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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 불평등 극복을 위한 연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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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05 ㅣ No.1305

[복음살이] 건강 불평등 극복을 위한 연대성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디 디턴이라는 영국의 경제학자는 2013년에 쓴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이라는 책에서 경제 성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 덕분에 인류는 전체적으로 과거의 죽음, 빈곤, 질병 등에서 탈출해 왔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런 탈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소득 불평등 뿐 아니라 건강 불평등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여러 가지 실증적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이미 앞선 나라의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한 전 세계 빈곤층을 줄이고 형편없는 건강상태를 개선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전체적인 경제 수준이 늘어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건강 분야에도 영향을 주어서 영양 상태와 위생시설이 개선되고, 백신과 항생제 등이 개발되어 높은 유아사망율의 원인이 되었던 세균성 전염병을 극복함으로써 평균 수명도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의 혜택을 모든 인류가 똑같이 누리지 못하는 불평등이 생겨났고, 1970년대 이후 격차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기대 수명, 영유아 사망률 등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앵거스 디턴은 빈곤 국가에서는 기대수명을 높이기 위해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공공 의료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말합니다. 산모가 적절한 도움을 받고, 아이들이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개체를 관리하거나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위생설비를 갖추는 것, 엄마들에 대한 교육, 제대로 훈련되고 대우를 받는 의사와 간호사들 같은 의료 인력들의 적절한 배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발전된 치료약들과 의료 기술에 대한 정보들이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고, 선구적인 공공 의료 시스템도 후발 빈곤 국가에 전해짐으로써 불평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턴은 기존의 단순 해외원조만으로 빈곤 퇴치는 불가능하며 오히려 해외원조가 지역 정치의 부패만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합니다. 그는 국제기구 등이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지원하되 빈곤 국가에서 실질적인 정책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보조적으로 도와야한다고 말합니다.

 

이로써 빈곤 국가들 혹은 빈곤 계층이 빈곤과 죽음으로부터 탈출하여 함께 웰빙즉 모두가 함께 충만함을 누리는 공동선을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인류 사이에 건강 불평등 여전히 존재해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건강불평등 문제는 어떠할까요? 우리나라 역시 소득과 교육 수준차이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데, 특히 사망률, 건강에 대한 자기 인식 수준, 의료서비스 이용률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고,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동진은 2013년 발표한 우리나라 건강형평성 현황 및 대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연구, 국민 건강영양조사, 국가암등록자료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하여 교육이나 소득수준별로 사망률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어 놓았습니다. 1995~2010년까지 교육수준별 사망률의 차이를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30~44세에서 대졸 이상인 집단에 비해 중졸 이하인 집단이 사망할 위험은 1995년에 약 3.2배 높았으나, 2005년에는 7.3, 2010년에는 8.1배로 증가했습니다. 의료서비스 이용율에서 도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상급종합 병원에서의 의료이용률이 높게 나타났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포기하는 비율도 2011년 기준으로 소득 수준 하위 계층은 21.2%로 소득수준 상위 계층의 7.4%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더 높았습니다.

 

한편 건강 불평등도 대물림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버지 교육수준에 따른 청소년의 주관적 불건강인지율(건강상태에 대한 주관적 평가)을 살펴본 결과,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아버지의 교육수준에 따라 집단간 불건강인지율의 격차가 벌어졌고, 청소년 흡연율에 있어서도 아버지 의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오랫동안 건강 불평등문제를 연구해 온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건강 불평등을 제자리에 놓기 위한 방법과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모든 이에게 건강은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자 권리다. (2) 건강 불평등은 정의가 아니다. (3) 어느 때보다 건강의 평균이 높지만, 불평등이 심각하고 차이는 더 벌어진다. (4) 좋은 정책과 정치로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한겨레신문 2015.10.14.)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동등한 존엄성 지녀

 

가톨릭교회는 불평등의 문제를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인간의 본성의 측면과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설명합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기에 동등한 존엄성을 지닙니다. “이것은 인종, 국가, 성별, 출신, 문화,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 사이의 근본적 인 평등과 우애의 궁극적인 바탕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44)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함으로써만 사회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사회정의의 핵심인 평등도 인간의 개인적 존엄과 권리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똑같이 참된 행복을 누리도록 초대받았 습니다. 다만 인간은 부족한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가 가진 능력과 소유의 차이들은 하느님 계획안에서 서로 보완하고 나누도록 섭리된 것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934-8)

 

찬가지로 사목헌장은 인간의 평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은 더욱 인간답고 더욱 공평한 생활 조건을 요구한다. 단 하나의 인류 가족을 형성하는 민족들 또는 구성원들 가운데서 지나친 경제적, 사회적인 불평등은 악한 표본을 만든다. 불평등은 국제적 이고 사회적인 평화에서와 같이 개별 인간의 품위와 평등, 사회 정의에서도 장애물이 된다.”(사목헌장 29)

 

가톨릭교회는 빈곤, 기아, 질병 등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 연대를 통한 전체적 발전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국제 연대의 임무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국제적으로 자원의 고른 분배를 보장하며, 오늘날 민족들을 결정적으로 결합시키고 그들이 하나의 운명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상호 의존 인식에 부응하는 경제관이 요구된다고 지적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73) 연대란 모든 구성원이 아무도 제외됨 없이 쉽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돕는 사회조건과 정책을 이루기 위한 상호 협력과 투신입니다.

 

턴은 결론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해 보다 효율적 해외원조를 제안하며 계속된 건강증진과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나라도 빈곤국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동등한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웃이 있음을 기억하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겠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의 보다 지혜롭고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고, 의료인들과 과학자들은 발전된 의료기술을 개발하며, 일반인들은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을 통한 연대의 정신을 실천합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4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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