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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교회와 아버지: 아버지! 당신은 가정의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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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4-06 ㅣ No.517

[경향 돋보기 - 교회와 아버지] “아버지! 당신은 가정의 중심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회는 ‘신화’라는 말로 표현할 만큼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가정의 중심축인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 그 변화는 눈에 띄게 드러났다.

 

1950-60년대만 해도 남성은 가부장으로 가족에 대하여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며 살았다. 사회가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 여성의 교육 기회가 많아지고, 여성 취업인구가 늘고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 안에서 여성의 역할이 변화되었다.

 

남성들은 가정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인 부’를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에게 남은 것은 그저 ‘돈벌이하는 존재’라는 가족들의 인식뿐이었다. 존재감을 잃고, 자녀들과 대화 부족에서 오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안의 정신적인 기둥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소통이 차단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여 세대차이가 계속된다.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

 

아버지가 가정 안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 가정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모여 ‘좋은 아버지 모임’(이하 좋아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지나는 시기였다. 지역마다 그 이름과 모임의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은 가정과 사회에서 좋은 아버지, 좋은 어른이 되고자 만든 평범한 아버지들의 모임이다.

 

아버지로서 갖고 있는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며 좋은 아버지상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모임은 정례적인 강좌와 가족모임, 친목도모, 대외활동 등을 통하여 좋은 아버지상에 대해 고민한다. ‘좋아모’는 출신 지역과 나이, 직업이 다른 여러 가족들이 이웃처럼 살아가는 가족공동체 문화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각종 활동과 행사를 가족 중심으로 기획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개신교계에서는 이 문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여, 1995년 10월, 두란노서원에서 처음 아버지 학교를 개설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이 ‘가정’이라 보고,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고 파악하였다. 이에 올바른 아버지상을 추구하며 실추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시키고,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 아버지를 되돌려 보내자는 목적으로 아버지 학교를 세운 것이다.

 

개신교 교회 안에서 개설되어 주로 개신교 신도들이 참가했지만, IMF 이후 아버지 학교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신도(일반인)의 참석자가 많이 늘었다. 그 뒤 일반인들을 위한 아버지 학교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2004년부터 종교색을 띠지 않은 ‘열린 아버지 학교’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가정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입니다. 가정의 수준은 아버지의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렵습니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가정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서며, 사회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아버지 학교는 아버지를 바로 세우는 곳입니다. 아버지 학교는 이 사회를 바꾸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진정한 남성들의 회복운동입니다”(두란노 아버지 학교 누리집 www.father.or.kr).

 

 

한국 가톨릭교회의 노력

 

천주교에서도 아버지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아버지 학교를 개설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대전교구의 ‘아부지(我父知)학교’, 청주교구의 ‘행복운전수’가 운영되고 있으며 수원교구의 ‘성요셉 아버지 학교’를 시작으로 광주대교구, 대구대교구, 마산교구, 원주교구, 의정부교구, 전주교구, 제주교구 등에서도 여러 명칭과 형태로 아버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원교구의 ‘성 요셉 아버지 학교’와 청주교구의 ‘행복운전수’에 대하여 알아본다.

 

 

■ 수원교구 ‘성 요셉 아버지 학교’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인 송영오 신부가 2005년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대의 가정 형태의 변화, 가정 파괴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교회 안에 성가정의 모델이신 요셉 성인을 통하여 건강한 아버지의 상을 새롭게 만들어보고자 추진하는 하나의 ‘가정 성화운동’이며, 성령을 통한 교회운동이다. 아버지들의 화해와 용서, 치유와 회복은 아버지 스스로의 변화와 성숙을 경험하게 되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와 같은 선물이 가정의 회복과 성화를 이룩하는 열매로 그 빛을 드러낸다.

 

▶ 취지와 목적

 

현대의 가정형태의 변화와 가정의 파괴 현상은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정체성을 되찾을 필요를 요구하고 있다. 아버지의 역할과 위치는 현대의 가정 속에서 새로이 재창조되어야 한다. 가정의 붕괴는 교회 안에서도 세속의 세태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가정폭력, 문란한 성문화, 자기중심적 개인주의 문화의 만연과 모든 문화 속에 스며든 물질주의로 믿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혼이 계속하여 늘고 있다. 이러한 현대 가정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성가정의 모범이신 요셉 성인을 통해 건강한 아버지의 상을 새롭게 모색해 보고자 시도한 것이 ‘성 요셉 아버지 학교’이다.

