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세계교회ㅣ기타

[희년] 자비의 희년 (7) 생태 환경의 보존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17 ㅣ No.387

[자비의 희년 기획 - 아버지처럼 자비로이] (7) 생태 환경의 보존


기후변화에 눈물 흘리는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

 

 

“인간 환경과 자연 환경은 함께 악화됩니다. 우리가 인간과 사회의 훼손의 원인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환경 훼손에 적절히 맞서 싸울 수 없습니다. 사실 환경과 사회의 훼손은 특히 이 세상의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찬미받으소서」 48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8월 27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10주년을 맞아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태풍은 수십 년간 쌓였던 또 다른 비극을 드러냈다”면서 “오랜 구조적 불균형으로, 직업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집도 없는 빈곤층들이 떠나갔다”고 말했다.

 

2005년 8월말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카트리나로 제방이 무너졌다. 땅의 80%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은 뉴올리언스는 물에 잠겼다. 수십만 명이 피신했다. 그러나 저지대에 사는 빈민층과 노인들은 허리케인에 대항하기에 무력했다. 희생자는 2500여 명, 집계에 따라서는 루이지애나 한 주에서만 1만여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빈곤층인 그들은, 며칠 동안 물이 찬 거리에 차가운 시신으로 둥둥 떠다녔다. 

 

뉴올리언스는 낮은 소득, 높은 실업률과 빈곤율을 보이는 도시다. 주민의 67.9%는 흑인이었다. 흑인의 소득은 백인의 절반, 빈곤율은 백인보다 3배 이상이었다. 흑인 대졸자는 백인의 4분의 1 수준이다. 2005년 브루킹스 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뉴올리언스에서는 인종과 계층에 따라 거주 지역이 완전히 다른, 공간적 분리가 나타나고 있었다. 즉 흑인 거주 지역과 빈곤 지역이 일치, 흑인과 백인은 말 그대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카트리나의 피해는 ‘흑인=빈곤층’이 거주하는 저지대에 집중됐다. 많은 이들이 물었다. “만약 그 지역이 백인 중산층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면 어땠을까?”

 

최근의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이상 기후 현상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이다. 이는 더 빈번한 자연 재해로 이어진다. 그리고 또다시 그 피해는 가난한 이들의 것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핵심적 주제는 “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취약함과의 긴밀한 관계”이다.

 

 

기후변화와 빈곤 문제

 

세계은행(World Bank)은 2010년 기후변화가 개발도상국들과 취약 계층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후변화의 사회적 차원들’(Social dimensions of climate change)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올라가면 지구 전체가 큰 변화를 겪게 되고, 이는 결정적인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빈곤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키고 이는 즉각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현상은 빈곤한 나라들에서 더욱 심각해진다고 전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으로 우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방글라데시 및 베트남 등이 꼽혔다. 특히 동남아 주요 쌀 생산지인 메콩삼각주 지역은 2070년경 해수면이 30㎝ 높아져, 60% 규모의 땅이 침수될 것으로 추정됐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사헬사막 지역 국가들(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과 몽골, 홍수 피해와 산불이 우려되는 동남아시아 인근 국가들과 페루 등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로 고통받는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더 빈발함으로써 식량 부족이 심화되고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미국대외구제협회(CARE)와 독일 본 대학 발전연구센터(Center for Development Research)가 2010년 발표한 보고서 ‘기후변화 시대 빈곤층 줄이기’는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등의 현장 조사를 통해, 생활수준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입고 있으며, 기후변화 때문에 빈곤층과 부유층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대기 오염과 물 부족

 

일각에서는 기후 온난화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대기 오염이라고 지적한다. 질 나쁜 공기로 인해 해마다 평균 700만 명이 사망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2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망자 8명 중 1명이 대기 오염이나 이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소득이 낮은 동남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선진국의 5배가 넘는 비율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와 호주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 인구는 세계 인구의 25%이지만, 2012년 이 지역에서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세계 41%인 288만 명이었다. 

 

물 부족 문제 역시 심각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를 적절히 공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300만 명이 해마다 수인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병하는 말라리아의 90%정도는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물 부족이 심각하고, 사실상 자연재해의 85% 이상이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06년 기준으로 전 세계 10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26억 명이 기본적인 공중위생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게다가 매년 어린이 1800만 명이 더러운 물로 전염되는 설사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더러운 물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 빈발하는 무력충돌이나 에이즈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 파괴의 차등적 책임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2억 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고 있다. 11억 명이 영양 부족 상태다. 시간과 지역을 막론하고 기후변화, 재해의 피해는 항상 가난한 이들의 몫이다. 반면 환경 파괴의 주범들은 선진 산업국가들이다. 세계 석탄 소비의 절반은 미국과 중국이, 석유 사용량의 4분의 1은 미국이 차지한다. 개발도상국의 독재자와 자본가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에서 명확하게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차등적 책임’을 지적한다. 교황은 “현실적인 ‘생태적 빚’은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에 발생한 것”이고 “일부 부유한 국가들의 엄청난 소비로 야기된 온난화는 세계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주교회의는 2001년 주교단 성명 ‘세계 기후변화: 대화와 분별과 공동선의 요청’에서 “힘 있는 이익 집단이 주도하는 토론에서 가난한 이들과 무력한 이들과 취약한 이들의 요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 회칙이라 불리는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환경 파괴가 소외된 이들에게 미치는 문제들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더라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소외된 이들에 대해서는 ‘마지못해서 또는 피상적으로’ 할 뿐이라고 개탄했다.(49항)

 

그래서 “참된 생태론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되어야 하며,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교황은 지적한다. 

 

지구 환경 보전과 사회 정의의 문제는 같은 문제다.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는 정의가 사라진 불공평한 세상이다. ‘자비의 희년’은 누이인 지구에 무자비하고, 예수님이 가장 사랑한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가톨릭신문, 2016년 7월 17일, 박영호 기자]



2,23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