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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카푸친 작은 형제회 -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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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5 ㅣ No.152

[수도 영성] 카푸친 작은 형제회 -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Sequela Christi) 카푸친들의 복음생활

 

성 프란치스코의 회칙과 정신에 따라 가난하시고 겸손하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자 했던 초기 카푸친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카푸친 형제들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행하는 것을 영성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들에게는 복음생활이란 성경 말씀의 실행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Sequela Christi’, 곧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요 그리스도교 생활의 두드러진 모범인 성 프란치스코는 가난하시고 겸손하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발자취를 기꺼이 따라야 할 것을 자기의 형제들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래야만 그들은 성자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 인도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더욱더 그리스도와 동형 될 수 있도록 … 그분을 관상하고 성찬을 거행하면서 그분께서 오실 때까지 그분의 부활을 미리 맛보아 파스카의 신비에 동참합시다”(카푸친 작은 형제회 회헌, 2조).

 

 

카푸친 영성의 특성이 되는 5개의 은사

 

1. 형제애 - 카푸친들은 형제들이다

 

카푸친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대로 모든 피조물의 맏형이 되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형제들인데, 우리 형제회를 하나로 묶어주시는 분은 주님의 성령이시다. 그러므로 극진한 형제 사랑을 함께 실천할 똑같은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로서 사제든 평수도사든 카푸친의 유일한 호칭은 ‘형제’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의 형제 사랑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형제들은 어디에 있든지 어디서 만나든지 한 가족임을 서로 간에 보여줄 것입니다. … 그래서 어머니가 자기 육신의 자녀를 기르고 사랑한다면, 각자는 자기 영신의 형제들을 한층 더 정성되이 사랑하고 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인준받은 회칙, 6:7-8). 이 따뜻한 형제 사랑은 우리 자신에게만 제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의 모든 사람과 피조물에까지 퍼져야 하는 것이다.

 

2. 관상 - 카푸친들은 기도하는 형제들이다

 

기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기도 자체인 사람으로 묘사된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카푸친 형제도 스스로 기도가 되려고 한다. 개인적 관상기도와 공동체의 전례기도는 우리 카푸친의 생활양식과 모든 사도직을 가능하게 한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사랑의 호흡으로서, 성령의 움직임에서 비롯한 것인데, 성령의 그 움직임을 통하여 내면적인 사람은 마음에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에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회헌, 45조 1항). 카푸친의 관상기도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날마다 자연과 인류역사,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의 양심, 성경에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귀담아 듣고 응답하는 것이다. 카푸친의 관상은 궁극적으로 예수님을 본받아 활동으로 옮겨 형제 사랑의 실천과 친교로 표현되어야 하는 관상이다.

 

3. 가난과 더욱 작음 - 카푸친들은 ‘민중의 형제들’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나병환자들과 어울리고 복음말씀을 들으셨다. 성인은 자신과 형제들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과 모든 피조물에게 의존하는 작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깨달았다. 물질적 가난은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모든 사람과 피조물을 섬기는 더욱 작은 사람의 겸손이나 마음의 가난 없이는 무의미하다. 동시에 마음의 가난은 물질적 가난과 엄격히 단순한 생활양식으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이 물질적인 가난을 우리는 “허락된 최대가 아니라 필요한 최소”(회헌, 67조 3항)에 따라 실행한다. 카푸친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닮으려는 열망을 순박하고 거친 생활양식, 곧 카푸친 특성인 엄격성(austeritas)으로 표현한다.

 

4. 복음화 - 카푸친들은 복음을 선포하는 형제들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기도하는 은둔자의 성소는 아주 매력적이었지만, 하느님의 계시로 자기 구원뿐만 아니라 만인의 구원을 위하여 부름 받았음을 깨달았다. 바로 그분을 본받으려는 카푸친인 우리는 기도생활과 활동생활로 세상에 사는 관상자들인데, 우리의 관상은 활동으로 넘쳐 나온다. 그리스도와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대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할 특별한 사명이 있다. 하느님의 나라가 선포될 수 있도록 카푸친들은 교회와 사회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는데, 특히 남이 업신여기는 이들과 어울리고, 다른 이들이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일을 떠맡는 사명이 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필요한 손일도 기꺼이 한다. 어떤 봉사를 하든지 무엇보다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권고대로 ‘더욱 작은 형제’가 되어 봉사하려고 노력한다.

 

5. 정평환 - 카푸친들은 정의평화 창조보존을 증진하는 형제들이다

 

만민의 형제 프란치스코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늘 평화롭게 화해시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회개의 설교와 생활양식의 모범으로 성인은 형제애와 평화를 위협하는 부정과 인권 침해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우주적인 형제 프란치스코는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정의를 증진시키면서도 모든 피조물과 인간의 평화도 갈망하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에 대한 존경으로 ‘형제’와 ‘자매’라고 불렀다. 이 보편된 형제자매 관계는 아직 미완성된 것이기에 프란치스코의 제자인 카푸친 형제들도 화해성사를 주고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며, 전쟁과 환경파괴를 반대하는 운동과 생명운동에 참여하여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정의와 평화와 창조보존을 위하여 끊임없이 수고해야 한다.

 

 

맺음말

 

카푸친 형제들의 고유 영성은 특히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우리 거룩한 평형제들의 모범에서 배워온 것이다. 성인들의 모범에 따라 십자고상 앞에서 영성생활의 교훈을 배우도록 노력한다. 문지기 형제로 봉사한 콘라도 성인은 다음과 같이 우리 영성의 핵심을 표현한다. “나는 그분(예수님)을 정말 사랑하고 싶다. 내가 겸손과 온유함을 연습하는 데 필요한 방법은 십자가뿐이다. 십자가가 내 책이지, 십자가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가르쳐준다. 그분께만 마음을 두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모든 십자가를 지는 법을 배워, 그래, 십자가는 내 삶의 방향이 적힌 책, 규칙서이다”(‘파르잠의 성 콘라도의 편지’에서).

 

[경향잡지, 2009년 5월호, 글 황 베르나르디노 카푸친 작은 형제회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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