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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자비의 특별희년과 한국교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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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23 ㅣ No.343

[경향 돋보기 - 자비의 특별희년] 자비의 특별희년과 한국교회의 과제



1965년 12월 7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이하 ‘사목헌장’)이 선포된 날이다. 4년에 걸친 공의회 폐막 하루 전이었다. 사목헌장이 공의회에 참석한 2,500여 명의 교부들이 뜨겁게 토론한 문헌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제2부 ‘몇 가지 긴급 과제’를 ‘헌장’이라는 ‘문헌’ 형식에 포함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더욱더 그 토론이 뜨거웠다고 한다. 이 점을 반영한 것이 바로 헌장의 각주 1이다. 문헌 자체의 성격에 관해 공의회 자체가 각주에서 설명한 유일한 문헌이다.

사목헌장의 이런 배경을 간략하지만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긴급한 과제’라는 제2부의 제목 때문이다. “한국교회에서 ‘한국교회의 긴급한 과제’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면 교회의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공의회가 ‘긴급한 과제’라고 이름 붙이며 다룬 주제, 곧 제1장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 제2장 문화 발전의 촉진, 제3장 경제 사회 생활, 제4장 정치 공동체 생활, 제5장 평화 증진과 국제 공동체는 그야말로,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사목헌장의 이 ‘과제’는 그 뒤 「가톨릭교회 교리서」(1997년)와 「간추린 사회교리」(2004년),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에 확장되어 반영되었다.


사목목표는 ‘내적 쇄신, 복음화, 현대세계와의 대화’

공의회를 비롯한 보편교회의 가르침과 달리, 우리의 경우 ‘사회생활’과 ‘교회의 과제’를 함께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혹여 고민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사목’의 영역으로 가둔다. 보편교회의 고백과 선언과 가르침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어쩌면 공의회 이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형편에서 2015년 4월 11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비의 특별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이하 ‘칙서’)을 발표하였다. 보편교회의 맥락에서, 특히 칙서의 전망에 따라 특별희년을 준비했고, 그 준비에 따라 실천하고 있을까? 칙서에는 분명(필자가 이름을 붙이자면) 자비의 ‘사회적 차원’이나 ‘시대(또는 역사)의 차원’을 담고 있다. 혹시 이를 회피하고 이른바 ‘영성’의 차원으로 환원(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나 시대(또는 역사)의 차원은 교종이 특별희년을 선포한 동기에서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우리는 특별히 주님의 자비에 주의를 기울여 우리 자신이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뚜렷한 표지가 되도록 부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자비의 특별희년을 선포합니다. 이 특별희년에 신자들이 더욱 힘차고 효과적인 증언을 하여 교회에 은총의 때가 되기를 바랍니다”(칙서, 3항).

그리고 12월 8일을 개막일로 선택한 이유를 밝히는 대목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대축일은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의 맨 처음부터 어떻게 활동하셨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칙서, 3항). “교회는 이 공의회를 생생하게 기억하여야 합니다. 이로써 교회는 역사 안에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칙서, 4항).

공의회는 교회의 사목목표를 ‘내적 쇄신, 복음화, 현대세계와의 대화’라고 분명히 밝혔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사제품」, 12항 참조).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32항(이하 ‘권고’)과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3항(이하 ‘회칙’)에서 이 세 가지 사목목표를 향해 프란치스코 교종 자신도 충실하게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회와 역사의 차원을 외면하는 것을 “복음화의 의미를 빈약하게 하고 나아가 왜곡할 위험”(권고, 176항)이라 한다. 또한 회칙에서는 “가장 심각한 불의 앞에 침묵하는 사람”이 되는 것(회칙, 36항)이라고까지 한다.

칙서의 핵심 주제는 물론 ‘하느님의 자비’다. 그러면 ‘자비의 특별희년’과 관련하여 ‘한국교회의 과제’에 관해 묻는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떠올릴까? 대부분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성경과 신학적 성찰의 내용에 비추어, 그에 응답하는 교회의 과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전체 25개 항의 칙서에서 ‘사회적’ 또는 ‘역사(시대)적 차원’의 성찰을 담은 내용이, 과장해서 말한다면, 대부분이라 할만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과제를 생각해 보았다.


