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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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종이책 읽기: 나자렛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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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17 ㅣ No.130

[김계선 수녀의 종이책 읽기] 나자렛 예수


이 책은 요제프 라칭거, 즉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예수’에 대한 책이다. 첫 권은 2003년 당시 요셉 라칭거 추기경 시절부터 틈틈이 집필에 들어가 일반에게 공개하기까지 오랜 여정을 거쳐 준비한 후 2006년 가을에 탈고하여 2007년 4월 출간하였고 예수의 요르단 강 세례부터 거룩한 변모, 예수의 신원 선언까지의 예수의 공생활을 담고 있다. 나오자마자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전 세계 32개 언어로 번역됐고, 한 달 만에 15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세계 출판계를 놀라게 한 초베스트셀러로 기록된 책이다. 둘째 권은 2011년 3월 10일 사순절에 출간되었는데 예루살렘 입성으로 시작되어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에 이르는 대단원을 담고 있다. 마지막 권은 올 성탄 즈음에 출간될 예정인데 초기 복음서 안에 드러난 예수님의 모습을 담고 있고 앞서 출간한 두 권의 책을 완성하는 훌륭한 신학적 학술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수는 누구인가? 그는 참으로 역사에 존재했던 한 인간이며 하느님이시라는 복음서의 고백은 과연 믿을 만한가?’ 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 책은 오늘날 너무나 많은 주석과 방법론이 있어 진정한 예수의 모습을 가리고나 있지 않은지 고찰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우리는 나자렛 출신의 예수, 마리아의 아들이요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인 그분을 선택하게 될까? 우리는 도대체 예수를 알기나 하는가? 우리는 그분을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제나 오늘이나 맨 처음부터 그분을 다시 제대로 알기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라고 본문의 여러 부분에서 질문을 던진다.

사실 「나자렛 예수」 1·2 권은 일생 동안 ‘주님의 얼굴’을 찾아온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기도와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대 대표적 신학자이기도 한 교황은 예리한 통찰과 탄탄한 신학적 근거위에 복음서를 짚어가며 예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묵상과 기도를 생생하게 북돋운다. 공의회와 그동안 성경주석방법론이 제시한 모든 연구와 노력에 감사하고 그 내용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훌쩍 뛰어 넘어 새로운 방법론적 통찰을 응용해 복음서의 예수를 진정한 예수, 본격적인 의미의 ‘역사의 예수’로 소개하고 복음서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 진실성에 새롭게 눈뜨게 해준다.

제1권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었고 공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예수의 세례와 임무 수행에 앞서 필요했던 유혹, 하느님 나라의 선포 내용, 친교로 이루어진 제자 공동체를 소개하며, 말씀을 우리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사용하신 비유와 은유에 대해서도 거론한다. 인간 예수가 참 하느님이심을 알게 되고 성경의 말씀들을 현재에 적용하며 그 의미를 ‘오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산상설교와 주님의 기도 부분은 현시대의 모습을 말씀 속에서 풀어내고 있어 더욱 생생하다.

제2권은 예루살렘 입성을 시작으로 예수 수난 여정을 향한 대단원의 문을 연다. 구약성경과의 연관성 안에서 그분은 이스라엘의 참 왕이며 새로운 인류의 참 왕으로 우리 곁에 오신다. 그분의 수난과 죽음 안에서 옛 제의는 사라지고, 옛 계약은 완성된다. 이 책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이며 한 인간으로서 끝까지 사랑하시고 처절하게 고난을 받으며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분이 오늘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문을 활짝 열어주시며 성큼 다가온다. 그분의 십자가와 부활이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 나의 현실이 되게 한다.

“인간이 필요로 하고 동경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오직 한 가지다. 그것은 생명, 충만한 생명 곧 ‘행복’이다. 요한복음서의 한 대목에서 예수는 우리가 간절히 기다리는 이 간단한 것을 일러 ‘충만한 기쁨’(16,24 참조)이라고 말씀하신다. 인간의 숱한 소원과 희망들을 말해 주는 이 간단한 것은 주님의 기도 둘째 청원기도에도 나온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하느님 나라는 충만한 생명이다. 그 까닭은 그것은 나 혼자만의 행복이나 개개인의 기쁨이 아니라, 제 모습을 제대로 찾은 세상이요 하느님과 세상의 일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황은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이며 모든 것이 포함된 이 한 가지 ‘행복’을 얻기 위해 인간은 당장의 소원과 아쉬움을 거치면서 비로소 그가 정말로 필요로 하고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하느님이 필요하고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분이 우리에게 하느님을 주시는 하느님 아드님으로서의 예수, 선물이시고 생명이신 예수, 그분의 전 존재는 나눠주심이고 온전한 ‘위타존재’라고 강조한다.

점점 깊어지는 묵상은 예수 부활의 본질과 그것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낸다. 예수의 부활은 어느 한 죽은 이가 어느 한 때에 한 번 소생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부활로서 존재 자체를 건드리는 하나의 존재론적 도약이 일어나 우리 모두와 상관되고 우리 모두를 위해 생명의, 하느님과 함께 함의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 차원이 하나 열렸다는 사실 때문에 본질적이라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인간이 되시고 고난 받으시고 죽으셨으며 부활하신 분으로서 단지 당신 자신을 보이신 당신 제자들의 믿음을 통해 인류에게로 오길 원하신다. 그분께서는 계속해서 조용히 우리 심장의 문을 두드리시고, 우리가 그분께 자신을 열 때, 우리를 천천히 보게 만드신다.”

아, 이 깊고 깊은 묵상과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방대한 사료들과 질문들, 그리고 예수 시대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 내려오는 믿음의 역사를 나의 역사로 만들고 돌아보게 하는 이 탁월한 책에 대해 한정된 지면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직접 책을 읽으면서 예수도 만나고 자신도 만나고 생명도 만나는 행운을 ‘신앙의 해’로 선포된 이때에 꼭 누려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월간빛, 2012년 11월호,
김계선(에반젤리나 ·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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