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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30주년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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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24 ㅣ No.624

[한국교회사연구소 특별강좌]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30주년과 한국교회


양적 성장의 30년 반성, 새 복음화 기약

 

 

- 103위 순교자 시성은 한국 천주교회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숙의 중요한 이정표였다. 사진은 1984년 5월 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주례로 봉헌된 103위 성인 시성식. 출처=「평화의사도 요한 바오로 2세 화보」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는 여의도에서 103위 시성식을 거행했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올해는 103위 시성 30주년의 해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는 15일 서울 삼일대로 평화빌딩 4층 연구소에서 조광(이냐시오) 연구소 고문 겸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2014년 첫 특별강좌를 개최했다.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30주년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지난 30년간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과 함께 30년 전 시성이 갖는 의미가 오늘에 이르러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검토함으로써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 자리였다.


우선 조 교수는 1984년에서 2014년까지 지난 30년간 한국교회의 변화를 짚었다.

한국교회 교세 내지 신자 증가 비율에 주목한 조 교수는 1984년에서 2012년 사이 신자 수는 거의 3배에 육박할 만큼 늘었고, 성직자 수는 3.6배, 수사는 6.3배, 수녀는 2.7배나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성직자의 경우 외국은 교구사제가 반, 수도사제가 반 정도인데 비해 우리 교회는 교구 사제가 80%를 상회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구사제를 양성하기 위한 신학교가 7개나 되는 것도 특색으로 꼽았다.

또한 신학생은 같은 기간 1.7배 가량 늘었지만, 2010년 1674명까지 꾸준히 늘었던데 비하면 2년 뒤 134명이나 줄어 외국교회와 마찬가지로 신학생 수가 급격히 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또 같은 기간 성직자 1인당 신자수가 1405명에서 1120명으로, 수사 1인당 신자 수가 7514명에서 3417명으로 줄었지만, 수녀 1인당 신자 수는 470명에서 527명으로, 1개 본당당 신자 수는 2747명에서 3222명으로, 신학생 1인당 신자 수는 1998명에서 3481명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성직자나 수도자, 신학생 1인당 신자 비율은 아주 바람직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이나 남미에서 신학교가 텅텅 비는 현상을 감안할 때 한국교회도 이제는 미래교회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성소 계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본당 수가 늘었는데도 1개 본당당 신자 수가 늘어났다는 점은 본당이 오히려 대규모로 변해가고 있음을 뜻한다"면서 이는 "소공동체 운동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냉담문제에 주목한 조 교수는 "2010년 기준 판공성사 참여자 비율이 34%, 주일미사 참여율도 27.2%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한국교회도 점차 서유럽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걸어왔던 바람직하지 못한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말하는 자료"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1980년대 연평균 신자 증가율이 7.5%에서 1990년대 4.3%, 2008년에는 2.8%로 감소 추세에 있는데 이는 현대 한국교회가 외적 성장에 비례해 내적 충실을 다지지 못한 결과였다"며 "이런 현상은 201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나아가 한국 교회의 중산층화와 관련해 "한국교회가 특정계층에 의해 주도된다면, 교회가 추구하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구원은 결코 성취될 수 없을 것"이라며 '가난한 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 교수는 이어 1984년과 1989년에 이뤄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은 한국교회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교황 방한을 통해 이뤄진 시성식과 성체대회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찾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103위 시성식 이후 한국교회의 흐름을 △ 시복시성운동 △ 성경 번역 및 성가집 편찬 △ 매스미디어를 통한 복음화 △ 토착화 신학 연구 진전 △ 대외 선교와 원조 강화 △ 2000년 대희년 준비 △ 창조질서 보존운동 △ 생산협동조합운동 △ 도시빈민운동 △ 민족화해운동 △ 해외 선교의 진전 등으로 나눠 개괄했다. 특별히 해외선교와 관련, 1957년에 반포된 회칙 「피데이 도눔(Fidei Donum, 신앙의 선물)」에 따른 교구 사제의 파견이 2011년 현재 88명에 이르렀는데, 이는 한국교회 사제 수의 2%에 이르는 수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교수는 끝으로 현대 한국교회의 과제로 △ 민족 복음화를 위한 노력 △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 △ 인류 복음화를 위한 투신 △ 순교 정신의 현대적 적응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시복시성 작업은 영성의 쇄신과 생활의 결단을 수반하는 작업이 돼야 한다"며 "순교자들 모범을 기리기 위해 시복운동을 전개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오늘의 교회가 직면한 현실의 도전을 의식하고 그들의 죽음을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따라서 "교회는 복음의 원점에 서서 자신의 신앙에 대한 반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30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세워야 미래의 복음화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23일, 오
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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