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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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 마리아처럼 그리스도를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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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4 ㅣ No.146

[수도 영성]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 마리아처럼 그리스도를 따르다

 

 

마리스타의 영성

 

“모든 것을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님께, 예수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마리아께”라는 수도회의 표어가 말해주는 것처럼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의 창설자 마르첼리노 샴파냐 성인이 전해준 영성은,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세상에 전하고 따르는 것, 곧 마리아적이고 사도적이다.

 

마르첼리노는 예수님을 따르는 데 가장 탁월한 길을 마리아에게서 보았다. 성모님께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살던 27세의 젊은 보좌신부 마르첼리노는 어느 날 죽어가는 소년에게 병자성사를 주게 되었는데, 이 소년이 하느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만남으로 마르첼리노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시골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사랑받게 하라는 부르심을 느끼고 곧바로 응답을 드린다. 그리고 이 소명을 위해서 수사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수사들로 구성된 마리아의 작은 형제회*를 시작한다.

 

 

하느님 현존

 

사도적 영성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 현존의 표징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촉구한다. 자신과 전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인식했던 마르첼리노는 이 사랑의 체험과 자신이 겪은 사건들을 통해서 시대의 요청에 민감하게 깨어있었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응답을 드렸다.

 

“나는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교리를 가르치고 싶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어린이들이 알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창설자 생애”에서). 마르첼리노는 자신이 경험한 하느님 현존의, 살아있고 풍요로운 사랑을 수사들 가운데 또 어린이들 가운데서 늘 함께하는 것으로 발전시켰다.

 

마르첼리노는 영적 유언을 통해서도 수사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살아가도록 촉구했다. “하느님께 온 마음을 다하여 간구하는 것은 여러분이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는 영적인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도, 묵상, 그리고 모든 덕행의 혼입니다.”

 

 

예수님과 복음에 대한 사랑

 

마르첼리노는 초창기 수사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고 사랑받으시게 하는 것이 우리 성소의 목표이고, 수도회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우리가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 수도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마르첼리노는 자신이 가졌던 확신, 곧 마리스타의 삶과 소명의 중심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준다. 그는 세 가지 특별한 사랑의 장소에서 수사들이 예수님을 자주 만나기를 원했다.

 

첫째, 마르첼리노는 수사들이 구유 앞에서 육화하신 하느님을 묵상하고 만나도록 권고했다. “구유에서 우리는 순진무구하고 단순한 하느님 또 단단하게 굳은 마음도 부드럽게 만드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연약함을 발견합니다.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을 두려워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창설자는 수사들이 구유 앞에서 하느님을 묵상함으로써 육화의 신비를 이해하고, 또 자신들의 부족함이나 나약함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배우기를 원했다.

 

둘째,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신 예수님을 만난다. 배신과 버림받음, 고난과 죽음을 통해서 예수님은자신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구하고 따르도록 그리스도인들을 초대한다. 마르첼리노는 수사들이 십자가를 자주 찾아 그 발치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의지보다 하느님의 뜻을 구하고, 식별하고, 순명하는 법을 배우도록 격려했다.

 

셋째, 마르첼리노는 자신의 몸을 양식으로 기꺼이 내어주시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수사들이 제대 앞에서 묵상하고, 배우고, 실천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사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나누어주는 형제로 성장하게 되기를 바랐다.

 

 

마리아처럼 그리스도를 따라서

 

마르첼리노 성인은 수도회의 모든 것을 마리아께서 해주셨고, 수도회의 소명 자체가 마리아의 일이라고 자주 고백했다. 마르첼리노는 자신이 세운 수도회에 ‘마리아의 작은 형제들’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수사들이 마리아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항상 예수님을 공동체의 중심에 모시고 살면서, 자주 마리아의 삶을 묵상하고 본받아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전하고 따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고”(루카 2,51),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를 두고 묵묵히 따름으로써 구원사업에 동참하신 분이다. 마리스타 수사들에게 마리아는 들음(listening),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델이다.

 

마리아가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루카 1,39)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처럼, 초창기 수사들은 어린이를 불러 모을 때 쓰는 작은 종 하나만 들고 프랑스의 산골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교리를 가르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했다. 마리아와 같은 태도로 마리스타 수사들은 모든 이, 그중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의 형제가 되어주고, 마리아의 얼굴이 되고, 나아가 교회의 모성적인 면을 드러낸다.

 

 

단순함의 영성

 

마리스타 영성의 중심에는 마르첼리노 성인과 첫 수사들로부터 전해오는 겸손함이 있다. 이 겸손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지만 특히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단순함으로 표현된다. 이런 겸손은 생활의 단순함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생활방식은 많은 것을 몸으로 직접 해야 하는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창설자는 마리스타의 삶에 노동을 강조했다. 단순함의 영성은 모든 것 안에서 또 삶의 모든 면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준다.

 

단순한 기도는 삶에서 우러나오고 다시 삶으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창설자 마르첼리노 샴파냐 성인은 “겸손과 단순이 언제나 마리아의 작은 형제들의 특징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나날이 복잡해져 가는 이 시대에 마리스타 수사들은 마리아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단순한 방식으로 모든 이의 형제가 되고자 노력한다.

 

* ‘마리아의 작은 형제회’는 뒤에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로 이름을 바꾼다. 마리스타회는 콜린(Colin) 신부를 중심으로 4명의 사제들이 창설한 수도회이다. 이들은 신학생 때부터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했다. 마리스타회의 창설회원이기도 한 마르첼리노는 어린이 교육을 위해서 수사로 구성된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를 시작했다. 이 두 수도회 외에도 마리스타 정신을 따라 살아가는 ‘마리스타 수녀회’와 ‘마리스타 선교 수녀회’가 있으며, 많은 신자들이 함께 영성을 나누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11월호, 글 오선근 요한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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