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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우리말 바루기: 야훼와 여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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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26 ㅣ No.357

[우리말 바루기] ‘야훼’와 ‘여호와’ (상)


하느님의 이름은?

 

 

신자들 가운데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곤혹스러운 만남을 가져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알고 지내던 교우가 ‘여호와의 증인’이 됐다는 소식을 접할 땐 당혹감마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야훼’와 ‘여호와의 증인’을 비롯한 많은 개신교에서 쓰고 있는 ‘여호와’가 본디 같은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르게 부르고 있는 호칭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하느님 이름입니다. 다른 이의 이름을 틀리게 말하는 것은 실례입니다. 하물며 지존하신 하느님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은 큰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는 긴 역사와 아직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가 들어있습니다. 오래전 이스라엘 사람들은 22자로 된 알파벳을 썼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이 사용한 히브리말 알파벳은, 영어 알파벳과 달리 자음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한 예로 ‘정의(正義)’에 해당하는 히브리말은 ‘ㅊㄷㅋ’식으로만 썼던 것입니다. 또 우리와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읽을 때는 이 자음들에 ‘ㅓ, ㅏ, ㅏ’ 모음을 붙여 ‘처다카’라고 발음했습니다. 구약성경 전체가 이런 식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구약의 히브리말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현대 히브리말도 같은 방식으로 쓰고 읽습니다. 

 

말의 표기법이나 발음법은 시대가 흐르면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마치 오늘날 우리말에 있어 표준어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역사가 오랜 히브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원전 6세기 후반, 메소포타미아에 들어선 페르시아 제국과 더불어 히브리말과 비슷한 아람말이 전 근동지방의 관용어가 됩니다. 그래서 (제2경전을 빼고) 히브리말로 쓰인 성경에까지 아람말이 들어갑니다.(에즈 4,8-6,12와 다니 2,4-7,28 등) 이미 예수님 시대에는 유다인들이 아람말의 유다식 사투리를 일상어로 쓰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계속 히브리말로 봉독됐지만,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대중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회당에서 성경이 히브리말로 봉독되면, 곧바로 아람말로 통역을 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24일, 서상덕 기자]

 

 

[우리말 바루기] ‘야훼’와 ‘여호와’ (하)

 

‘야훼’ 대신 ‘주님’으로 표현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이 함락돼 많은 이들이 바빌론 땅으로 끌려가면서, 유다인들은 점점 하느님 이름을 발음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느님 뜻을 거역하고, 큰 불행을 불러들인 것이 자신들이라는 자책감 등으로 감히 하느님 이름을 부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구약에 6000번 넘게 나오는 하느님 이름을 (때로는 우물우물 넘어가거나) ‘아도나이(나의 주님)’라고 읽었습니다. 

 

750~1000년경 사이 유다인 성경 전문가들은 큰 작업을 벌입니다. 히브리말 모음 체계를 확립해 자음으로만 쓰인 성경 본문에 모음 부호를 붙이는 일이었습니다. 성경을 정확히 봉독하려는 뜻에서였습니다. 히브리어를 보면 아래위 작은 점들이 있는데 모음 표시입니다. 모음 부호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야훼(Yahweh)로 읽히기도 하고 여호와(Jehovah)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래전 조상들이 쓰던 옛 히브리말 발음과 당시 발음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느님 이름은 네 개의 자음 ‘YHWH’으로 되어 있는데, 성경학자들은 사람들이 성경을 봉독할 때 혹시라도 하느님 이름을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염려해서 이 이름에다 ‘아도나이’ 또는 ‘엘로힘(하느님)’의 모음들을 붙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유다인 성경학자들이 모음을 붙인 히브리말 성경을 읽고 하느님 이름이 ‘여호봐(Jehovah)’라고 믿게 됐습니다. 이 발음을 널리 퍼뜨린 사람은 가톨릭 사제였습니다. 1518년에 레오 10세 교황의 고해신부였던 갈라티누스(Petrus Galatinus)가 처음으로 하느님 이름의 발음을 라틴어식 발음 ‘여호와’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음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갈라티누스는 자음으로만 쓰인 히브리어 성경 본문에 모음을 붙인 ‘맛소라 학파’가 붙여놓은 모음을 하느님 이름의 발음으로 오해해 ‘여호와’로 음역했던 것입니다. 

 

본래 발음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야훼’입니다. 야훼는 유다인들이 자신들의 말로 ‘하느님’을 부르는 소리인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하느님 이름을 ‘여호봐’나 ‘여호와’로 발음하지 않습니다.

 

한국 주교회의는 지난 2008년 ‘야훼’라는 말 대신 ‘주님’이란 표현을 쓰기로 했습니다. ‘거룩한 네 글자’로 표현되는 하느님 이름을 ‘전례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교황청 지침을 따른 것입니다. 유다인의 발음이 아니라 자국의 발음으로 ‘하느님’을 부르자는 것이 교회의 뜻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6월 12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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