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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즐거운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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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654

[아버지 여정] 즐거운 나의 집


다음은 중학교 국어 시험문제입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문제 1) 이 문장에 사용된 수사법은?
① 은유법 ② 의인법 ③ 반어법

문제 2) 시인의 마음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내용은?
① 전혀 슬프지 않다 ② 약간 슬프다 ③ 슬퍼도 너무 슬프다

정답은 모두 ‘③번’입니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은 ‘반어법(反語法)’을 통해 가슴이 찢어지는 깊은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반어법은 겉으로 표현한 내용과 속마음에 있는 내용을 서로 반대로 말함으로써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표현법입니다. 이러한 반어법이 쓰인 또 다른 유명한 글귀가 있습니다.


노래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 사랑 나의 집 /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사람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였던 존 하워드 페인입니다. 그는 그의 이름처럼 ‘폐인’같은 떠돌이 생활을 하였으며, 한 번도 가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1823년에 프랑스 파리의 어느 낯선 거리를 동전 한 푼 없이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거닐다가 “아! 나에게도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좌절과 슬픔 속에서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의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세상을 떠돌다가 1852년에 알제리의 어느 이름 모를 길가에서 허무하게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노래가 우리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러한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북군 1만 2천 명, 남군 5천 명의 사상자를 낸 1862년 버지니아의 ‘래퍼핸녹강’ 전투는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유명합니다.

양쪽 진영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전투를 벌이고, 밤에는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양쪽 군악대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하루는 북군의 군악대가 ‘Home sweet home’을 연주하였습니다. 이 연주소리를 들은 남군의 군악대도 이에 질세라 똑같은 노래를 연주하였습니다. 그 순간 이 노래를 듣고 있던 북군과 남군의 모든 군인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서로가 적인 것도 잊어버린 채 모두가 강으로 뛰어나와 서로를 얼싸안고 모자를 하늘로 던져 올리며 환호하였습니다. 그리고 남군과 북군은 24시간 동안 휴전을 선포하게 됩니다. 이 장면을 현장에서 취재한 프랭크 막심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노래 하나 때문에 다들 미쳤다!”


갈등은 바로 풀어버려야

사실 노래 자체가 사람들을 미치게(?) 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을 진짜로 미치게 한 것은 가족에 대한 절박한 그리움입니다. 노래는 이러한 그리움을 밖으로 표출시킨 하나의 촉매제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깊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늘 같은 자리에 존재했기에 내일도 당연히 그럴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미안하다는 말을, 사랑한다는 말을 무한정 뒤로 미루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내일의 해를 나의 가족과 함께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에페 4,26).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분들 가운데 가족과 치열한 ‘전투’ 중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과 생긴 갈등은 해가 질 때까지, 곧 그날 바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제때 풀지 못해 앙금이 남아있다면 올 한 해가 질 때까지는 꼭 풀어버리시기를 권합니다.

행복은 평소에 자신이 갖지 못했던 것을 얻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간절히 바라게 될 때 찾아옵니다. 단, 이를 깨닫는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아야 합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2012 가족 송년의 밤

가정에서 온 가족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진행한다.
준비물 : 가족 수 만큼의 A4용지와 펜, 쓰레기통

① 가장이 다음의 성경말씀을 읽고 시작기도를 한다.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콜로 3,13).

② 가족 모두 A4용지를 한 장씩 받아 가로방향으로 놓은 뒤 반으로 접었다가 편다. 접힌 부분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올 한 해 동안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을 적고, 오른쪽에는 슬프고 괴롭고 아쉬웠던 일들을 적는다.

③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적은 내용을 발표한다.

④ 접혀진 부분을 반으로 잘라낸 뒤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을 적었던 부분은 그대로 놔두고, 슬프고 괴롭고 아쉬웠던 일들을 적었던 부분을 갈기갈기 속 시원하게 찢은 뒤 휴지통에 버린다.

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가족에게 특별히 용서를 청하고 싶은 일, 용서를 해주고 싶은 일, 특별히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발표한다.

⑥ 모두 일어서서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포옹을 나눈다.

⑦ 동그랗게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을 합창한다.

⑧ 어깨동무를 한 채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가정을 위해 기도한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12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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