’도 웃음치료와 프로포즈 행사를 곁들여 호응을 얻었다. 본당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는 어렵더라도,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자문을 받으면 짧게나마 뜻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자녀와 별거하는 노인들은 소외감, 고독감에 시달리기 쉬우므로, 자신이 가치 있고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봉사자가 노인들과 자주 안부전화를 주고받거나, 건강한 노인들이 병자를 방문하게 하는 것도 좋다. 주일학교에서 성탄 무렵 일회적으로 실시하는 노인 방문도 정기적,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노인사목이라 하면 노인대학 강의 듣고, 봉사자들이 제공한 점심을 먹고, 경로잔치 참석하는 것만 떠올리기 일쑤다. 풍부한 인생경험, 지식과 지혜, 깊은 신앙, 아직 강건한 기력이 있는데도 노인을 ‘받는 사람’ 으로만 대우할 것인가? 활기 있게 움직이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젊은이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이다.

 

먼저 미사전례에 봉사할 기회를 늘리면 좋겠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때도 노인들이 골고루 십자가 복사, 초 복사를 맡도록 한다. 젊은 노인들에게 노인미사를 비롯한 평일미사 해설이나 독서봉사를 맡기거나, 니꼬데모 모임에서처럼 노인 복사단과 성가대를 운영할 수도 있다.

 

본당 활동에서도 노인의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서울 대치동성당 노인대학장 구민회 프란치스코 씨(71세)는 “일생에 걸쳐 신앙생활을 해온 노인 신자들이야말로 믿음의 표양”이라고 말한다. 날마다 새벽미사에 참석하고 행사에서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모습이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구역 성가대회나 연도대회에 참여한 노인들에게는 본당신부와 모든 신자가 아낌없는 칭찬과 박수로 화답해주기를 바란다.

 

성모의 밤이나 성탄제 때 노인들도 공연을 선보이는데, 이러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그 본보기로 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의 ‘청노 노인연극단’을 들 수 있다. 단원들이 노인학대, 독거노인 등 주제를 정해 스스로 대본을 만들고 연기하며, 여러 복지기관에서 무료공연도 한다. 김상수 블라시오 관장신부는 “과거의 인생경험을 극화해 현재의 무대에 올리니까 노인들도 신이 나고, 아이들에게도 삶의 지혜가 전수된다.”고 했다.

 

노인이 교육자로 나서도 좋다. 신자 모임에서 부부생활이나 자녀양육 경험, 신앙체험을 강의할 수도 있다. 성가정 복지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파견되어 서예, 한문, 생활예절, 뜨개질, 전통놀이, 구연동화 등을 가르치듯이, 주일학교에서도 노인들의 도움을 받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업주부가 감소하면서 노인대학의 중 ? 장년 여성 봉사자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지식수준이 높은 젊은 노인들을 지도자로 발굴해야 한다. 지금의 봉사자들도 장차 노인대학 학생 겸 지도자가 될 수 있으므로 젊은 봉사자의 자질 향상에도 힘써야겠다.

 

봉사활동도 성당 안팎으로 추진해 보자. 건강한 노인들은 ‘노노(老-老)케어’, 곧 경로당과 병자 방문, 말벗 봉사, 외출 도우미 봉사를 할 수 있다. 노인들이 주일미사 전후에 참기름을 판매하여 몸소 노인대학 운영비를 보태는 장안동성당, 주일학교 차량운행 도우미와 교통정리 봉사 등 김상수 신부의 제안도 참고할 만하다. 성가정 복지관의 ‘스마일 봉사단’처럼 복지시설에 사는 어린이들을 정기방문하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안겨줄 수도 있다.

 

 

교회 환경도 노인친화적으로

 

교회 전반에 노인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면 더욱 좋겠다. 본당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신앙 콘텐츠를 찾아 보급하며, 노인을 공경하고 예우하도록 힘써야 한다.

