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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원 산책: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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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1-16 ㅣ No.373

김선자 기자의 수도원 산책 ①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한국 최초의 수도회
 

한국 최초의 수도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배경은 17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3세기에 걸친 전쟁(100년 전쟁, 종교전쟁, 내란 등)과 흑사병으로 농민들의 삶은 참혹했고 교육은 사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성학파를 중심으로 교회 쇄신 운동이 일어났고 가난한 이들 안에 육화(肉化 :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태어남)된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이 강조되어 강력한 신심운동과 자선행위가 모든 지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어 많은 자선단체와 수도회가 생겨났다. 이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도 설립됐다.

프랑스 샬트르 교구의 시골마을 러베빌 본당 루이 쇼베 신부와 마리안 드 띠이 자매에 의해 창설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첫 사명은 어린 여자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난한 이와 병든 이들을 방문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인간적·영적 품위를 높이기 위하여 일하는 것이었다.

한국 최초의 수도회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1888년 네 분의 선교사가 이 땅에 첫 발을 디딤으로써 시작되었다. 대구에는 1912년 드망즈 주교님의 요청으로 두 분의 수녀님이 파견되어 1915년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서울관구와 대구관구로 분리되어 1천여 명의 수도자들이 교회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교육, 의료, 선교, 사회복지 등에서 사도직을 실천하며 민족과 교회에 봉사하고 있다.

이곳에 입회한 자매들은 청원기를 통해 수녀의 삶에 적응할 수 있는가를 시험받는다. 그러고 나면 수련 수녀가 된다. 수련기간 동안에는 성경에 대한 연구와 묵상, 개인기도와 공동기도, 생명의 책 연구를 하게 되며 이는 주님을 더 잘 알도록 이끌어 준다. 이 기간이 지나면 유기서원, 그리고 종신서원을 준비하는 유기서원 시기를 보내면 종신서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을 보다 기쁘게 해드리고 무지한 이들을 가르치며 불쌍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준다. 어린이들의 교육과 병자들을 돌본다. 가장 작은 지역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엄격한 극기 생활과 생계를 위해서 가장 험한 일을 한다. 가난하게 살면서 무료사업을 실시한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수녀들이 사는 삶이다. 또한 가난하고 겸손함으로 고통당하신 주님을 완전히 모방하고 손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남을 교육하는데 전념한 성 바오로 사도의 영성과 삶, 죽음, 부활의 빠스카 영성, 그리고 ‘애덕’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영광과 수녀들의 성화 그리고 이웃의 봉사를 위해 살아간다.

수도원 산책이라는 이름 아래 수녀원을 방문한 날은 겨울나기 준비의 하나인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싱싱한 배추에 온갖 양념으로 버무린 속을 배추잎에 척척 묻히는 수녀님들의 손길은 바쁘다. 그 사이를 지나며 사진 한 컷을 찍고 나니 어느새 다가온 수녀님이 돌돌 말은 김장김치를 입에 넣어주셨다. 어린 시절 김장을 담그는 어머니 옆에 앉아 먹던 그런 맛이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사진촬영을 위해 맑은 날을 기약하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여전히 흐릿한 날씨를 뚫고 다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를 방문했다. 첫 날 소개를 맡아주신 송경미 루시아 수녀님의 안내로 수녀원을 둘러보았다. 1915년 완공된 수녀원 코미넷관은 중세 유럽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혼합된 건물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를 맞이하고 있었다. 수녀원 주변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핀 노란 국화가 한창이었다. “꽃이 아직도 있네요.” 하는 말에 송 수녀님은 수녀원의 봄·여름·가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꼭 봐야 한다고 하신다.

한국진출 100주년을 기념하며 세운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맨 꼭대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이 보인다. 송 수녀님이 스위치를 올리자 텅 빈 성당에는 기도하고 묵상하고 미사하는 수녀님들의 환영이 보이는 듯 했다. 자리마다 놓여있는 손 때 묻은 성경책과 기도서 등에서 더욱 아로새겨졌다. 송 수녀님은 하루의 시작도 끝도 모두 이곳에 모여 시작되고 끝난다고 하신다.

두 시간이라는 짧은 방문 속에서 수녀원의 곳곳을 둘러보며 참으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주어진 소임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신 수녀님들을 다 뵐 수는 없었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안에 머물며 성스러움을 체험했다.

이제 작별의 시간, 송 루시아 수녀님께 “안녕히 계세요. 이제 성모당을 오갈 때 두 눈을 크게 뜨고 다니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야 이 날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 갈 수 있을 테니까.

*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성소실 : 053) 659-3404, 010-3803-8973
·Email : isacspc@hanmail.net ·Homepage : www.spctaegu.or.kr

[월간빛, 2012년 1월호, 취재 김선자(수산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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