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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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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2-05 ㅣ No.376

[영성의 길 수도의 길] (52)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성모 마리아 모성으로 고아 돌보는 '팔불출 엄마'


추운 겨울날 경기도 용인 수지구 동천동으로 향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지나자 광교산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은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총원장 조영숙 수녀)가 보인다. 한 울타리 안에 아동복지시설 성심원과 피정시설인 성심교육관, 노인공동생활가정 사랑의 집 등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라는 이름을 보고 처음엔 외국에서 진출한 수도회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1969년 3월 21일(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고 이우철 신부가 설립한 본토인 수녀회다.

부총장 유정순(스콜라 스티카) 수녀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성심원이다. 66년 역사의 성심원은 오갈 데 없는 소년들이 수녀들의 따뜻한 돌봄과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성심원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선입견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된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고, 친부모가 채워주지 못한 빈자리를 메워줄 사랑이 좀 더 필요한 그런 아이들일 뿐이다.

토요일 오후 성당에 다녀온 초등부 아이들이 엄마 수녀에게 빵과 음료수를 내민다. 주일학교에서 자신의 몫으로 받은 간식을 먹지 않고 가져온 모양이다. '수녀님 주려고 꾹 참고 가져왔다'는 아이들이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하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승훈(가명)이도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조숙자(소피아, 성심원 사무국장) 수녀가 좋아하는 원두커피를 한 잔 사들고 와 사무실 책상에 살짝 올려놓고 제 방으로 올라간다. 평소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조 수녀는 별 것 아닐 것 같은 커피 한 잔에도 왠지 가슴 찡하다.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총원장 조영숙 수녀가 새터민 자녀들을 위한 그룹홈 성모 소화의 집 어린이들 재롱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아이들 때문에 울고, 아이들 때문에 웃고 여느 엄마랑 똑같죠.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저는 아들이 많아요."

혹시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을까 노파심에 잔소리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아이들 자랑으로 입에 침이 마르는 조 수녀를 보면 영락없는 팔불출 엄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우리 아이들은 참 착해요. 크게 말썽을 피우는 일도 거의 없죠.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모범생도 많고, 수녀원 김장을 도우려고 주일 외출을 포기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아이들도 많죠."
 
수녀들은 대부분 아이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성소를 선택한 이들이다.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위해 매일 식사준비와 빨래를 하고 숙제를 도와준다. 가끔 아이들에게 걱정스러운 일이 생기면 밤새 머리맡에서 기도를 한다.

조 수녀는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오히려 학교 친구들을 성심원에 데려와 놀기도 한다. 또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덕분에 남을 배려하고 어디를 가든 적응을 잘 하는 편이다.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여주 파티마 성모의 집 할머니들.


이렇듯 성심원에는 1살부터 18살까지 남자아이 46명이 엄마 노릇을 하는 수녀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아이들은 피를 나누지는 않았어도 친형제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자라 사회인으로 독립해 나간 소년은 지금까지 2000여 명에 이르고, 그들 중에서 사제 5명이 탄생했다. 이젠 어엿한 가장이 된 그들이 가끔 자녀를 안고 찾아오는 정겨운 모습에서 수녀들은 성모 마리아의 모성으로 불우한 아동, 가난한 이들을 돌보라는 수도회 영성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긴다.

유정순 수녀는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행여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수녀들이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심원뿐이 아니다. 소녀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시몬의 집(용인 수지구 동천동)과 성심 효주의 집(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도 부모들이 돌보지 못하는 소녀들과 함께 참 가족, 참 행복을 일궈내고 있다. 아울러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로 수지 사랑의 집과 충주 사랑의 집, 마석 클라라의 집, 유료양로시설인 여주 파티마 성모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터민 자녀 양육을 도와주는 성모 소화의 집(서울 은평구 신사동)을 열었다. 이밖에 수지 성심교육관과 여주 피정의 집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종신서약 48명, 유기서약 4명, 수련자 1명이다.


수도회 영성과 역사 - 어머니 마음으로 하느님 사랑 증거


아동복지시설 성심원과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설립자인 이우철 신부가 성심원 원아들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설립자 이우철(1915~1984) 신부는 40년 가까이 고아 1000여 명을 사랑으로 길러온 '고아들의 아버지'였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당시 서울 중림동본당 보좌로 사목하던 이 신부는 성당 근처 서울역에서 만난 고아 다섯 명을 데려다 좁은 사제관에서 함께 생활했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본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고아들이 모여들었고, 이 신부는 이를 그리스도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그토록 아끼던 피아노를 팔고,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서울 잠실 근교에 성심원을 마련해 하느님께서 맡기신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여느 부모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었다. 이렇게 출발한 성심원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200명이 넘는 남자 고아들을 국가 지원 없이 양육하는 시설로 성장했다.

소년들은 이 신부의 각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으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자애로운 어머니 사랑이 필요했다. 성심원 설립 당시부터 이 신부와 뜻을 같이했던 몇몇 여성들의 청원으로 조직된 신심단체인 어머니회는 소년들을 자모적 사랑으로 보살폈고,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모태가 됐다.

"불우한 소년들의 어머니가 되도록 하십시오."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을 돌보십시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이 신부는 회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수녀들은 특히 '묵(默), 인(忍), 애(愛)' 즉, 고요함(침묵) 중에 주님 뜻을 찾고 인내하는 중에 덕으로 나아가며 사랑으로 복음을 증거하라는 설립자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봉헌한다.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녀회 영성은 성모 마리아의 모성애와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따르는 데 있다. 복음적 삶을 가장 완전하게 살아간 성모 마리아를 닮아 모든 사도직에서 그리스도께 영광을 드리고자 한다. 이를 위해 모든 회원은 매일 성체 앞에서 하느님과 하나되는 성체조배를 삶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삼는다. 또 세계 평화와 죄인들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한 파티마의 성모 마리아 메시지에 따라 기도와 묵상, 숨은 희생으로 보속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가난하고 겸손하게 주님을 섬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과 수도규칙을 따르며 프란치스칸 가족과 영적 일치를 이루고 있다.

※ 성소모임(www.fof.or.kr)

▨ 매달 첫째 주일 오후 2시 수녀원 본원(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 문의: sunshinefof@hanmail.net 031-263-5883, 011-9176-1212
 
[평화신문, 2012년 2월 5일, 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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