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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자비의 희년, 무엇을 할 것인가 (5) 희년의 교회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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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16 ㅣ No.340

[자비의 희년, 무엇을 할 것인가] (5) 희년의 교회적 차원


새로운 교회상 만들기 위한 ‘사목적 얼굴’ 필요



새로운 교회상 ‘자비의 얼굴’

개인적 차원에서 희년을 준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고해성사였듯이, 교회 내적 차원에서 자비의 희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가장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교회의 구조와 활동에서 과연 자비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점들이 있는지 성찰하고, 합당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이를 쇄신함으로써 교회가 자비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길로 돌아서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됨’이 곧 희년의 교회적 차원임을 일러준다.

지난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 ‘자비의 특별 희년과 한국 교회의 사목 방향’에서 서울대교구 박선용 신부(정릉4동 성당 주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교회상’이 애당초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모습의 재현, 하느님의 자비의 얼굴인 예수님의 재현, 예수님의 자비의 얼굴인 교회의 모습의 구체적 실현”이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이러한 새로운 교회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구조적이고 실무적인 노력은 특히 “행정적 관료적 얼굴에서 사목적 얼굴”로 교회의 얼굴을 바꾸어나가는 작업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교황의 그러한 구체적인 노력의 실례로, 9인의 추기경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교황청 구조개혁, 교황청 재무원 신설을 통한 바티칸은행개혁, 분산돼 있던 홍보 관련 기관들을 통폐합 후 홍보처 신설, 평신도 위상 확대를 위해 평신도평의회, 가정평의회, 생명학술원을 통합한 평신도가정생명성(가칭) 신설 추진 발표 등을 들었다.

교황은 또 두 차례의 시노드를 통해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해 공감과 ‘자비’의 시각으로 접근했으며, 혼인무효소송 절차를 개정해 고통 속에 있는 가정들의 아픔을 덜어주려 했다. 자비의 희년에 즈음해 낙태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모든 사제가 희년 기간 동안 낙태죄에 대한 사죄의 권한을 갖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에 있어서, 사목적 변화의 기조는 이미 충분히 감지돼 왔다. 그리고, ‘자비의 희년’ 거행은 이미 드러난 교회 쇄신을 통한 자비의 실천 의지가 집중적으로 구현되는 계기이다.


희년 칙서 등 교황 문헌 연구 · 교육

교황이 발표한 자비의 희년 칙서와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발표한 희년 안내서에 따르면, 교회 공동체가 준비해야 할 희년 준비의 시작은 무엇보다도 교황이 희년을 선포한 취지를 담고 있는 칙서 「자비의 얼굴」에 대한 연수와 교육이 될 것이다. 자비의 희년의 정신과 취지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교황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과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대한 교육도 필수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복음의 기쁨」이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된 이래 이전의 교황청과 교황 문헌들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 특유의 쉬운 용어과 문체, 개인 신심 위주의 중산층 교회로 굳어지고 있는 한국 천주교회에 신선한 충격을 준 혁신적인 내용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각종 연수와 강좌 프로그램들이 개설된 바 있다는 점이다. 또, 회칙 「찬미받으소서」 역시 생태 문제를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여기는 통합적 생태의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적이면서도 학술적인 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와 신자 재교육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자비의 희년 기간 동안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혁신적 가르침들을 담은 교황 문헌들과 희년 칙서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년 위한 전례적 거행

희년 거행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는 희년의 전례적 거행으로 이어진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한 바티칸의 대성당들의 성문 개문 행사와 각 지역교회의 교구별 주교좌 성당과 주요 성당 순례지에 자비의 문을 지정하고 신자들의 순례 열기를 북돋우려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해 3월 4일과 5일에 해당하는 사순 제4주일에 실시될 ‘주님을 위한 24시간’ 행사는 사순 특강, 묵주 기도, 십자가의 길, 참회와 고해성사, 성체 현시와 조배, 미사 봉헌 등 다양한 전례 행사들을 통해 신자들이 희년의 교회 내적 차원을 일깨우는 계기로 마련한다.

교황은 특별히 희년 기간 동안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는 ‘자비의 선교사’들을 뽑아 이들을 각 지역교회로 파견하여 “하느님 백성을 보살피는 교회의 어머니다운 배려의 표지가 되어 참으로 신앙의 근본이 되는 이 자비의 신비가 지닌 부요에 하느님 백성이 깊이 들어가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각 지역교회들이 이러한 자비의 선교사들을 초대하고 받아들여 그들이 확신에 찬 자비의 설교자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선교사들은 사도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지역교회로 파견될 것이며, 희년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강론과 고해성사로써 자비의 해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성찰과 쇄신

이러한 모든 사목적 배려들은 궁극적으로 사목활동의 쇄신과 이를 토대로 한 자비의 구체적인 실천을 지향한다. 앞서 언급됐듯이, 자비의 희년이 교회의 새로운 교회상을 구현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때, 교회는 가장 먼저, 자비의 정신을 지침으로 스스로를 성찰해야 할 것이다. 애당초 교황이 지난 해 12월 8일을 희년 개막일로 지정했을 때, 이는 교회의 쇄신을 웅장하게 선포하고 치열하게 추구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계승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기울이는 쇄신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쇄신의 궁극적인 지향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더 이상 의심할 것이 없이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는 교회 쇄신의 궁극적인 지향이며, 이는 곧 하느님의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다. 자비의 희년을 지내는 교회의 내적 차원은 따라서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행정과 관료적 조직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슬픔과 기쁨과 교류하는 사목적 교회로의 전환을 통해 자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업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7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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