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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목 놓아 울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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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1 ㅣ No.650

[아버지 여정] 목 놓아 울어보셨나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만화 영화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가는 많은 아버지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괴로워도, 그리워도, 아파도… 참고, 참고, 또 참습니다. 눈물을 잘 참아야 성숙한 것이고, 그래야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자녀에게, 특히 아들에게 같은 삶의 방식을 주입시킵니다. “울지 마!” “울면 바보야!” “뚝!” “산타 할아버지가 보고 계셔!” “울면 꼬추 떼버린다!” 하지만 진실은 운다고 바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산타 할아버지가 보고 계신 것도 아니고, 운다고 실제로 꼬추를 떼버릴 부모도 없다는 것이지요.


아버지들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어린이들은 기쁠 땐 활짝 웃고, 슬플 땐 펑펑 웁니다. 곧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도 이러한 정신상태가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들은 기뻐도 웃지 않고, 슬퍼도 울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 직면하기보다는 무시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습관입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헨리 모슬러는 “사람이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대신 운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눈 대신 심장이 울면 심장질환이 오고, 머리가 울면 두통이 오고, 허리가 울면 디스크가 오고, 무릎이 울면 관절염이 옵니다.

주위를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몸 여기저기가 아프신 분들이 계십니다. 병원에 가도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지요. 이런 경우 심리적으로 감정이 억압되어 있어서, 곧 슬픔을 지나치게 참고 지낸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슬픈 일이 있을 때 억지로 참는 과정이 반복되면 마음속에 우울, 불안, 짜증,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폭발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폭발이 외부로 향하게 되면 주변사람들을 비난하고, 폭언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반대로 감정의 폭발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하하고, 심하면 자해를 하거나 자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되기까지 본인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슬퍼도 기쁜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거짓 웃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절망감으로 울고 있는 심리상태를 말하며 ‘숨겨진 우울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걱정, 근심, 슬픔, 두려움, 우울함, 불안,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적절히 발산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무조건 쌓아두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이는 식욕과 성욕을 떨어뜨리고 두통, 복통, 불면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삶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고, 과거에 대한 후회, 절망감, 자책감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나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하고, 건강이 나빠지고, 짜증이 많아진다면 자신의 얼굴의 웃음이 진짜 웃음인지 가짜 웃음인지 기도 속에 성찰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평소에 눈물을 충분히 흘리며 몸과 마음의 독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버지들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남자답지 못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합니다.


슬픔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울어라

원 없이 울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이유는 혈관을 축소시키고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카테콜아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눈물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혈액 속의 산소와 영양분이 몸속 구석구석으로 잘 퍼져나가게 됩니다.

또한 호흡을 할 때 자연스럽게 횡경막 운동이 일어나면서 폐활량이 증가하게 되어 산소 호흡량이 늘어나며, 림프의 순환이 촉진되면서 체내 면역력도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눈물을 흘리는 동안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체인 ‘면역 글로불린 G’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눈물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997년에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많은 영국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애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시기에 우울증 환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눈물을 통해서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현상을 ‘다이애나 효과’라고 합니다.

필자의 세례명은 예수님의 친구인 라자로입니다. ‘라자로’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뜬금없이 제 세례명을 말씀드린 이유는 예수님께서 라자로가 죽었을 때 보이신 행동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요한 11,35).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슬픔을 숨기지 않으셨습니다. 눈물을 흘리는데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신 슬픔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서 하느님의 위로를 얻고 싶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처럼 울어버리는 것입니다. 눈물은 하느님께 SOS를 청하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빠른 방법입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듯이, 깊은 슬픔이 있어야 진정한 기쁨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루카 6,21).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루카 6,25).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목 놓아 울어보신 기억이 언제이십니까?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10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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