 

요즈음 여러 본당에서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조할 때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층계와 화장실에 난간대를 설치하며 성전 출입문을 넓힌다. 미사 때 사제와 해설자가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고, 주보 공지사항란의 글씨를 키우고, 글씨가 큰 기도서와 성가집을 비치하는 것도 좋다. 주보 크기와 글씨를 키운 서울대교구, 주보 듣기서비스(소리주보)를 하는 의정부교구의 노력도 바람직하다. 이러한 배려는 장애인, 다친 사람, 어린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노인을 위한 신앙 콘텐츠도 필요하다. 현재 노인용 신앙서적은 예비신자 교리서, 성경공부 교재 말고는 거의 없다. 다른 서적을 권하려 해도 대부분 글씨가 작거나 책이 두꺼워 읽기 불편하다. 교회출판사가 보람 있는 노년과 인생 마무리에 관한 책을 많이 펴내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은 일반 서적과 영상물을 신중하게 선택,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치동성당 노인대학에서는 지난 2007년에 ‘좋은 글 읽기’를 실시하였다. 헬렌 켈러의 ‘사흘 동안만 볼 수 있다면’ 등 생명의 소중함과 희망을 담은 글을 10분 분량으로 간추려 봉사자가 낭독한 것이다. 신태인성당 캠프 때 상영한 ‘마파도’, 제주도 화순공소 할머니들이 극장에서 관람한 ‘허브’처럼 노인이 주인공이거나 가족애를 다룬 영화도 의미 있을 것이다.

 

모든 세대가 노인을 공경하고 자신의 노년을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노인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노인들이 나약하고 완고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기면, 편견에 갇힌 노인들은 서로의 단점을 헐뜯고 도전과 노력을 포기한 채 진짜로 무능해지고 말 것이다.

 

대구대교구는 2007년 사목교서 주제를 ‘노인 복음화의 해’로 정하고, 교황청 문헌 ‘교회와 세상 안에서 노인의 존엄과 사명’을 교구 주보에 16주 동안 연재하였다. 노인 소풍이나 운동회에 손자손녀와 학생들을 초청하거나,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등 노인의 존재감이 돋보이게 하면 좋겠다.

 

젊음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젊은이들도 불행해진다.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제와 신자들이 노인을 따돌리면 그들의 경험과 지혜, 교회의 생생한 역사는 사장되고 만다. 젊은 신자와 봉사자들의 부담은 더 무거워지고, 어려움에 부딪혀도 조언해 줄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할 것이다. 오늘의 노인을 위해, 노인이 될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대대손손 이어나갈 본당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노인사목은 절대로 필요하다.

 

노인사목을 예산만 축내는 일로 여길 수도 있다. 빠듯한 공간과 본당 재정, 봉사자 부족을 내세워 이웃 본당과 교구의 좋은 사목방침과 프로그램을 그림의 떡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오늘 소외되고 움츠러든 노인의 뒷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라면, 그래도 노인을 귀찮은 존재로 치부할 수 있을까. 내가 누리고 싶은 노년생활을 오늘의 노인에게 선사하는 것이 노인사목의 첫걸음이다.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번역본을 녹음한 듣는 성경으로는 ‘오디오 성경전서’(콜바이블 제작: 02-3274-1196, colbible.co.kr), ‘휴대용 듣는 성경 크레도’(신약편, 평화마켓 제작: 080-552-1177, 02-884-1177, psmarket.co.kr), 새 번역 낭독 성경(신약편, 바오로딸 제작: 02-9440-807, pauline.or.kr)이 있다.

 

 

참고한 자료들

 

프랑크 쉬르마허, “고령사회 2018: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라”(나무생각)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02-727-2118, isenior.or.kr), “노인사목 실태 및 욕구조사”

진 제로멜, “노년의 부모를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가톨릭출판사)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 ‘교회와 세상 안에서 노인의 존엄과 사명’(가톨릭교회의 가르침 11호 47-80쪽, 대구주보 2007.1.14.-7.22. 연재)

성가정 노인종합복지관(02-481-2217-8, sksenior.org)

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043-255-2142, cjsilver.or.kr)

의정부교구 소리주보(u.catholic.or.kr/sori_list.asp)

배광하 신부, ‘본당에서의 어르신 사목’(“사목” 2005년 1월호 71-78쪽)

이준혜, ‘노인사목의 시작, 노인대학’(“사목” 2006년 1월호 94-103쪽) ‘노인을 위해서 본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사목” 2003년 1월호 37-48쪽)

* “사목” 과월호 내용은 dbpia.co.kr에서 글 제목으로 검색 가능

 

[경향잡지, 2008년 2월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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