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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가톨릭 교회, 카톨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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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9 ㅣ No.351

[우리말 바루기] ‘가톨릭’ 교회 / ‘카톨릭’ 교회

 

 

말은 그 말을 쓰는 이의 정신을 담고 있다. 말에서는 그 말을 쓰는 이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말을 통해 하나가 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말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에 있다. 그리스도인이 쓰는 말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그리스도인 생활에 있어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믿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표현의 문제만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믿느냐에 따라 믿음의 방향도, 깊이도 달라진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비롯한 초월적인 존재를 믿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결국 함께 쓰는 말을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된다.

 

가톨릭신문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이 쓰는 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움으로써 신앙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독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왜 ‘가톨릭’이라고 할까요 (상)

 

우리가 믿는 종교를 표현할 때 보통 ‘천주교’ ‘가톨릭’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 대비해 ‘구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천주교의 영어 표기가 「catholic」이니 ‘카톨릭’으로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가톨릭’이라는 말은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말 καθολικοs(catholicos)에서 유래한 라틴어라는데 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최우선 기준은 현지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쓰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catholic」의 라틴어 발음에 가까운 ‘가톨릭’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편’(普遍)은 ‘특수’(特殊)와 반대되는 말로 ‘모든 것에 두루 미침’을 뜻합니다.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닌 ‘가톨릭’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입니다. 안티오키아는 소아시아 남쪽, 오늘날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된 곳도 안티오키아였습니다.(사도 11,26 참조)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24일, 서상덕 기자]

 

 

[우리말 바루기] 왜 ‘가톨릭’이라고 할까요 (하)


가톨릭, 보편적이고 참된 교회 의미

 

 

앞서 ‘가톨릭’이란 말이 초세기 교회에서 예루살렘, 로마, 알렉산드리아 등과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가 있던 중요한 도시 안티오키아 교회의 주교 이냐시오 성인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신 뒤 기원 후 50년쯤 안티오키아에서 태어난 이냐시오 성인은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다 98-117년 사이 로마에서 순교하게 됩니다. 이냐시오 성인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러 로마로 가는 도중 소아시아 지방 7개 교회 가운데 하나인 스미르나 교회에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아버지를 따르시듯이 여러분은 주교를 따르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곳에 ‘가톨릭 교회’가 있듯이, 주교가 있는 곳에 교회 공동체들도 있습니다.”

 

이후 ‘가톨릭’이란 표현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관련해 널리 쓰이게 됩니다. ‘보편적’이란 뜻 외에 ‘참된’ ‘하나이고 유일한’ 같은 의미들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라고 하면 보편적인 교회, 참된 교회, 하나이고 유일한 교회 등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이란 말이 널리 퍼져서 사용되었음은 니케아 신경의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라는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번된, 보편된’은 성 빈첸시오가 말했듯이 “모든 사람이 모든 시대에 모든 장소에서 믿어 온 것”을 의미합니다. 

 

1054년 그리스도교가 동방교회(정교회)와 서방교회로 갈라지면서 두 교회에서 모두 ‘가톨릭’이란 표현을 사용하다보니 구별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른 혼란을 피하고자 서방교회를 ‘로마교회’ 또는 ‘로마 가톨릭’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주교가 전래된 이후 서학(西學), 천주학(天主學), 천주교(天主敎), 가톨릭교 등으로 혼용해 부르다가 주교회의에서 ‘천주교 또는 가톨릭교’를 공인하여 「가톨릭 지도서」(Directorium, 1932년)에 규정함으로써 공식명칭이 되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2월 28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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