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예화ㅣ우화

[결혼] 저녁 예식을 위한 붉은 화촉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115

저녁 예식을 위한 붉은 화촉

 

 

오늘날 '화촉을 밝힌다'는 표현은 곧 결혼을 의미한다. 이는 저녁에 혼례를 올렸던 문화에서 비롯된다. 현대의 결혼식은 대낮에 이뤄지는 게 보통이지만, 옛 동양문화권에서는 저녁에 결혼식을 치렀다. 저녁 예식은 주나라의 고서 '의례(儀禮)'에서도 발견된다. 결혼의 '혼(婚)'자는 다소곳이 꿇어앉은 여자의 형상인 女와 황혼녘을 뜻하는 昏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신부의 집에서 날이 저물 무렵 혼례식을 올렸다 해서 만들어진 글자다. 저녁에 결혼식을 치른 이유는 여자가 음기(陰氣)를 뜻하므로 달(月)이 뜨기 시작할 때와 맞추기 위해서였다. 즉 신부가 달의 기운을 한껏 받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혼인은 여자 중심의 의식이었다. 저녁에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서 화촉(華燭)을 밝혀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 화촉은 중국에서 육조(六朝) 시대부터 경사스런 날에 사용한 붉은 색의 초에 유래를 두고 있다. 붉은 색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관념이 깃들인 또 하나의 문화이다. 글자를 살펴보면 '화(華)'는 가지에 피어 있는 예쁜 꽃을 뜻하며, '촉(燭)'은 불(火)과 벌레(蜀)의 결합으로 벌레가 잎을 갉아먹듯 초가 타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결혼이라는 고전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붉은 초를 태웠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볼 일이다.

 

[박영수 저, 행운의 풍속 중에서]



98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