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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비롯된 일상문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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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15 ㅣ No.365

[교회에서 비롯된 일상문화] 맥주

 

 

일과가 끝난 뒤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하루의 갈증을 풀어주며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합니다.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줄 정도로 상쾌함을 주는 맥주는 야구장에서,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마실 때에는 그 짜릿함과 즐거움을 두 배로 만들어 줍니다.

 

이처럼 맥주는 늘 우리 곁에서 시원한 맛으로 매력적인 존재감을 뽐내곤 하는데 이러한 맥주의 역사는 기원전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다양한 맛과 풍미를 지닌 맥주는 중세 수도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수도원에서는 사순 시기가 되면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평소보다 엄격히 금식을 지켜왔는데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기도와 육체노동을 함께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때 수도자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준 것이 바로 맥주였는데 보리를 원료로 빵처럼 효모를 사용해 만드는 맥주는 ‘액체 빵’이라 불릴 만큼 열량과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분이 풍부해 수도자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중세 수도자에게 맥주는 금식을 견딜 좋은 음료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술을 마시거나 혹은 술을 만든다는 것이 신앙적으로 옳은 일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교황님께 이를 문의하기에 이르렀고 교황님께 검사를 받기 위해 맥주를 한 수레 가득 실어 보냈습니다. 그런데 몇 달에 걸쳐 이동하는 동안 덥고 추운 날씨 때문에 교황청에 도착한 맥주는 상해서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맥주를 마신 교황님은 이렇게 맛없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라면 고행이니 마셔도 좋다고 허가를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중세 수도원에서는 맥주를 만들고 마실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 수도원은 당시 교육과 학문의 중심이었기에 와인이나 맥주를 양조하는 법이 기록으로 전해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맥주 양조 기술은 점차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0세기 베네딕토 수도회에서는 우리나라 맥주의 주를 이루는 라거(하면발효) 맥주가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수백 년 전통을 이어오면서 생산되는 ‘트라피스트 맥주’, 라 트라페 수도사의 이름을 딴 ‘라 트라페 맥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래프트 비어로 맥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특별한 맥주입니다. 바이엔슈테판과 같이 독일 맥주인 ‘파울라너’는 파울라너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입니다.

 

[2016년 5월 15일 성령 강림 대축일 대구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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