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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차 바티칸 공의회23-24: 일치 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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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7 ㅣ No.525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23) 일치 교령 (상) 갈라진 형제와 일치는 그리스도인 소명


- 일치 교령은 일치를 위한 가톨릭 원칙과 일치 운동 실천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5일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치면서 저녁 기도를 주례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이하 일치 교령)은 교령으로 반포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교회 일치 문제는 공의회 준비 단계에서 10개 의제에 들어 있었습니다. 이 10개 의제를 담당할 준비위원회가 발족하기 불과 몇 주 전에 그리스도교 일치 촉진 사무국이 설치됐고, 이 사무국에서 의안 준비를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공의회가 개막하고 제1회기에 제출된 일치 관련 초안은 세 가지나 됐습니다. 사무국에서 마련한 초안 외에 신학위원회가 교회헌장 초안의 일환으로 작성한 안과 동방교회 위원회가 마련한 안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이 세 안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이에 따라 새로이 작성된 초안이 제2회기 때에 제출됐습니다.

그렇지만 찬반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보지 못했고, 수정안이 다시 제3회기 때 제출됐습니다. 최종 표결을 앞두고 특히 보수적 교부들은 약 40곳의 수정을 요구했는데, 교황 바오로 6세의 개입으로 19곳만 수정됐습니다. 그러자 공의회 권위가 무너졌다고 반발한 교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수정안은 제3회기 폐회일인 1964년 11월 21일 찬성 2137, 반대 11로 통과돼 공포됐습니다.

전체 24개 항으로 이뤄진 교령은 일치 운동을 촉진하는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대한 목적 가운데 하나임을 밝히면서(서론), 일치 운동의 가톨릭 원칙과(제1장) 일치 운동의 실천 방향을 제시한 다음(제2장), 로마 사도좌에서 갈라진 형제들을 동방 교회들과 서방의 갈라진 교회 및 교회 공동체로 나눠 고찰하고 있습니다(3장).


제1장 일치 운동의 가톨릭 원칙(2-4항)

교령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아버지와 당신이 하나인 것처럼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음을 지적하면서 교회 일치의 최고 표본이자 최고 원리는 “삼위의 일치, 곧 성령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가 되는 한 분이신 하느님의 일치”라고 밝힙니다(2항).

이어 교회가 설립된 초기부터 이미 분열이 생겨났으며 후대에는 더 많은 불화가 생겨 적지 않은 공동체들이 가톨릭교회의 완전한 일치에서 갈라졌다고 분열의 현상을 적시합니다. 하지만 이 분열에는 때로는 “양쪽 사람들의 잘못이 없지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교회 분열의 일차적 책임을 갈라져 나간 형제들에게 돌리던 종래 입장과는 상당히 전향적 태도를 보입니다. 이렇게 갈라져 나간 이들은 가톨릭교회와 교리나 규율 또는 교회 조직과 관련해 여러 차이가 있어 교회 일치에 장애가 되지만 이 장애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치 운동이라고 밝힙니다. 또 가톨릭교회의 울타리 밖에도 교회에 생명을 주는 탁월한 것들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교령은 “가톨릭교회를 통해서만 구원 수단이 완전한 충만함에 이를 수 있다”며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가 가톨릭 교회를 통해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합니다(3항).

일치에 관한 이런 기본 입장을 밝힌 후 교령은 일치 운동의 몇 가지 실천 방향을 제시합니다. 먼저, “갈라진 형제들의 상황을 공정하고 진실하게 반영하지 못하여 그들과 상호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말과 판단과 행동을 삼가는 모든 노력”입니다. 다음으로는, 여러 교회나 공동체의 그리스도인들이 각각 자기 교파의 교리를 깊이 설명하고 그 특성을 제시하는 ‘대화’입니다. 세 번째로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이 요구하는 대로 공동선을 위해 교파들이 더욱 폭넓은 협력을 추구하고 가능한 곳에서는 함께 모여 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이가 교회에 관한 그리스도의 뜻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마땅히 요청되는 쇄신과 개혁 활동을 줄기차게 추진하는 일입니다.

교령은 또 이런 과정을 가톨릭 신자들이 먼저 실천해 갈라진 형제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가톨릭교회가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모든 진리와 은총의 온갖 수단을 다 갖고 있지만, 그 지체들이 거기에 어울리는 열정으로 살지 못함으로써 교회 얼굴이 제대로 빛나지 못하고 하느님 나라의 발전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가톨릭 신자들은 갈라진 형제들에게서 발견되는 참된 그리스도교적 보화들을 공동 유산에서 나온 것으로 기꺼이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4항)고 교령은 지적합니다. 아울러 갈라진 형제들 안에서 성령의 은총으로 이뤄지는 것은 우리 자신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힙니다.