한국교회의 과제

① 사목의 쇄신

“저는 모든 공동체가 사목적 선교적 쇄신의 길로 나아가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권고, 25항).

“저는 모든 공동체가 ‘시대의 징표를 주의 깊게 살피도록 ’권고합니다. 사실 이것은 중대한 책임입니다. … 여기에는 선한 영과 악한 영의 움직임을 알아보고 식별하는 것만이 아니라, 선한 영의 움직임을 선택하고 악한 영의 움직임을 거부하는 것도 결정적으로 포함됩니다”(권고, 51항).

② 복음화 사명

“교회가 용서를 기쁘게 선포하여야 할 때가 다시 왔습니다. 이제 근본으로 돌아가 우리 형제자매들의 나약함과 어려움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칙서, 10항).

교회의 신뢰성을 드러내고자 ‘사회 안에 포용해야 할 사회적 약자’와 ‘사회에서 실현해야 할 공동선과 평화’, ‘통합의 생태’를 교종 자신의 권고와 회칙을 통해 밝히며,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하느님 백성 안에서 사회적 약자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하느님의 자비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눈을 뜨고 세상의 비참함을, 존엄을 박탈당한 우리 형제자매들의 상처를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외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합시다!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주어 그들이 우리의 현존과 우정과 형제애의 온정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외침이 우리의 외침이 되고, 우리의 위선과 이기심을 감추려고 기꺼이 빠지는 무관심의 장벽을 모두 함께 무너뜨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칙서, 15항).

③ 범죄조직과 부패, 자비의 실현으로서 정의

“저는 특히 모든 범죄조직에 속한 이들을 생각합니다. … 피 묻은 돈을 긁어모으려고 폭력을 행사”(칙서, 19항)하는 것에 대해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서 ‘피 묻은 돈’이란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표현과 같지 않을까? 아프리카 대륙의 종족 사이의 무력분쟁을 배경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군수산업’을 지칭하기도 한다.

“우리의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이 부패를 척결하려면 현명함, 경계심, 정직성과 투명성 그리고 어떠한 부정행위라도 고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공개적으로 부패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부패에 가담하여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말 것입니다”(칙서, 19항).

프란치스코 교종은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정의(교환, 분배, 법적 정의)’의 율법주의를 경계한다(칙서, 20항 참조). “인간관계는 정의의 척도로만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우리 시대에 걸친 이 같은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 정의라는 것이 곧 정의 자체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그래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최고의 정의는 최고의 불의다.’라는 격언이 나오기까지 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06항).

그러면서 정의가 전환의 시작일 뿐,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와 온유함으로 그 전환을 완결한다고 강조한다(사회교리는 ‘정의와 사랑의 관계’를 다루면서 ‘사랑의 문명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생활의 근본가치(진리, 자유, 정의, 사랑) 가운데 하나인 정의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의는 분명 ‘전환의 시작’이다(칙서, 21항 참조).

④ 반대받는 표적과 신뢰할 수 있는 한국교회

프란치스코 교종은 권고에서 ‘낙수효과 이론’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을 지금의 경제 모델과 소득분배의 왜곡에서 찾는다. 나아가 회칙을 통해서는 ‘근대정신’이라 할 수 있는 ‘과학 기술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와 ‘실천적 상대주의’가 ‘개인주의’와 ‘실용주의’와 ‘공리주의’ 따위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고 진단한다. ‘반대받는 표적’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권고에서는 ‘사목활동가가 직면한 유혹’을 소개하면서 교회 안에서도 ‘반대받는 표적’이 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교종의 회칙이 발표된 날, 미국 공화당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교종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희년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놀라게 해주시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와 함께 당신 생명을 나누어주시려고 언제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십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교회가 확신을 갖고 자비를 선포할 때 교회의 삶은 참되고 믿을 수 있는 것이 됩니다.

특히 커다란 희망과 심각한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시대에 교회의 첫째 직무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며 모든 이를 하느님 자비의 위대한 신비로 이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교회는 자비의 참된 증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 계시의 핵심인 그 자비를 찬양하고 실천하라는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칙서, 25항).

* 박동호 안드레아 - 서울대교구 신정동본당 주임신부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6년 1월호, 박동호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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