 

▶ 가톨릭적 방향 정립

 

아버지 학교 프로그램은 가톨릭의 고유한 전통인 미사성제의 의미를 생활 안에서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는 말씀을 통한 내면 성찰로 나의 현 위치를 재점검하며, 가정이 사랑을 실천하는 실질적인 공간임을 인식하게 한다.

 

건강한 아버지 상의 회복은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고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 신앙적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정의 성화를 이룰 수 있다. 성 요셉 아버지 학교는 가정의 성화를 위한 교회 안의 새로운 부르심에 응답하여 그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시하는 아버지들의 운동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 방향과 목표

 

새로운 아버지의 역할을 발견함으로써 가정 공동체의 회복과 소통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가정 안에 잃어버린 기도와 대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여, 교회 안에서 아버지, 남성의 위치를 새롭게 매김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프로그램의 구성

 

프로그램은 총 6주로 구성되어 있다. 성 요셉 아버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처음에 ‘땅갈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아버지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으로 과거의 아버지에서 탈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다음 과정은 ‘씨 뿌리기’이다. 이곳에서는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영향력’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며, 이 강의에 참가한 아버지는‘나는 누구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다음은 ‘물주기’ 과정이다. ‘아버지와 남성’이 주제이며 남성 중심의 사회적 요구 속에서 동반자로서 자신의 선택과 책임에 대하여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 과정은 ‘돌보기’이다. 아버지의 사명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며 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한다.

 

이어서 ‘열매맺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아버지의 영성’을 묵상하게 된다. 삼위일체를 통한 하느님의 역할과 요셉 성인을 모범으로 한,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과 연결함으로써 가정이 하느님의 교회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교회 공동체와 사회의 모퉁이돌의 역할을 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이 과정의 목표이다.

 

마지막 과정은 ‘감사축제’이다. 미사와 파견으로 이루어지며 아버지로서 나를 돌아보고 하느님이 주신 은총을 고백하며 용서와 화해를 청한다. 교회 공동체 앞에서 가정 공동체의 주역으로 새로 태어나는 결심을 한다.

 

송영오 신부는 ‘성 요셉 아버지 학교’가 생각보다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구상을 밝혔다. “현재 아홉 개 교구에서 아버지 학교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09년 2월 전국 모임을 결성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 교구에 파급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아버지 학교를 이수하는 동안 깨닫고 새로 체험한 것들을 지속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입니다. 지금도 기수에 따라 좋은 아버지 모임을 만들어 활발하게 교류하고 계신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1박 2일 부부 피정이라든가, 가족 캠프, 가족 피정, 부부 교실 등 궁리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 청주교구 ‘행복운전수’

 

청주교구는 생명운동을 비롯하여 가정사목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목해 왔다. 교회 안에 아버지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 대전교구에서 ‘아부지(我父知)학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4명의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교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행복운전수’를 시작하게 되었고, 해마다 새롭게 개선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신자, 비신자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2009년 가정사목국의 신설과 더불어 전담신부를 임명하면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운전수는 목적지를 향해 방향을 잡고 가는 사람으로, 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켜야 하고, 위치를 파악해야 하며, 정비기술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힘든 노동이 아니라 행복한 권리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뜻을 담아‘행복운전수’ 는 성가정을 이루어가는 운전수로서 아버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것이다.

 

교육 기간은 1박 2일로 긴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버지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짧은 기간임에도 농도 짙은 교육은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교육을 마친 다음 후속 모임에 정성을 들여 짧은 교육 시간을 보충한다.

 

청주교구 가정사목국 이준연 신부는 “앞으로 다문화 가정과 소년원 · 소녀원에 자식을 둔 어려운 가정의 아버지들에게 다가갈 시도를 하고 있으며, 어머니 학교도 올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고 하였다.

 

 

소통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가정을 세운다

 

가족의 형태가 대가족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 사회에서 핵가족 시대로 완전히 달라지면서 집안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제자리를 잡고 바로 서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아버지 모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본당 안에 여성들을 위한 단체나 프로그램은 많이 있으나, 40-50대 아버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음을 간파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2005년 ‘아버지 학교’가 2005년 교회에 도입된 이래 다양한 성과와 호응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동안 교구 사이의 교류가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성요셉 아버지 학교 운동본부’(www.ilovefather.or.kr)가 지난해 2월 전국 모임을 결성하였다.

 

“이 시대의 어두움 속에 빛을 던지고, 좌절에 빠진 아버지들에게 꿈을 던지며 방황하는 아버지에게 길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가정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운동본부가 각 교구의 아버지 학교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나아가 한국교회 가정 성화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향잡지, 2010년 3월호, 오동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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