제2장 일치 운동의 실천(5-12항)

교령은 이어 일치 운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합니다. 먼저 교회 소명에 충실하기 위한 교회 쇄신 혹은 개혁입니다. 그래서 상황과 환경에 따라, 간습이나 교회 규율에서나 진술 방법에서 올바르지 않은 것이 보존돼 왔다면 적절한 시기에 마땅히 혁신돼야 한다고 교령은 적시합니다(6항).

다음으로, 마음의 회개입니다. 진정한 일치 운동은 내적 회개 없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복음에 따라 더욱 순수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촉진하고 또 실천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교령은 설파합니다(7항).

일치를 위한 기도와 갈라진 형제들과 함께하는 일치 기도 모임은 일치의 은총을 얻는 효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과 갈라진 형제들을 결합시켜온 유대의 표지라며 교령은 기도와 공동 기도 모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일치를 위해 성사(聖事) 교류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8항).

갈라진 형제들을 더 잘 이해하려는 연구와 대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교령은 밝힙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진리에 따라 선의의 연구를 해야” 하며, 특히 “적절한 준비를 갖춘 가톨릭 신자들은 갈라진 형제들에게 고유한 교리, 역사, 영성 생활, 예배 생활, 종교 심리, 문화 등에 관해 더 나은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갈라진 형제들의 생각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가톨릭의 신앙도 그들에게 더 적절히 보여 줄 수 있을 것입니다(9항).

교령은 교회 일치를 위한 양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신학과 특히 역사학의 교육은 일치 운동의 관점에서 사건의 진상에 더욱 부합하도록 이뤄져야 하며, 논쟁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연구된 신학에 정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힙니다. 신앙의 표현 양식과 방법이 갈라진 형제들과 나누는 대화를 방해해서는 안 되며, 갈라진 형제들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방법으로 가톨릭 신앙을 더욱 바르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간 존엄성 증진이나, 평화 증진, 학문과 예술의 신장, 문맹 · 빈곤 · 주택난 같은 곤경을 타개하는 일 등에서 협력하는 것 또한 일치를 위한 길을 닦는 것이라고 밝힙니다(10-12항). [평화신문, 2012년 6월 17일, 이창훈 기자]


[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2부] 끝나지 않은 공의회,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사는가?

(24) 일치 교령 (하) 화해와 일치 위한 형제적 대화의 토대 제시


일치 교령은 로마 사도좌와 갈라진 교회 및 교회 공동체들과 일치 회복을 위한 노력에서 지켜야할 조건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5월 바티칸에서 러시아 정교회 측이 보낸 연주단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러시아 정교회 힐라리온 대주교(가운데),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왼쪽부터). [CNS 자료사진]


제3장 로마 사도좌에서 갈라진 교회와 교회 공동체(13~23항)

교령은 이제 갈라진 교회와 교회 공동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찰합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교회 분열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동방에서 생긴 것으로서 에페소와 칼케돈 공의회의 교의 정식 논쟁에서, 또는 그 후대에 들어 동방 총대주교좌와 로마 사도좌 사이의 교회적 친교의 단절로 생겨난 것"으로, 이렇게 갈라져 나간 교회들을 동방 교회들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그 후대에 일반적으로 '종교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건들에서 생겨난 것으로, 이렇게 해서 로마 사도좌에서 갈라져 나간 국가나 교파의 공동체들을 일반적으로 프로테스탄트라고 부릅니다(13항).
 
이런 분열은 "그 발단과 시대와 장소 때문만이 아니라 특히 신앙과 교회 제도 관련된 문제의 성격과 중요성에 따라 서로 매우 다르다"(13항)고 교령은 밝히며 일치 운동을 현명하게 실천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과 원칙을 제시합니다.
 

동방 교회들에 대한 특별 고찰(14~18항)
 
교령은 우선, 사도들이 전해준 유산이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져 지역 특성과 생활 조건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온 동방 교회들의 특성과 역사를 간략히 언급하면서 동방 교회들과 일치를 회복하려면 동방 교회들의 기원과 발전의 특수한 상황, 분열 이전에 동방 교회들이 로마 사도좌 사이에서 유지해 온 상호 관계의 특성을 고려하고 올바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합니다(14항).
 
