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예화ㅣ우화

[결혼] 초야에 문지방 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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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121

초야에 문지방 건너기

 

 

드디어 첫날 밤이다. 하지만 '결전'의 시간을 맞기 전에 치러야 할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신혼여행지 숙소의 문을 연 다음 신랑이 신부를 안고 문지방을 건너는 행위다. 이것을 신혼 부부 사이의 달콤한 구애의 몸짓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데, 사실 이런 절차는 '문지방'에 얽힌 미신에서 비롯되었다. 고대 인도에서는 신부가 신랑의 집으로 들어갈 때 먼저 오른발로 문지방을 건너되 그것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있었다. 고대 로마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신부를 번쩍 들어 문지방 너머로 옮겨주었다. 유럽 남서부의 알바니아인들의 풍속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부의 행렬이 신랑집에 도착하면 신부와 같이 온 사람들은 모두 문턱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오른발을 먼저 내딛고 넘어갔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도 신부가 문지방 위에 발을 내딛으면 불길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왜 문지방을 밟으면 불운이 따를까?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로마인들이 주변 민족들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부녀자들을 약탈하여 아내로 삼아, 이를 기념하던 로마의 의식에서 유래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여러 문화권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의 견해는 그릇된 것이다. 각 나라의 공통된 풍속에는 귀신이나 신령한 신이 문지방에 살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 신들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면 문지방을 밟지 않고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 산업사회인 지금에도 '문지방을 베고 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이 자주 쓰임을 볼 때 이러한 미신은 원형적인 문화의 산물이라 하겠다.

 

[박영수 저, 행운의 풍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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