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예수 성심 시녀회 -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예수 성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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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3 ㅣ No.144

[수도 영성] 예수 성심 시녀회 -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예수 성심의 사랑

 

 

지금 세계는 고도의 물질문명이라는 풍요함을 화려하게 누리는 듯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혜택은 고사하고 굶주림과 질병으로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마태 26,11) 있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성심을 활짝 열어 보이시며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이사 55,1), “나를 원하는 이들아, 와서 내 열매를 배불리 먹어라.”(집회 24,19) 하고 초대하십니다. 그 사랑의 샘에서 쉴 새 없이 물을 퍼 올려 목을 축이도록 하는 여종이 바로 예수 성심의 시녀들입니다.

 

예수 성심 시녀회는 1935년 파리외방전교회 루이 델랑드 신부님이 경북 영천의 작은 용평성당에서 동정을 지키기로 약속한 여섯 명의 처녀들을 만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이 만남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시는 예수 성심의 사랑이 이 땅에 풍성히 스며들게 하는 시원(始原)이 되었습니다.

 

 

수도회 설립과 소명

 

설립자 루이 델랑드 신부님의 마음에 뚜렷이 그려진 수도회의 모습은 예수 성심을 공경하고 그분의 뜻을 따르는 시녀로서 본분을 다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공적 서약을 하는 여섯 동정녀들에게 ‘예수 성심의 시녀들’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였으며, 이 시녀들에게 사제들의 사목활동을 보좌하면서 가난한 이웃을 섬기게 하였습니다. 또한 예수 성심의 시녀들은 하느님 아버지의 인자하심을 마음 깊이 새기고 생활에서 실천함으로써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마태 11,28) 사람들을 예수 성심의 품으로 인도하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무거운 짐 진 자들이란 어떤 사람들이겠습니까? 아프고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생계유지가 어렵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사람들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먼저 주님의 손길이 닿아야 할 것입니다. 그 손길을 대신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그것은 예수 성심의 사랑이요, 사랑의 실천이라 하겠습니다.

 

 

예수 성심께 자기를 맡기는 노래

 

“거룩하신 예수 성심, 저를 성심께 맡기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면 저도 하고자 하오니 저의 갈망은 주님과 닮은 사람이 되는 것이옵니다. 저의 연약함을 굽어보시어 제가 주님 사업에 알맞은 도구가 되게 해주소서. 저는 주님의 것이오니 제가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행하게 하소서.”

 

이른 새벽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은은히 비춰오는 신선한 태양의 반사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이 노래는, 지난밤 어지럽던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고, 부드럽고 따뜻한 새날의 희망과 용기를 안겨줍니다. 무상으로 얻은 희망과 용기에 힘입어 예수성심의 시녀들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가난한 사람들’과 자애로우신 예수 성심의 사랑을 나눔으로써 생전에 계획하고 갈망하셨던 루이 델랑드 신부님의 뜻을 채워갑니다.

 

예수 성심의 시녀들은 언제 어디서나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고통 받으시는 주님을 발견하며 그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성모님과 같은 모성을 안고 살아가는 성소를 받았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마태 20,28) 예수님께서 가장 측은히 여기시는 사람들을 기도로써 식별하여 받아들이고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 삶은 시녀라는 비천한 신분을 취하여 이 세상 맨 끝자리에서 세상 사람들이 기피하는 어려운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서 행하며, 이 세상에 예수 성심의 나라가 임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삶이 됩니다.

 

 

주님 손안의 연장이 되는 시녀

 

“깨어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마태 24,42.46) 그리고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바로 예수 성심의 시녀들이 닮고자 하는 종의 모습입니다.

 

주님의 분부대로 즉시 이행하려면 예수 성심 시녀들은 언제나 주님 가까이, 주님의 마음과 일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바쁜 일과 중에도 예수 성심 시녀들의 귀는 주님의 부르심을, 눈은 주님의 손짓을 향하고, 마음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도록 노력합니다. 시녀의 이런 모습은 특별히 하느님의 준비된 종이셨던 성모님의 모범에서도 본받게 됩니다.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을 전해 받았을 때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하시며 즉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도록 순명하신 성모님같이, 예수 성심의 시녀들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언제 어느 때나 그분의 연장으로 사용되기를 바라며 자신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소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남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가려는 것이 마치 삶의 한 목표인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종횡으로 마찰과 갈등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맨 끝자리, 맨 뒷자리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율배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사랑과 평화를 탄생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예수성심의 시녀들이 각자 소임지에서 열심히 희생극기를 하는 것도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십자가에서 고통 받으시고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전파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예수 성심의 시녀들, 누가 우리보다 이웃을 더 사랑해야 하겠습니까?”라는 델랑드 신부님의 말씀을 예수 성심의 시녀들은 마음에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거룩하신 예수 성심!

저희 마음에, 저희 가정에, 저희 사회에,

우리나라에 또한 온 세상에 임하소서.

아멘.

 

[경향잡지, 2008년 9월호, 글 · 사진 예수 성심 시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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