교령은 이어 동방 교회의 전례와 영성 전통을 언급합니다. 동방 교회는 교회 생활의 원천인 성찬례를 거행하고, 동정 마리아를 공경하며, 사도 계승의 힘으로 성사들, 특히 사제직과 성찬례를 보존하고 있고, 수도 생활의 풍요로운 영성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령은 동방 교회들의 풍부한 전례와 영성 자산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보존하고 육성하는 것이 동ㆍ서 그리스도인들의 화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힙니다(15항).
 
교령은 나아가 교회 생활과 관습에 관한 동방 교회의 고유한 규율이 교회 일치에 지장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교회 사명을 다하는 데 적지 않게 이바지한다고 밝힙니다. 따라서 "동방 교회들이 온 교회에 필요한 일치를 명심하고 자기 신자들의 품성에 더 적합하고 영혼의 선익 도모에 더 적절한 고유 규율에 따라 자기 교회를 다스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동방 교회들의 고유한 규율을 존중하는 것이 일치 회복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합니다(16항).
 
교령은 동방 교회의 신학적 표현들에 대해서도 같은 견해를 견지합니다. "계시 진리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표현들은 흔히 대립한다기보다 오히려 서로 보완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방 교회의 진정한 신학 전통이 성서에 뿌리를 박고 있고 올바른 생활제도와 그리스도교 진리의 완전한 관상을 지향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교령은 밝힙니다. 교령은 이렇게 동방 교회의 "다양한 전통 안에 있는 영성과 전례와 규율과 신학의 이 모든 자산이 교회의 완전한 보편성과 사도 전래성에 귀속된다"고 선언합니다(17항).
 
따라서 공의회 교부들은 일치 교령에서 동방 교회들과 친교와 일치를 회복하고 보존하려면 "긴요한 사항 외에는 다른 짐을 더 지우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힙니다. 동방 교회들과 일치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강요가 아닌 형제적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18항).
 

서방의 갈라진 교회와 교회 공동체(19~23항)

일치 교령은 이어 서방의 갈라진 교회와 교회 공동체들 곧 개신교 교회와 교회 공동체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동방 교회들과 달리 서방의 갈라진 교회와 교회 공동체들은 가톨릭교회와 "역사적ㆍ사회적ㆍ심리적ㆍ문화적 특성의 차이만이 아니라 특히 계시 진리의 해석에서 매우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교령은 밝힙니다(19항).

공의회 교부들은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치를 위한 대화를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대화의 토대와 격려가 되는 몇 가지 요점을 제시하는데,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고백 △성서 연구 △성사 생활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생활 등이 그것입니다(20~23항).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고백과 관련, 교령은 강생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 활동, 교회의 신비와 직무, 구세사에서 마리아의 역할 등에서 갈라진 형제들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갈라진 형제들도 그리스도를 교회 일치의 원천과 중심으로 여기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20항).
 
성서 연구에서는, 성서의 신적 권위를 주장하는 데 있어서 가톨릭교회와 갈라진 형제들은 일치하지만 "성서와 교회의 관계에 대해 우리와 달리 저마다 참으로 다르게 생각한다"며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선포하는 일에서 정통 교도권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히지만, 갈라진 형제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룩한 말씀 자체가 바로 일치를 위한 탁월한 도구가 됩니다(21항).
 
성사 생활과 관련, 갈라진 교회 공동체들은 △세례에서 흘러나오는 완전한 일치를 가톨릭 교회와 이루지 못하며 △특히 성품성사의 결여로 성찬 신비 본연의 완전한 실체를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톨릭 교회 입장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만찬, 다른 성사들, 예배, 교회 직무에 관한 교리를 일치를 위한 대화 주제로 삼아야 한다고 교령은 제시합니다(22항).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생활과 관련, 교령은 갈라진 그리스도인 가운데서 많은 이가 도덕 문제에서 언제나 가톨릭 신자들과 같은 방법으로 복음을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또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똑같은 해결책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른다는 점에서, 여기에 토대를 두어 일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23항).
 

결론
 
이렇게 일치 운동의 실천 조건과 지도 원칙을 제시한 공의회 교부들은 결론에서 신자들에게 "일치의 참된 진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온갖 경솔함과 무지한 열정을 자제"하라고 거듭 권고합니다. 아울러 가톨릭 신자들의 활동이 갈라진 형제들의 활동과 결합해 일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모든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일치라는 이 목표가 인간의 힘과 재능을 넘어선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희망을 둔다고 밝힙니다(24항). [평화신문, 2012년 6월 24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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