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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현주소와 관련 법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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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05 ㅣ No.818

[생명 주일] 호스피스 · 완화의료의 현주소


호스피스 · 완화의료 관련 법제화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의 품위 있는 마무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회는 말기 환자가 생의 마지막 시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신체적ㆍ정신적ㆍ영적ㆍ사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의 확충을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호스피스가 생명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무익하고 불필요한 처치는 생략하는 대신 통증 완화, 증상 조절, 영양ㆍ수분 공급을 비롯한 기본적 돌봄 등을 마지막까지 보장함으로써 말기 환자가 인간답고 품위 있는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호스피스가 이처럼 중요함에도 호스피스 병상이 전국적으로 939개에 불과하고 암 사망자의 13.2%(2014년)만이 호스피스를 이용한 것은 아직 호스피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고, 호스피스가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함에 따라 호스피스를 운용하는 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스피스가 오는 7월부터 건강 보험 적용을 받는 것은 호스피스를 활성화하는 데 둘도 없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스피스가 뿌리를 내리려면 건강 보험 적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별도의 호스피스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교회 전문가들은 건강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현재 암관리법에 따르면 호스피스 대상이 말기 암 환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암이 아닌 다른 말기 환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 호스피스는 전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등 많은 문제점이 그대로 남기에 별도의 호스피스 법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말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바람직한 제도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 말기 환자의 범위 확대 △ 기본계획 수립 △호스피스ㆍ완화의료팀제(PCT) 및 가정방문 호스피스 활성화 △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지원 △ 교육 및 홍보 등 내용을 법안에 담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김세연(요한) 의원이 호스피스ㆍ완화 의료에 관한 법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여는 등 입법 작업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활동으로 평가된다.

정재우(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신부는 “호스피스에서는 일부분인 병원 진료에만 초점을 맞춘 건강 보험 적용으로는 호스피스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면서 “전인적 돌봄이라는 호스피스 정신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호스피스 법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를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오랜 과제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1965년 강릉에 갈바리의원을 세우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호스피스를 도입하고,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이 1988년 10월 국내 최초로 병동형 호스피스센터를 설립하는 등 한국 교회는 우리나라 호스피스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

또 한국 교회가 운영하는 호스피스 시설 16곳 가운데 8곳이 최근 보건복지부 선정 최우수 호스피스 기관에 선정될 만큼 한국 교회는 호스피스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이는 말기 환자가 생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게 돌봄으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대표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스피스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주변에서 호스피스 기관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호스피스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이가 많고, 설사 호스피스에 대해 안다 하더라도 호스피스는 치료를 포기한 이들이 가는 죽음 대기소라는 부정적 인식은 호스피스로 가는 발걸음을 주저하게 했다. 지금도 많은 말기 환자가 고통만 연장할 뿐인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으며 중환자실에서 쓸쓸하게 숨져가고 있다.

호스피스가 자리를 잡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호스피스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스피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형 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개설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병원 입장에서 수익이 되기는커녕 손해만 끼치는 호스피스 병동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3년 호스피스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섰고, 2006년에는 2015년까지 호스피스 병상을 250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호스피스 법제화는 여태 이뤄지지 않았고, 호스피스 병상(전국 56개 호스피스 기관)은 900여 개로 늘어난 데 그쳤다. 애초 정부가 공언했던 2500병상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숫자다.

최근 정부가 오는 7월부터 호스피스에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호스피스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호스피스 환자 부담금이 지금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듦에 따라 경제적 부담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호스피스 전문가들은 호스피스의 건강보험 적용은 호스피스를 뿌리내리는 데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건강보험 적용과 별개로 호스피스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호스피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손영순(모현 가정호스피스) 수녀는 “호스피스에서 매우 중요한 가정호스피스나 사별가족 돌봄 등과 같은 활동은 건강보험 수가로 계량화하기 어렵다”면서 “건강보험으로 적용할 수 없는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스피스 법제화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며 가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지도층 인사들이 호스피스ㆍ완화의료 국민본부를 발족하고, 호스피스 법제화에 뜻을 모은 국회의원들이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한 데 이어 김세연(요한) 의원은 상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재우 신부는 “법안이 구체적으로는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생명윤리적 관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법제화 움직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지영현(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신부는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한 채 임종을 맞도록 돕는 데 호스피스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확산과 함께 호스피스 법의 조속한 제정을 희망했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3일, 남
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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