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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사목]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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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7-24 ㅣ No.581

제16회 농민주일 -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어디까지 왔나?


우리농, 단순한 농산물 직거래 아닌 창조보전 운동이란 인식 전환부터

 

 

농업은 '생명'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26.7% 수준에 머물러 전 세계적 기근이나 식량 무기화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농업의 소중함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때다. 사진제공=가톨릭농민회.

 

 

하느님이 '땅 위에서 번성하여라'(창세 1,22)하고 지으신 인간과 자연, 만물이 태곳적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에덴동산에서 나는 풍성한 과일을 따 먹으며 걱정 없이 지내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전 세계 60억 인구 중 10억 명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고,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 생산이 줄어듦에 따라 식량 생산국들은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초국적 농식품 복합 기업들은 식량 생산과 유통을 독점해 식량을 무기화할 움직임까지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인구의 6.4%에 불과한 농민이 5000만 국민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지만 농민ㆍ농촌ㆍ농업에 대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30%를 밑도는 식량자급도도 심각한 수준이다. 제16회 농민주일을 맞아 한국교회가 생명의 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해 1994년 발족시킨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하 우리농)을 진단한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도농 공동체 운동

 

우리농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1993년 타결되면서 우리 농업에 위기의 풍랑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이듬해 출범했다.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출범에 앞서 'UR 협상에 대한 가톨릭농민회 견해'를 발표하고 시국미사를 봉헌하자, 안동교구를 시작으로 전국 교구가 시국미사를 봉헌하는 등 한국교회 전체가 농업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공감대를 이룬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농은 UR 협상 이후 유예기간(10년)이 끝나 다시 쌀 개방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는 2004년까지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해 '환경보전형 지역농업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도시와 농촌을 함께 살리는 '도농 공동체 운동'을 기치로 내건 것이다.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 있는 우리농 서울대교구 명동직매장 하늘땅물벗의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이 운동은 도시는 도시 본당의 구역ㆍ반을 기반으로 소비자 생활공동체를 조직하고, 농촌은 마을이나 공소 단위 생산공동체를 이뤄 생명의 먹을거리를 도시 본당에 공급하는 것으로 펼쳐졌다. 도시 본당과 시골 본당이 자매결연을 하고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값을 주고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1사 1촌 자매결연 운동'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운동을 통해 도시 신자들은 생산지 견학 등으로 농민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체험하는 한편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 환경사랑을 실천하게 됐고, 농민들은 도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호를 잘 알게 됨으로써 도농간 공동체적 친교를 이루게 됐다.

 

우리농은 출범 17년이 지난 현재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서울ㆍ의정부ㆍ수원ㆍ청주ㆍ안동ㆍ춘천ㆍ제주 등 14개 교구에 본부가 설립됐고, 62개 농촌생활공동체(가톨릭농민회 분회)와 214개 도시생활공동체에서 1만 163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6000여 명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76개의 도시생활공동체(본당)와 명동ㆍ양평동ㆍ서초3동 등 6개 직매장을 갖췄다. 지난해 10월에는 물류비 절약과 신선한 농산물 보급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공동물류센터'가 세워졌다.

 

우리농 실천은 도시 본당과 농촌 본당이 다르다. 도시 본당 활동이 도농협력분과나 환경분과 등을 중심으로 △ 도시와 농촌 연대를 위한 신자 교육 △ 농촌 견학 △ 우리농 매장 증설 △ 천주교 농부학교(귀농학교) 운영 등이 주를 이룬다면, 농촌은 △ 유기순환적 지역농업 전개(생산) △ 녹색체험 △ 도농 나눔터 마련 등이 중심이 된다. '즐거운 불편 운동'에 나서는 것은 도농이 따로 없다.

 

가톨릭농민회 정재돈(비오) 전 회장은 "우리농이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생명가치관 확립, 도농 공생, 생태적 생활과 생산양식 창출, 공동체적 삶의 실현 등 네 가지"라며 "우리농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 것을 넘어 반생명적 물질 중심주의와 산업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안 운동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미래 위한 대안은

 

우리농이 출범 당시나 출범 10년째를 맞은 2004년보다 외형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적 성장에 따른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은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과 비슷하다.

 

물론 우리농의 성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 우리농은 성당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에 농업과 농촌, 농민의 소중함과 공동체적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교회가 농업과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창구기능을 함으로써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농사철을 앞둔 가톨릭 농민에게 농사 자금을 빌려주고 수확기에 농산물로 받는 서울 우리농의 '가족농 사랑기금'은 2009년 3명(농가)에서 지난해 15명, 올해에는 20명으로 수혜자가 느는 등 해가 거듭할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또 안동 가톨릭농민회(가농)가 지난해 안동시 지원을 받아 안동 풍산읍에 '안동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세우고 지역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친환경 유기농 학교급식을 제공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꼽힌다.

 

그럼에도 우리농에 대한 사목자와 신자들 인식은 여전히 낮기만 하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사목자와 신자 중에는 우리농을 단순히 '농산물 직거래' 정도로 인식하는 이도 있다. 어느 본당은 성당 증ㆍ개축 때 아예 매장을 없애 우리농 활동가들이 한강 교각 밑에서 직거래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또 우리농과 가농이 함께 있거나, 우리농이 없는 곳, 우리농만 있는 곳 등 교구에 따라 조건과 상황이 크게 달라 우리농이 통일성을 잃고 제각각 운영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아울러 생산자인 가농 회원들을 중심으로 많은 우리농 활동가들이 집회와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농촌 현실과 농업에 대한 국민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광주대교구 우리농 본부장 이영선(노안본당 주임) 신부는 "우리농이 농촌을 살리는 운동을 지난 17년 동안 벌여왔음에도 농촌은 쇠퇴했고 농민 수는 줄어들었다"며 "본당 사목자들부터 우리농이 왜 필요한지, 왜 생명의 먹을거리를 먹어야 하는지 깨달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농민회ㆍ전국 우리농 임봉재(비비안나) 회장은 "농민들이 지속되는 냉해와 같은 환경재앙에도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려는 목적 때문"이라며 "우리농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민이 생산한 먹을거리를 소비할 수 있는 도시생활공동체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우리농 김현정(골룸바) 사무국장은 "우리농 확대와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신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며, 핵심 활동가 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생명을 지키는 창조보전운동인 우리농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평화신문, 2011년 7월 17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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