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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종교철학ㅣ사상

과학과 신앙: 맞춤 인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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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137

[과학과 신앙] 맞춤 인간의 시대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첨단과학기술과 더불어 식생활과 주거환경 등의 개선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2017년에 이르면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령화사회에서 필수품이 된 인공 장기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은 일하는 사람 3명이 55세 이상 노년층 1명을 부양하는 셈인데, 2026년에는 일하는 사람 1명이 55세 이상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인체를 차에 비유한다면 새 차보다 오래된 중고차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차는 오래 사용하거나 사고로 고장이 나면 공장에서 새 부품을 받아 고치면 되지만,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 대신 마치 차에서 여유 있는 부품을 떼어내거나 폐차된 차에서 부품을 재사용하듯, 사람은 장기기증을 통해 장기와 조직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와 조직을 공급받는 일이 쉽지 않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돼지 또는 원숭이 등 특정 동물로부터 심장, 간, 신장 등의 장기를 얻고자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면역학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실험실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며, 면역학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동물의 특이면역유전자를 제거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장기이식의 길을 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환자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먼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공장에서 새 부품을 받듯, 별도의 공급체계를 활용하여 해결책을 찾는 방안을 찾게 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인공 장기이며 의료용품이다. 이 분야에서도 필요한 기술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필수요소 기술인 생체재료(biomaterials)기술 문제가 더욱더 대두되고 있다.

생체재료란 질병 진단과 치료, 예방의 수단으로 생체조직에 직접 접촉하는 소재를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고분자, 금속, 세라믹과 그의 복합재료가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응용 목적이나 기간, 부위 등을 고려하면 그 응용범위는 실제로 매우 다양하다. 심혈관계 장기로는 인공 심장, 판막, 혈관, 신장, 폐 등이 있으며, 근골격계 장기로는 인공 관절, 뼈, 연골, 근, 인대 등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거나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어서 더욱 발전된 재료가 요구된다. 생체재료의 본질적인 특성이 생체조직 또는 혈액과 접촉하여 조직을 괴사시키거나 혈액을 응고시키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생체 적합성(biocompatibility)이라고 한다. 생체 적합성은 혈액 적합성(blood compatibility)과 조직 적합성(tissue compatibility)으로 나누어 응용 목적에 따라 중요시되고 있다.


당신의 장기도 바꿀 수 있다

매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이나 사고로 병원을 드나든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식이 가능한 장기가 부족해서 죽어간다. 인체는 질병이나 외상에 따른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는 신체의 기본단위인 세포를 손상 부위에 충원하려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신체의 손상이 지나쳐 스스로 복구되지 못할 경우, 외과수술을 통해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거나 남아있는 정상조직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게 처리하기도 한다. 요즘은 이러한 대체 치료기술로서 인공 장기 또는 체내 이 식물을 활용하고 있는데, 환자들의 장기와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장기나 이식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생체와 친화성 있는 재료로 만들어지는 인공 장기나 이식물에는 인공혈관을 비롯하여 인공 신장, 인공 뼈와 연골, 인공 관절, 인공 치아, 인공 수정체, 인공 폐 그리고 인공 심장 등이 있는데, 현재 성공적으로 인체에 사용되고 있다. 맞춤 인간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인공 재료로 만들어지는 인공 장기는 치료용 목적이나 단기간 사용할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생체재료라도 오랫동안 몸속에 남아있으면 좋지 않기 때문인데,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기능이 향상된 인공 장기를 만드는 연구도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외과 치료의 개념은 ‘대체 치료(Replacement Therapy)’에서, 손상 부위를 정상적인 조직이나 장기로 재생하려는 ‘재생 치료(Regenerative Therapy)’로 발전하고 있다.


장기와 조직을 배양해서 키운다

최근에는 살아있는 장기나 조직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바이오 장기나 조직의 재생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라고 알려져 있는 기술이 그것이다.

이 기술은 환자가 세포(자신의 세포나 기증자의 세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인데, 이들 세포를 사전에 채취하여, 분해 가능한 생체재료로 만들어진 삼차원의 지지체 골격에 결합시켜 배양한 다음, 체내에 이식하는 기술이다. 세포와 지지체로 이루어진 삼차원 지지체가 조직결손 부위 또는 상처 부위로 이식되고, 그곳에서 세포는 복제와 재조직 과정을 통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동시에 지지체는 분해되어 체외로 배출되고, 체내에는 완전히 새로운 조직만 남게 된다.

인체의 장기나 조직은 본연의 기능을 하는 세포와, 세포 주위에서 세포의 활동을 지원하고 유지시키는 ‘세포 외 기질(Extra Cellular Matrix : ECM)’로 되어있다. 이 가운데 ‘세포 외 기질’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 곧 ‘인공세포 외 기질(artificial ECM)’을 통해 조직이나 바이오 장기를 만드는 일은 지난 수십 년간 생물학에서 축적된 지식을 조직과 장기에 적용시키는 작업인데, 생체재료공학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치료기술을 낳고 있다.

현재의 조직공학은 아직 인공 장기나 인공 조직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대되는 미래상을 보여주는 단계에는 도달해 있다.

현재 자가 세포를 이용해 의료용으로 장기나 조직을 만드는 일은 세계 전역의 병원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기능과 구조가 단순한 수준의 조직을 만드는, 비록 제한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들의 초기 시도들은 피부, 뼈, 연골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규격품으로 언제나 구입이 가능한 조직이나 장기 전체를 생각해 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간, 신장, 방광이나 장과 같이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진, 크고 복잡한 장기를 설계 제작하는 일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보고가 많다. 그러나 규격품으로 언제나 구입이 가능한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일, 이를 위한 갈 길은 너무 멀고도 험하다.

바이오 장기나 인공 조직을 재생하는 기술은 마치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체를 가장 비슷하게 모방해 보자는 일련의 시도로서 미래의 핵심 치료기술로 크게 기대되고 있는 분야이다. 그동안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장기나 조직의 재생 가능성을 겨우 확인한 우리는, 이제야 인간을 창조하신 주님의 의료기술(?)을 향해 한 걸음 정도의 시도를 한 듯하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창조주께서 빚으신 기본적인 ‘세포 외 기질’조차 인공적으로 완벽하게 흉내 내지 못하는 현실을 돌아보니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더욱더 높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신 주님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인 듯하다.

사람이 되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 구유에 누워계시는 주님께 무한한 영광과 찬미를 드린다.

* 박기동 로무알도 - 아주대학교 응용화학생명공학과·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이며, 한국생체재료학회장이다.

[경향잡지, 2012년 12월호, 박기동 로무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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