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성모님의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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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7 ㅣ No.577

[레지오 영성] 성모님의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중서울 ‘원죄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Re. 직속 명동성당 Cu.들을 담당하며, 50여개의 Pr.과 함께 하는 지도신부로 살다보니 다양한 레지오 단원들을 만납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첫째로 “내가 중고등학교 5년 동안 소년 레지오 활동하던 때와는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점과 둘째 “레지오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양극화되어 가고 있구나!”라는 점입니다.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해서는 안 되는 것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변합니다. 그에 맞추어 우리의 마음도 바뀝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웃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마저도 바뀌고 있습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가톨릭 신앙을 간직한 채 레지오 단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녹록해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나와 의견 차이를 보이는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폭언과 고함을 아끼지 않는 모습,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때마다 씁쓸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성모님 군대의 일원으로 성모님의 시선으로 세상과 이웃과 나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비록 세상은 변할 수 있지만 우리 신앙인들이 지켜내야만 하는 가치는 변해서는 안 됩니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묵상해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 레지오 단원으로 지켜내야 할 ‘소금으로서의 제 맛’은 과연 무엇일지 차분히 성찰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성모님의 시선

 

레지오 단원이라면 성모님의 시선으로 세상과 이웃과 나 자신을 바라봐야 할 사명을 지닙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세상에서 소금으로서의 제 맛’을 지키는 비결입니다. 신약성경 복음서들을 살펴보면 성모님께서 살아가신 모습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혼인하지 않은 처녀가 임신하면 간음죄로 여겨져 돌에 맞아 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님께서는 천사의 주님 탄생 예고 후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답하시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십니다. 이처럼 마리아는 죽음의 위험도 감수하며 하느님 뜻에 순명하는 지극한 겸손을 보여주셨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아기 예수님을 봉헌하러 갔던 예수님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는 시메온을 만납니다. 그때 마리아는 시메온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5) 어린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한 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껴졌을 성모님의 불안과 걱정과 근심은 우리가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을 것입니다.

 

한편 예수님의 공생활 중에 어머니께서 아드님을 찾아 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3.35)라며 말씀하십니다. 만약 이 이야기를 성모님께서 직접 듣고 계셨다면 얼마나 섭섭하고 무안하셨겠습니까?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디셨습니다.

 

3년의 공생활 끝자락에 예수님께서 수난과 고통을 받으신 후 십자나무에 매달려 죽어가는 모습을 성모님께서는 지켜보셔야 했습니다.(요한 19,25-27 참조) 어린 자식이 밤새 고열로 고생하기만 해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다 큰 자녀가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과연 그 고통을 무엇에 비길 수 있겠습니까? 아마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며 말없이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결국 성모님의 시선이란 겸손, 인내, 온유, 기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레지오 단원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모습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웃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성모님의 시선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물론 레지오 회합에 성실히 참석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또한 총사령관이신 성모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각자의 구체적 삶 속에서 ‘성모님의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를 실천한다면 성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우리의 말과 우리의 행동과 우리의 시선이 성모님을 통하여 하느님께 봉헌되는 아름다운 장미꽃 한 송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6월호, 김상우 바오로 신부(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선교․교육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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