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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우리말 바루기: 시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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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09 ㅣ No.391

[우리말 바루기] 시노드 (상)


교리 · 규율 · 전례 문제 다루는 교회 회의

 

 

가톨릭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 듣는 생소한 말이나 단어로 인해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가톨릭이 서구에서 들어온 종교이다 보니 동양권에서 태어나 살아온 이들이 태생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교회 용어에 맛들여가는 것도 신앙의 기쁨을 깨쳐가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근래 들어 신자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 가운데 ‘시노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하는 행위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까지 하셨다면 꽤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눈치채신 대로 ‘시노드’의 어원은 ‘회의’를 뜻하는 그리스어 ‘sinodos’입니다. 일반적으로 시노드는 주교관할권 하에 있는 교리, 규율, 전례 등의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교회의 권위 아래 열리는 교회 회의를 말합니다. 

 

초기 교회 이후 수 세기 동안은 ‘시노드’와 ‘콘칠리움’(concilium)이 서로 동의어처럼 엇바뀌어 쓰인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서로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교리에 반대하는 이단을 단죄한 니케아 공의회(325년) 이후 대체적으로 교회일치를 위한 큰 규모의 교회 회의에는 주로 ‘콘칠리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것이 신자가 된 이후로 적잖게 들어봤음직한 ‘공의회’(公議會)로 번역되는 말입니다. 

 

비록 성격이 다른 지역공의회가 있으나, 시노드는 한 교구나 관구, 그리고 그 이상의 규모로 한 교구의 주교와 성직자, 여러 교구의 주교들과 성직자, 혹은 주교들만이 모여서 여는 교회 회의입니다. 공의회와 다른 점은 참석자들 모두가 의결투표권을 갖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트리엔트공의희(1545~1563년) 이후 시노드는 교구 주교가 소집하며 입법적 결정권은 소집한 주교 한 사람만이 갖는 교구 시노드(Synodus dioecesana)를 뜻하기도 하였으나 새 교회법에서는 교구 시노드뿐 아니라 주교 대의원회(혹은 주교 시노드)를 뜻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시노드는 참석자들이 의결권을 갖지 않는 공청회적인 성격의 교구회의나 갖가지 규모의 주교회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7일, 서상덕 기자]

 

 

[우리말 바루기] 시노드 (하)

 

성령의 인도 따른 ‘소통의 장’

 

 

같은 말이라도 시대나 언어를 쓰는 대중들에 따라 뜻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남과 북으로 갈라져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산 하나만 넘어도 말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쓰이는 말 가운데서도 모양은 예전과 같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뜻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말이 언중(言衆)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연원에서 볼 때 ‘시노드’라는 말도 교회 안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져 온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 교회 때부터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예수님께서 수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셔서 기쁜 소식을 전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시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그분의 제자들도 주님의 모범을 따라 공동체를 찾아가고, 때로는 공동체를 일구며 복음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기 교회 때의 모습 또한 ‘회의’라는 뜻을 지닌 ‘시노드’의 원초적인 모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가 맞닥뜨린 크고 작은 사안을 두고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고 뜻을 모으는 모습은 오랜 세월 가톨릭교회가 간직해 온 소중한 보물이라 할 만합니다. 

 

시노드라는 보물은 시간을 거듭하며 더욱 풍성해지고 가치를 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10월 가정을 주제로 열린 주교시노드(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를 들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 회의 첫날인 10월 5일 바티칸 시노드 홀에서 행한 개막 연설에서 시노드는 타협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의회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하느님 백성이 함께하는 여정’임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시노드(함께 걷는다는 뜻)적 교회는 듣는 교회입니다. 서로 들으면서 배워야 합니다”며 소통의 장으로서 시노드를 힘주어 말했습니다.

 

교회 역사와 함께해 온 ‘시노드’는 그 참된 뜻을 잘 갈고닦아 신앙 안에서 체화해낼 때 성령께서 활동하시는 장이 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1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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