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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인도의 축제와 가톨릭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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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13 ㅣ No.385

[선교 이야기] 인도의 축제와 가톨릭 전례

 

 

인도에는 축제가 자주 열립니다. 국가에서 지내는 축제부터 각 지역별로 지내는 축제까지 이름도 다양하고 시기도 다릅니다. 인도의 국가적 축제로는 디왈리, 홀리, 두르가 푸자가 있습니다.

 

빛의 축제라고 불리는 디왈리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립니다. 라마가 14년 동안의 망명을 마치고 아요다로 돌아와 뒤늦게 대관식을 올린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기름을 담은 작은 토기 등불을 사원이나 가옥 난간에 밝혀 놓고, 강이나 냇가에 띄우기도 합니다.

 

홀리는 3월 초에 열리는 축제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을 맞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 축제는 인도 축제 가운데 가장 이채롭고 화려합니다. 이날에는 다양한 색의 가루나 물감을 서로의 얼굴이나 몸에 뿌리는데, 형형색색으로 물든 모습이 장관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이 축제를 보려고 인도에 옵니다.

 

두르가 푸자는 10월 중순에 열리는 축제입니다. 악마 마히사수라를 물리친 두르가 여신을 모시는 날인데, 이날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지역 통합을 촉진합니다.

 

인도의 케랄라 주는 가톨릭 신자 비율이 높다 보니, 가톨릭 축제를 크게 지냅니다. 가톨릭 축제 말고는 오남 축제를 지냅니다. 8-9월에 열리는 오남 축제는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합니다.

 

케랄라 주에서 가장 큰 축일은 역시 부활과 성탄입니다. 케랄라 주에서는 성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날이 지나면 부활이나 다름없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사순 시기 동안 십자가의 길도 하고, 비교적 많은 신자들이 단식과 금육, 희생을 지킵니다.

 

대림 시기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12월 첫 주만 되면 모든 거리와 집들이 성탄 장식으로 꾸며집니다. 밤이 되면 형형색색의 별 모양 전구, 성탄 나무 전구가 반짝거립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 자주 있었던 전기 공급 중단도 없습니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듯합니다.

 

2012년 성금요일은 제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십자가의 길 행렬을 마치고 본당에서 주님 수난 예식을 시작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이전까지 땡볕이었던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그 바람에 제대 앞의 휘장이 찢어지는데, 성경에 묘사된 장면을 그대로 보는 듯했습니다. ‘정말 예수님께서 돌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바람이 두 시간 동안 몰아치더니, 다시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었습니다.

 

전례를 마치고 수녀원으로 돌아왔는데 큰 과일나무 하나가 벼락을 맞아 새까맣게 타 죽어 있었습니다. 찢어진 휘장에, 벼락 맞은 나무에, 정말 잊지 못할 성금요일이었습니다. 인도는 성금요일에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금까지 2012년의 성금요일과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강렬한 경험은 오랫동안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인도의 가톨릭은 우리에게 친숙한 라틴 전례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동방 전례도 함께 허용됩니다. 그중에서 인도에서 유일하게 가톨릭이 강세인 케랄라 주에서 사용하는 전례는 시로 말라바르 전례입니다. 인도 전체의 주된 전례는 라틴 전례이고, 그 다음으로 시로 말라바르 전례가 그 뒤를 잇습니다.

 

시로 말라바르 전례는 인도 사제, 수도자들의 육십 퍼센트가 따르는 전례입니다. 두 개의 제대를 사용하고, 토마스 사도가 순교한 동굴에서 나온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사제들의 제의는 시기에 따라 색을 바꾸지 않고, 황금색 한 가지만 사용합니다. 미사의 구조도 라틴 전례와 조금 다르지만 의미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합니다. 미사 시간은 조금 긴 편입니다. 평일 미사는 50분 정도 걸리고, 대축일 미사는 2-3시간이 기본입니다. 사제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앉지 않고 미사를 집전합니다. 부활이나 성탄 미사는 자정이나 새벽 3시부터 시작합니다. 라틴 전례보다 미사의 의미가 더 풍부한 것 같습니다.

 

평화의 인사를 하는 방식도 조금 다릅니다. 인도 전통 인사법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합장을 한 채 손을 마주 대고 인사를 합니다. 제대에서 복사가 평화의 인사를 하고 제대 아래로 내려와 신자들에게 인사를 하면 신자들은 다른 신자들과 인사합니다. 시로 말라바르 전례에서는 재의 수요일을 재의 월요일로 지냅니다. 그 이유는 날짜 계산법이 달라 사순 시기가 일찍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재를 얹는 형식은 비슷합니다.

 

대축일에는 성상을 가마에 모시고 거리 행렬을 하면서 기도와 찬양을 합니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중세 가톨릭 예식을 연상케 합니다. 행렬이 지나갈 때 집의 대문을 활짝 열고 촛불을 환히 밝혀 맞이하고, 행렬에 참가하지 못한 가족들도 나와 함께합니다. 행렬이 본당에 도착하면 축일 미사가 시작됩니다.

 

시로 말란카라 전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주교님 복장이 주황색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저희 수도회는 시로 말라바르 전례를 따르는 교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매일 새벽 시로 말라바르 전례 미사에 참례합니다. 현지어로 진행되는 미사는 4년을 참례해도 그 의미를 다 알아듣기 힘듭니다. 미사가 희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곳 신자들의 신앙심을 보면 그 마음이 사라집니다.

 

주교님 비서 신부님의 아버지는 수녀원 이웃입니다. 그분은 이십여 년 전 교통사고 때문에 한쪽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매일 새벽 미사를 드리려고 본당까지 걸어가십니다. 하루는 걸음이 쉽지 않아 보여 제가 탄 오토릭샤를 함께 타시겠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극구 사양하며 당신은 지향이 있어 걸어가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에 우리나라 초창기 신앙인들의 희생과 봉헌이 떠올랐습니다.

 

미사를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땅끝까지 제94호, 2016년 7+8월호, 김은경 스페란자 수녀(프란치스코전교봉사수녀회, 인도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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